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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4억 연봉을 포기하고 바이두를 뛰쳐나온 이유

중앙일보

입력

한국의 벤처자금이 중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케이스는 많지 않다. 투자 역사가 짧은 것은 아니지만 주목할만한 실적이 나온 건 없다. 그러나 삼성, LG 등 대기업들의 중국 투자 전략이 기존 '공장 건설 또는 내수 시장 진출'의 단계를 넘어 '기업 투자'로 발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대기업 소속 일부 투자회사들이 중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아예 사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퍼셉트인 창업자 류샤오산 #누구나 접근 가능한 '기술의 민주화' 꿈꿔

선전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 로봇 전문회사인 퍼셉트인(PerceptIn 普思英察)은 그 중 하나. 삼성 벤처(Samsung Ventures)가 100만 달러(약 11억 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이밖에도 월든 인터네셔널(Walden International), 매트릭스 파트너스 차이나(Matrix Partners China)등으로부터 총 1100만 달러(약 125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래곤플라이 [사진 퍼셉트인]

드래곤플라이 [사진 퍼셉트인]

삼성이 이 회사에 투자한 건 기술 때문이다. 퍼셉트인은 로봇 및 자율주행 관련 기술 특허가 120건 이상에 달한다. 기술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투자였던 셈이다.

기술을 일반 대중에 보급하는 '기술의 민주화'가퍼셉트인 설립의 궁극적인 목표

퍼셉트인 창업자 류샤오산(刘少山)의 말이다. 바이두, 구글처럼 대 자본력을 가진 기업만 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이 아니라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보급형 기술을 제공하고 싶다는 얘기다.

류샤오산은 약 4억 원(30만~40만 달러)에 달하는 고액 연봉과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창업의 길에 나선 것으로 유명하다. 실리콘밸리 출신 류샤오산은 바이두 미국 연구소를 나와 2016년 퍼셉트인을 설립했다. 로봇 및 자율 주행차에 적용 가능한 올인원(all-in-one) 인식 솔루션을 만들어보겠다는 포부였다.

류샤오산 [사진 퍼셉트인]

류샤오산 [사진 퍼셉트인]

8월 14일 한국을 찾은 퍼셉트인 류샤오산(刘少山) 창립자를 차이나랩이 직접 만나 창업 스토리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류샤오산 창립자는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UC Irvine) 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으로, 창업 전 인텔(Intel), 마이크로 소프트(MS), 링크드인(Linkedin)을 거쳐 바이두 미국 연구소에서 일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바이두의 자율주행 프로젝트 '아폴로(Apollo) 프로젝트' 초창기 설계에 참여한 인물이다.

Q. 당초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선전(深圳)에 본사가 있다고 들었는데, 두 곳에 거점을 설치한 이유가 있다면?
실리콘 밸리에서 기술 개발을 했고, 현재 선전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오고 있다. 선전에 본사를 설립한 이유는 첫째는 광활한 대륙의 시장 때문이고, 두번째는 공급라인이 안정돼 있어 부품 공급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Q. 창업 전, 바이두 미국 연구소에서 무인차(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맡았었다. 바이두가 자율주행차에 적용하는 라이다(Lidar, laser radar) 기술과 지금 퍼셉트인이 활용하는 ‘컴퓨터 비전(visual intelligence)’ 기술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차이는 비용이 적게 든다, 라이다 기술에 비해 비용이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가성비가 좋은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실외 로봇으로 캠퍼스 내 운행 등에 활용할 때 저속(20km/h)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보장된다. 자율주행에서 안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마지막으로 믿을만한 기술이다.

Q.퍼셉트인이 올해 출시한 드래곤 플라이(Dragon Fly) 시험 주행 영상을 봤다. 외관상 자연스레 징둥(京东)이나 알리바바(阿里巴巴) 무인 배송차가 떠오른다. 차이점은 무엇인가?
징둥, 알리바바는 택배 배송용 자율주행차이고, 영상 속 드래곤 플라이는 사람이 탈 수 있는 자율주행차다. 스타트업이나 엔지니어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자율주행차를 업무/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Q.  드래곤 플라이의 특장점을 소개한다면?
시각 위주의 자율주행차 모듈로서, 4개의 카메라로 360도 전경을 커버한다. 1개의 센서로 위치 인식과 환경 인식(장애물 및 행인 파악)을 모두 한다. 두 가지 기능 다 잘 처리하는 기술로는 세계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이번에 출시된 드래곤 플라이 모듈은 '저속' 자율주행차에 탑재 가능하다. 내년 초에는 '고속' 자율주행 차량용 컴퓨터 비전 모듈인 드래곤 플라이+(Dragonfly+)가 출시될 예정이다.

드래곤플라이 [사진 퍼셉트인]

드래곤플라이 [사진 퍼셉트인]

Q. 지금 퍼셉트인의 자율주행 기술 적용 분야는 물류가 중심이 되는 것 같다. 실제로는 어떤가?
퍼셉트인의 기술을 각종 업종에 적용할 예정이다. 지금은 크게 운송과 탑재, 물류, 유통쪽에 집중하고 있다.

Q. 퍼셉트인 기술을 적용하는 중국업체는 어떤 곳이 있나, 한국업체와의 협력 계획이 있다면?
현재 우리 기술을 적용하는 중국 업체에는 중싱(中兴)통신, 비허위안(碧和园)이 있다.

지금 현대모비스와 협력 추진중인데, 만약 이뤄진다면 우리 기술을 적용하고 싶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일단은 업무를 보조하는 보조형 로봇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하는 전자동 로봇으로 발전시켜보려고 한다.

Q. 자율주행차 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나
현재 핫한 시장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마냥 낙관하지만은 않는다. 기술이 완벽해지기까지는 5~6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은 안정되기까지 100년이 걸렸다. 급할 필요가 없다. 자율주행차 역시 안정적으로 상용화되기 가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Q. 향후 계획은?
교통이 중국 GDP의 10%를 차지한다. 중국에는 의-식-주-행(行)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중요하게 여겨지는 ‘행’을 우리 기술로 보다 편리하게 바꿔가고자 한다.

세부 업종으로 들어가 보면, 신유통(新零售)에 우리 기술을 적용해보고 싶다. 예를 들면 광장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로봇 같은 차세대 상업용 로봇을 만들어보고 싶다.

퍼셉트인 공동창립자 류샤오산(좌)와 장저(우) [사진 퍼셉트인]

퍼셉트인 공동창립자 류샤오산(좌)와 장저(우) [사진 퍼셉트인]

류샤오산 창립자는 인터뷰 중간 중간 '기술의 민주화'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바이두, 구글처럼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만 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이 아니라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보급형 기술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퍼셉트인의 드래곤 플라이는 자율주행 모듈이다. 어떻게 조립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활용될 수 있다. 류 창립자는 마치 레고(블록)처럼 쌓아서 함께 만들어 나가는 개방형 기술 시스템을 꿈꾸고 있었다.

"처음 컴퓨터와 관련 프로그램이 나왔을 때 정부나 기관에서 도입해 사용했지만, 저희 엄마 같은 일반 대중에게는 비쌌어요. 하지만 점차 기술이 대중화됐고, 지금 구글이나 애플에서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저희 엄마도 사용하죠. 퍼셉트인을 창업한 목적도 바로 그겁니다. 기술을 보다 저렴하게 제공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해요"--류샤오산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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