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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겨눈 선후배 … 구본길 금, 오상욱 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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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펜싱 금메달리스트 구본길(오른쪽). [김성룡 기자]

펜싱 금메달리스트 구본길(오른쪽). [김성룡 기자]

“너도 절실하지만, 나도 절실하다. 우리 진검승부를 펼치자.”

구본길 펜싱 사브르 개인전 3연패 #전희숙, 중국 꺾고 여자 플뢰레 금

구본길(29)과 오상욱(22). 한국 선수끼리 결승전 피스트 위에 섰다. 승부의 세계 앞에서 선후배의 정은 잠시 미뤄뒀다. 무대에 올라서기 전 둘은 손을 맞잡고 온 힘을 다해 싸울 것을 다짐했다.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결승전은 그렇게 운명처럼 시작됐다. 대결의 승자는 선배 구본길이었다. 구본길은 결승에서 오상욱을 15-14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땄다.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만 세 번째다. 구본길은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 펜싱이 처음으로 채택된 이후 개인전 3연패를 달성한 첫 번째 선수가 됐다. 구본길은 2010년 처음 참가한 아시안게임에서 팀 선배 오은석을 준결승에서 만났다. 당시 오은석이 구본길에게 말했던 것처럼 구본길도 후배 오상욱에게 “멋진 승부를 펼치자”고 했다. 오상욱에게는 병역 혜택이, 구본길에게는 3연패 달성이라는 대기록이 달려 있었다. 구본길은 2010년 아시안게임에서 선배 오은석을 꺾고 결승에 올라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구본길과 오상욱의 최근 국제대회 상대전적은 1승 1패로 호각세였다. 서로의 장단점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더 어려운 상대였다.

준결승에서 구본길은 홍콩의 로우 호 틴을 15-4로 가볍게 이겼다. 하지만 오상욱은 이란의 세예드 알리와 접전을 펼친 끝에 15-14, 한 점 차로 승리했다. 오상욱은 알리와 14-14로 동점을 이룬 상황에서 오른 다리에 근육 경련이 일어나 치료를 받았다. 다시 일어난 오상욱은 마지막 한 점을 따내며 극적으로 결승전에 올랐다.

두 선수는 초반부터 불꽃 튀는 접전을 펼쳤다. 12-12 동점에서 구본길이 처음으로 앞서나갔다. 14-12로 구본길이 한 점을 더 따내자 오상욱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그만큼 승리가 절실했다. 14-14가 됐고, 모두가 숨죽인 상황에서 두 차례나 동시타가 나왔다. 세 번째에도 두 선수는 동시에 공격했지만, 심판은 구본길의 득점을 인정했다. 둘은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치열했던 승부를 마무리했다. 구본길은 “기쁘지만, 마음이 좋진 않다. 후배 상욱이에겐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여자 플뢰레 전희숙(34)도 이날 중국의 푸 이팅을 8-3으로 물리치고 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 전희숙은 16강에서 팀 선배 남현희(37)를 물리쳤다. 태권도에서도 금빛 승전보가 이어졌다. 김태훈(24)이 남자 58㎏급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의 니야즈 풀라토프를 24-6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우승이다.

오늘의 아시안게임 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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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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