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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함께' 성주신에게 투자 조언을 한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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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24)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이 1편에 이어 엄청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가보지 못한 사후 세계를 독특한 시각으로 그려낸 것이 흥행의 비결이 아닌가 생각한다. ‘만약 사후에 지옥에 가게 된다면 나는 어떤 죄로 어떤 벌을 받게 될까’ ‘나는 지옥의 심판을 통과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삶에서 돌이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관객들은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본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을 떠올리며 눈물을 짓기도 한다.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촬영현장. 집안을 지키는 착한 신 '성주신'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아래)과 재개발 지역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손자 '허현동' 역을 맡은 아역배우 정지훈(위).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촬영현장. 집안을 지키는 착한 신 '성주신'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아래)과 재개발 지역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손자 '허현동' 역을 맡은 아역배우 정지훈(위).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2편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성주신(마동석 분)’이다. ‘집안을 지키는 착한 신’이라는 컨셉의 성주신은 마동석이 그려내는 독특한 매력으로 영화의 인기를 더해주고 있다. 나는 직업상 다른 사람보다 성주신 이야기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성주신의 펀드 투자 에피소드 때문이다.

중국 펀드에 투자하다 막대한 손실 입은 ‘성주신’

성주신은 진작 저승에 가야 할 할아버지 허춘삼을 손자 현동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만이라도 저승사자들로부터 지켜주려고 한다. 허춘삼을 지키기 위해 사람으로 현신해 현동이에게는 ‘성주 삼촌’으로, 허춘삼에게는 ‘성주야’로 불리며 가족처럼 산다.

그런데 성주신이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홀로 지내게 될 현동이를 위해 선택한 것이 중국펀드였다. 성주신은 재개발 보상비로 받은 돈을 펀드에 넣어두고 오르기를 기다리지만 펀드는 속절없이 폭락을 거듭하기만 한다. 결국 사채까지 빌려 쓰는 등 재정적으로 궁지에 몰리게 된다. 가장 인간다운 신으로 그려지는 성주신이 펀드 투자에 실패하고 사채까지 빌려 쓰고 힘들어하는 모습은 인간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슬프다.

영화에서 성주는 투자와 관련한 몇 가지 격언을 언급한다. “펀드는 반드시 오른다. 투자는 기다림”이라며 장기 투자에 대한 믿음을 드러낸다. “부동산 시대는 이제 끝났단 말이야”라고 울먹이다가 “진짜 네 말대로 아파트 하나 사둘걸”이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비트코인을 할 걸 그랬어”라는 대사도 읊는다.

“올랐어! 드디어 올랐다. 성주야~” 영화의 마지막에 주식시장이 회복되는 것을 보면서 할아버지 허춘삼이 이렇게 외친다. 결국 성주의 믿음, ‘펀드는 반드시 오른다, 투자는 기다림’이라는 신념은 옳았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자. 2018년 8월 현재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펀드가 부지기수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회복하리란 보장은 없다.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펀드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사이 사채를 써야 하고, 사채 때문에 수많은 괴로움을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언젠가,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르면 펀드가 오를 수 있겠지만 막연하게 펀드가 오른다는 믿음으로 버티는 것은 어쩌면 어리석은 짓이다.

성주신에게 투자 컨설팅을 진행한다면

'신과함께' 촬영 현장에서 김용화 감독 모습. 김용화 감독은 영화 '국가대표'의 성공으로 받은 보수를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경험을 성주신 캐릭터의 펀드 투자 에피소드에 녹였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신과함께' 촬영 현장에서 김용화 감독 모습. 김용화 감독은 영화 '국가대표'의 성공으로 받은 보수를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경험을 성주신 캐릭터의 펀드 투자 에피소드에 녹였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성주신이 펀드에 투자하는 상황은 그리 낯설지 않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용화 감독 자신이 영화 ‘국가대표’의 성공으로 받은 보수를 펀드에 투자했다가 70% 손해를 본 경험이 있다. 인간적인 성주신 캐릭터에 펀드 투자 에피소드를 담은 배경이다. 영화처럼 재개발 보상금이나 보너스·인센티브·스톡옵션 등으로 목돈이 생겨, 그 돈을 투자했지만 실패로 끝났다는 슬픈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만약 성주신에게 필요한 조언은 무엇일까. 막연하게 펀드가 좋다, 부동산이 좋다, 비트코인이 대박이 난다는 말을 믿을 것이 아니라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먼저 현동이의 라이프 사이클을 그려봐야 한다. 지금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면 6년 뒤 중학교, 그리고 6년 뒤 대학교에 진학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구체적인 필요 자금을 예상한 다음, 개발보상금으로 받은 돈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매월 생활비가 든다면, 월 지급식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매월 현동이가 얼마씩 찾아 쓰는 것도 그렇지만 돈 관리 자체가 힘들다. 따라서 현동이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아도 매월 현동이 통장에 꼬박꼬박 돈이 들어오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엔 취직이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벌겠지만, 그전까지는 등록금과 생활비·도서비 등의 비용을 따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매월 필요한 돈이 크지 않겠지만 대학에 들어가면 등록금 등 매년 목돈을 찾아 쓸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현동이의 구체적인 필요 자금을 예상한 다음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1년에 1000만원 정도 필요하다면 4개의 펀드에 시기를 분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중앙포토]

현동이의 구체적인 필요 자금을 예상한 다음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1년에 1000만원 정도 필요하다면 4개의 펀드에 시기를 분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중앙포토]

1년에 1000만원 정도 필요하다면 4개의 펀드에 시기를 분산해 투자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투자형 상품에 투자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다만 목표 수익률을 정해놓고, 수익을 달성하면 그 돈을 찾아 안정적인 금융상품에 넣어두고 추가로 발생하는 수익을 공격적인 투자로 증식시켜나가면 좋을 것이다.

누구나 기대하지 않은 돈이 생길 수 있다. 사망보험금이나 상속재산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 돈은 삶에 영향을 미친다. 아버지의 상속재산 때문에 갑자기 지출이 늘고, 소비 습관이 바뀌고, 주위 사람에 대한 태도가 바뀌고, 가족 전체를 힘들게 만든 공무원을 만난 적이 있다. 그 공무원은 평소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았던 사람이다. 이럴 때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대하지 않은 돈은 ‘돈벼락’이 되어 사람을 망친다.

복권 당첨금 때문에 불행해지는 사람, 어린 나이에 큰 성공을 맛봤지만 그 성공이 오래갈 것 같은 심리적 착각 때문에 돈을 쉽게 써 버리고 노후에 힘들어하는 사람은 이 공무원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공돈일수록 지혜롭게 쓸 고민을 해야

갑자기 돈이 생겼을 때 인생 전반에 걸쳐 필요 자금을 먼저 예측해, 그 돈을 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업을 마치는 데 필요한 돈, 결혼 자금, 주택 마련 자금, 은퇴자금 등의 수요에 보유 자산을 먼저 배분하자. 그다음에 주위의 고마운 사람들에게 보답하거나 기부도 하고, 평소 사고 싶었던 것을 구매해야 한다. 이 순서를 어기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어떻게 되든 그런 돈벼락을 한번 맞아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크기가 다를 뿐 우리는 자주 이런 상황을 마주한다. 연말정산 환급금이라든가 예상하지 못했던 보너스, 성과를 올려 받은 인센티브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공돈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돈을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쓸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혹시 돈이 ‘벼락’처럼 올 때 그 돈을 잘 지킬 수 있다.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ruth6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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