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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밉보인 죄! 태평양 작은 섬나라 팔라우가 텅 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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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 남동쪽 바다에 위치한 팔라우의 에메랄드빛 바다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중앙포토]

34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 남동쪽 바다에 위치한 팔라우의 에메랄드빛 바다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중앙포토]

중국의 외교 보복으로 태평양의 섬나라 팔라우의 관광산업이 초토화됐다. 대만과 수교를 맺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구 2만1000명 불과한 팔라우 #대만 단교 않는다고 관광 금지 #해변 텅텅 비고 투자자도 철수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 체계를 배치한 한국에 관광 금지로 보복한 것과 같은 상황이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팔라우 단체 관광을 금지하면서 팔라우가 텅텅 비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호텔은 비었고 여행사는 문을 닫았으며 투어 보트는 놀고 있다”며 “중국과 대만의 줄다리기 사이에 낀 팔라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팔라우는 대만과 수교한 전 세계 18개국 중 하나다. 중국과는 외교 관계가 없다. 중국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중국·대만과 동시에 수교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팔라우 관광을 불법화하면서 본격적인 압박을 시작했다. 자국 여행사에 “승인되지 않은 지역을 대상으로 한 단체관광 광고는 불법”이라고 경고하면서 미수교국인 팔라우를 승인 지역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인구가 2만 1000여 명에 불과한 팔라우는 관광산업에 크게 의존하는데 관광객의 절반은 중국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팔라우 관광객 12만2000명 중 5만5000명이 중국인, 9000명이 대만인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조치로 유커가 사라지면서 해변에서 인적은 사라졌고, 호텔도 휴업 상태다. 팔라우 퍼시픽 항공은 8월 말부터 4시간 거리인 중국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투자도 완전히 끊겼다.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해변에 건설 중이던 호텔도 공사가 중지된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이전에도 관광을 외교수단으로 사용해왔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사드 보복을 예로 들면서다.

특히 중국은 2016년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당선된 뒤 대만과 외교관계를 유지하는 나라들을 강하게 압박해 왔다. 이를 이기지 못한 아프리카의 섬나라 상투메프린시페는 지난해 말 대만과 단교하기도 했다.

그러나 팔라우는 강경하다. 토미 레멩게사우 팔라우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기를 원하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하나의 중국’ 원칙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중국으로부터의 투자와 관광객은 환영하지만, 현 행정부의 원칙과 민주적 이상은 대만과 더욱 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에도 “팔라우는 법치국가이며, 민주주의 국가다. 우리는 스스로 결정한다”며 중국의 압박에 맞섰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팔라우에 대한 관광 보복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이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전제 조건이자 정치적 기초”라고 답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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