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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램 유재하가 부른 ‘지난날’ … 통신사들 보는 음악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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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30년(세월)이 없는 것 같아. 너도 옆에 있는 것 같고. 보고 싶다.”(김종진 기타리스트)
 30년 전 작고한 가수 유재하를 홀로그램으로 만난 친구 김종진 기타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지니뮤직은 22일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고(故) 유재하의 ‘지난날’을 콜라보레이션 무대로 재현했다. 고 유재하는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유재하와 ‘위대한 탄생’ 멤버로 함께 활동한 김종진ㆍ송홍섭ㆍ정원영이 연주를 맡았고, 보컬 그룹 ‘스윗소로우’가 홀로그램 유재하와 함께 직접 무대에 나와 코러스를 불렀다. 그의 친구들은 무대를 보며 아련한 추억으로 젖어들었다.

홀로그램으로 재현한 고 유재하(맨왼쪽)와 실제 무대에서 함께 노래를 부른 스윗소로우 멤버들. [사진 KT]

홀로그램으로 재현한 고 유재하(맨왼쪽)와 실제 무대에서 함께 노래를 부른 스윗소로우 멤버들. [사진 KT]

 지니뮤직이 비전 선포를 위해 일회성으로 선보인 무대였지만 앞으로 이런 ‘보는 음악(비주얼 뮤직)’ 콘텐트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통신사와 음악 콘텐트 제작사, 음악 유통사가 합종연횡해 관련 콘텐트 시장 개척에 앞다퉈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니뮤직은 22일 미래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김훈배 지니뮤직 대표이사는 이 자리에서 "2022년까지 유료 가입자 500만명을 확보해 1등 사업자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 KT]

지니뮤직은 22일 미래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김훈배 지니뮤직 대표이사는 이 자리에서 "2022년까지 유료 가입자 500만명을 확보해 1등 사업자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 KT]

 KT와 LG유플러스가 1ㆍ2대 주주였던 지니뮤직은 지난달 CJENM의 자회사인 CJ디지털뮤직을 인수 합병했다. 합병된 지니뮤직은 현재 KT가 1대 주주, CJENM이 2대 주주, LG유플러스가 3대 주주다. 지니뮤직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열고 ‘미래형 비주얼 뮤직 플랫폼’에 대한 비전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훈배 지니뮤직 대표이사는 “2020년까지 500만 가입자를 확보해 1등 음악 플랫폼 사업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지니뮤직 합병 전후 비교. [자료 KT]

지니뮤직 합병 전후 비교. [자료 KT]

 이를 위해 지니뮤직은 이르면 연내에 지니앱을 동영상 콘텐트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다. 특히 CJ디지털뮤직이 보유한 엠넷닷컴의 동영상 서비스를 대폭 활용할 계획이다. 유로 서비스인 엠넷닷컴의 ‘프라임팩’에서 제공하는 음악 관련 동영상 콘텐트를 개편된 지니뮤직을 통해서도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기술이 접목된 콘텐트도 강화한다. 콘서트장에 갔을 때 스마트폰으로 공연 장면을 찍으면 가수의 앨범이나 인터뷰 등의 정보가 휴대폰 화면에 함께 뜨는(AR) 서비스다. 또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를 볼 때 360도로 회전하면서 가수를 볼 수 있는 콘텐트(VR)도 탑재된다. 여기에 KT가 해당 콘텐트를 보기 위해 소모되는 데이터에 대해 요금을 할인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음악 플랫폼을 위해 전 계열사가 전방위적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홀로그램으로 재현한 고 유재하(맨 왼쪽)와 실제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부른 스윗소로우 멤버들. 유재하의 몸동작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루빈이 대역으로 재현했다. [사진 KT]

홀로그램으로 재현한 고 유재하(맨 왼쪽)와 실제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부른 스윗소로우 멤버들. 유재하의 몸동작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루빈이 대역으로 재현했다. [사진 KT]

 ‘보는 음악’에 대한 SK텔레콤의 질주도 만만치 않다. SKT는 10일 자회사인 아이리버에 650억원을 유상증자했다. 아이리버는 ‘뮤직메이트’와 ‘그루버스’라는 음악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SKT는 “올해 안에 뮤직메이트를 완전히 새로운 음악플랫폼으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새 플랫폼에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SKT는 지난 6월 ‘딩고 뮤직’을 서비스하는 메이크어스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딩고 뮤직은 세로 화면에 최적화된 뮤직 비디오 등 음악 관련 동영상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SKT 측은 “유튜브를 통해 음악 감상을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보는 음악’ 콘텐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원 시장 둘러싼 움직임

음원 시장 둘러싼 움직임

 통신사가 이렇게 앞다퉈 음원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집에 있는 가전 제품이나 자동차까지 통신 영역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loT),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에도 평소 듣던 음악 플랫폼을 그대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음악 플랫폼을 보유한 회사의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단 얘기다.
 보는 음악 카드로 판을 뒤집지 않으면 멜론의 독주를 막을 수 없다는 위기감도 있다. 가입자 수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카카오M의 음악 플랫폼인 멜론은 구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안드로이드 오토’에 탑재돼있다. 오는 9월 카카오와 카카오M이 합병되면 카카오의 각종 플랫폼과도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멜론의 독주를 막으려면 통신사의 강점인 ARㆍVR 등의 차별화된 콘텐트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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