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인근 수풀에서 50대 남성의 토막시신이 발견되면서 과천이 발칵 뒤집혔다. 과천에서 이런 흉악범죄가 발생한 것은 지난 2000년 이은석 부모살해 사건 이후 18년 만의 일이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2년 한 언론 기고문에서 “과천은 간혹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한 집단 민원과 시위, 빈집을 노리는 절도 사건이 발생할 뿐 심각하고 강력한 범죄와는 거리가 먼 곳”이라고 말한 바 있다.
표 의원 말대로 과천은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다. 과천경찰서도 수도권에서 가장 평온한 경찰서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토막시신 범행’ 자체는 다른 곳에서 일어났을 수도 있지만, 관할 지역이서 시신이 발견되면서 과천경찰서는 굵직한 살인사건을 수사하게 됐다.
2000년 발생한 ‘이은석 사건’은 과천 별양동 자택에서 당시 24살이던 이씨가 아버지(59)와 어머니(50)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시신을 여러 조각으로 토막 내 유기한 사건이다.
서울의 한 명문대에 다니던 이씨는 서울대 입학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계속 학대하자 부모 모두를 살해했다. 1심 법원은 이씨에게 사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이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아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이후에도 과천에서는 한해 1∼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긴 했으나 세간에 알려진 강력사건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지난 19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대공원 장미의언덕 주차장 인근 수풀에서 머리와 몸 등이 분리된 토막시신이 발견돼 과천 일대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머리가 없는 A(51)씨의 시신은 담요에 싸여 비닐봉지에 담긴 채 발견됐다. 시신의 무릎 아랫부분도 절단된 상태였다. 경찰은 2~3m 떨어진 곳에서 A씨의 머리가 담긴 비닐봉지도 찾아냈다.
경찰은 살인범이 범행 후 시신을 보관하다 훼손하고 현장에 유기한 것으로 보고 A씨와 통화한 인물 등 주변인을 조사하는 한편 인근 폐쇄회로 TV(CCTV) 등을 통해 비닐봉지를 버리고 달아난 용의자를 찾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과천은 정부청사 주변 집회로 인한 경비 상황이나 교통사고, 경미한 폭력 사건 외엔 치안 수요가 그다지 많지 않은 곳”이라며 “이번 사건은 18년 만에 대형 살인사건인 만큼 신속하게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