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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일자리 예산 54조원 어디에 썼나 살펴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4조원이면 실업자 100만명에게 5400만원씩인데 그 돈이 다 어디로 간거냐”
문재인 정부가 엄청난 액수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하고도 고용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인터넷에선 이런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정치권에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정부가 일자리 관련 예산에 투입한 예산을 54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2017ㆍ2018년 본 예산 36조 원에 2차례 추가경정예산 14조8000억 원, 올해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 등을 합친 액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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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관련 국회예산정책처는 현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쓴 예산을 42조5819억원이라고 분석한 ‘일자리정책 재정사업 분석’ 자료를 19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대통령 산하 일자리위원회에서 발표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 맞춰 각 부처에서 추진한 189개 사업 예산을 분석한 보고서다. 국회 관계자는 기존의 54조원이란 액수와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예산이 아직 세부 배정이 안된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 ^일자리예산 명목으로 예산을 탔지만 자료에 누락됐거나 ^지방정부 고용 인건비 등은 자료 취합이 안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추진하면서 지난해엔 18조 3861억원, 올해는 이보다 32.1% 증가한 24조1958억원을 배정했다. 배정된 예산은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의 10대 중점 과제에 집행됐다. 5대 분야별로 보면 ‘일자리 인프라 구축’ 부문 예산이 22조875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10조4361억원에서 올해 12조4487억원으로 19.3% 증가했다. 일자리 안전망 강화 및 인적자원 개발 등에 일자리 사업 예산의 절반 이상이 투입된 셈이다. 하지만 이중 몇몇 사업들은 일자리 사업의 본연의 성격과 다소 거리가 있는 사례들도 있다.
‘직장어린이집 지원’(고용노동부ㆍ2017년 1217억6900만원)이나 ‘항공전문 인력양성’(국토교통부ㆍ2017년 4억3000만원), ‘연수사업’(중소벤처기업부ㆍ2017년 190억9800만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대해 예산정책처는 “(이런 사업들은) 일자리 사업이라기보다는 복지사업 성격이 강하거나 인력양성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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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근로여건 개선과 비정규직 문제 해소 등을 포함한 ‘일자리 질 개선’ 예산에는 올해 3조265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 537억원에서 올해 55배나 늘었다. ‘공무원ㆍ공공기관 일자리 창출’ 예산은 지난해 1조4485억원에서 올해 1조9068억원으로 약 5000억원이 늘었다. 청년ㆍ여성ㆍ신중년 등에 대한 ‘맞춤형 일자리’ 예산도 1조4575억원에서 2조430억원으로 증가했다.
‘일자리 창출’ 분야 예산은 11개 부처로 배분됐으며 모두 177개(2018년 기준) 사업을 벌였다. 가장 많이 배정된 부처는 보건복지부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3조3513억3700원이 투입됐다. 여기엔 보육ㆍ요양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 17만명 충원이 포함됐다. 이중 ‘공공일자리 확충’ 예산이 전년도 1조4485억원에서 올해 1조9068억원으로 31.6%로 크게 뛰었다. 2017년 신설된 ‘사회적경제 활성화’ 예산은 305억원에서 올해 475억원으로 55.5%가 올랐다. 이에대해 예산정책처는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지원제도가 분산되어 비효율을 야기함에 따라 정부는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나, 이에 앞서 통합 지원체계에 포함될 사회적경제 기업의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혁신형 창업 촉진’(1조1799억원→8781억원)과 ‘지역일자리 창출’(4827억원→4455억원)은 예산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었다.
이같이 막대한 예산을 운용했는데도 별다른 성과가 없는 이유는 뭘까.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양산한 일자리들이 ‘양적 지표’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예산정책처는 분석자료에서 “공공 고용서비스는 주로 실직으로 인한 구직자 서비스로 이루어져 청년층에게 미흡한 수준이며, 공공 고용서비스를 통한 취업은 저임금일자리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취업)유발효과가 높은 업종에 대해 재정투자를 확대할 수 있지만 이는 노동생산성이 낮은 저임금 일자리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예산정책처가 공식 자료에서 정부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할 땐 다소 ‘톤다운’ 하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민간 전문가들의 비판은 더욱 신랄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를 만드는 플랫폼(기업)에 돈을 써야 하는데, 엉뚱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드는데 정작 정부는 규제를 만들고 법인세를 올리고 노조에 힘을 실어주니 일자리가 더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도 “고용문제 해결을 재정에만 의존하는 건 단기적 응급치료에 불과하다”며 “장기적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좀비 기업만 양상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유성운ㆍ윤성민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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