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비서에게 성폭행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가 선고된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와 피해자인 비서 김지은(33)씨 간의 법적 공방이 2라운드에 접어들게 됐다. 검찰이 20일 안 전 지사에게 내려진 무죄 판결이 부당하다고 법원에 항소했기 때문이다.
檢 "법리 해석 잘 못하고, 사실도 제대로 판단하지 않아" #"새 증거 없이 1심 뒤집기 어려워" VS "여론 무시 못할 것"
서울서부지검은 ‘안희정 사건’의 1심 판결을 내린 서부지법에 이날 항소장을 제출하고 “1심 재판의 법리오해·사실오인·심리미진 등 세 가지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우선 ‘법리오해’의 근거로 대법원의 여러 판례를 들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보다 위력이 더 없어 보이는 경우에도 위력을 인정해 유죄로 판결해 왔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건은 명백하게 위력이 인정되고, 위력으로 간음한 것도 인정되는데 법윈에서 위력을 너무 좁게 해석해 기존 대법원 판례와도 취지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실오인'에 대해 검찰은 “안 전 지사 측 이야기는 검증 없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김씨 진술은 피해자가 보일만한 행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한 것이 많다. 이 부분을 항소심에서 다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심리위원으로 재판에 참여한 사람 중에 피고인 쪽에서 요청한 위원들이 일부 포함돼 있어 공정성·전문성에 의심이 간다"며 "심리가 미진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14일 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 조병구)는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거론되며,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의 임명권을 가진 것을 보면 위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개별 공소사실을 두고는 전반적인 사정을 고려할 때 김씨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이 1심 재판에 항소하면서 법리적 다툼은 2심 재판이 진행되는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2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안 전 지사가 위력을 이용해 김씨를 성폭행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 될 전망이다. 재판부가 두 사람 사이에 위력이 존재하는 건 인정한 만큼 검찰은 항소심에서 김씨 피해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추가 증거를 찾거나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김씨의 진술을 뒷받침할만한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1심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영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력에 의한 간음이라는 게 장애인·미성년자가 아닌 이상 처벌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위력을 행사해 간음하려고 한 정황이나 피해자가 방을 뛰쳐나가는 등 강하게 거절하려고 한 새로운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재판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는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로 받아들여질 새로운 증거나 정황들이 나와 사실오인이 인정되면 2심 재판부가 위력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다르게 할 여지도 없지는 않다”면서도 “검찰은 현재 보관 중인 증거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한 후 의미 있는 증거를 찾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여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노영희 변호사(법무법인 천일)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후 여성들이 모여서 집회하는 등 여론이 상당히 좋지 않다. 재판부가 여론의 영향을 안 받는다고 해도 이런 사회 분위기를 무시한 채 판결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