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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22세 국내 최연소 박사 탄생 "학원 싫어 대학까지 독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최연소 박사 타이틀을 차지한 UST 유효정 씨. 연구 외엔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하는 게 유일한 취미란다. 하루 2시간반을 운동한다고. '결혼은?'이라고 물었다가 '너무 많이 나가신 것 아닌가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남자친구도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단다. 만 23세도 안된 '아가씨'라는 걸 그새 깜빡 잊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내 최연소 박사 타이틀을 차지한 UST 유효정 씨. 연구 외엔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하는 게 유일한 취미란다. 하루 2시간반을 운동한다고. '결혼은?'이라고 물었다가 '너무 많이 나가신 것 아닌가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남자친구도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단다. 만 23세도 안된 '아가씨'라는 걸 그새 깜빡 잊었다. 프리랜서 김성태

UST, 유효정 씨, 22년 8개월 만에 박사 학위 취득

국내 최연소 박사 기록이 경신됐다. 이달 말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캠퍼스를 졸업하는 유효정(사진) 씨가 그 주인공이다. 유 씨는 1995년 12월28일생이다. 만 나이로 아직 22세 8개월이다. 지금까지 최연소 기록은 정근모(79) 전 과학기술처 장관이다. 1939년생인 정 전 장관은 만 23년 5개월이던 1963년 2월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응용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 전 장관이 최연소 박사 기록을 세운 지 55년 만에 깨진 기록이다. 지난 17일 대전의 한 카페에서 어렵게 유 씨를 만났다. 유 씨는 본인을 드러내기도, 주위의 관심을 받는 것도 무척 부담스러워 했다.

축하한다. 55년 만에, 그것도 정근모 전 과기처 장관이 세운 기록을 깬 최연소 박사 기록이다.
전혀 몰랐다. 그리고 그게 그렇게 축하받을 일인지도 잘 모르겠다. 아무런 느낌이 없다. 이제 출발점에 선 것일 뿐. 남들보다 빨리 이 자리에 선 것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어 (진로에) 고민이 많을 뿐이다. ” (유 씨의 대답이 너무 ‘쿨’해 말문이 막혔다. 정 전 장관은 경기중ㆍ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한 후 고교 생활 4개월 만에 월반, 서울대에 차석으로 합격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를 석ㆍ박사과정을 3년 만에 마치고 24살의 나이에 플로리다대 교수가 됐다. 당시 정 전 장관은 ‘꼬마 교수’(Boy Professor)로 불렸다고 한다.)
중ㆍ고교 과정과 대학 학부 과정을 독학으로 끝냈다고 들었다. IQ(지능지수)를 물어봐도 되나.
IQ를 재 본 적이 없다. 스스로 뛰어나다고 생각해본 적도 전혀 없다. 독학으로 공부한 것은 뛰어나서가 아니라, 숙제하고, 학원 가고 남들과 경쟁하는 것이 싫어서였다. 초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보다 느렸다. 성적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반에서 중간 정도였다. 하지만 혼자 꾸준히 하는 것은 잘할 수 있었다. 엄마도 주변에서 ‘원석을 다듬으려고 하지 말고 내버려 둬라’는 조언을 듣고 저에게 ‘독학’을 권유했다.(유 씨는 2007년 2월, 또래와 같은 나이에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독학으로 공부해 1년 6개월 뒤인 2008년 8월 중졸 자격 검정고시, 또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09년 4월 고졸 자격 검정고시에 각각 합격했다. 이어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1년 2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학점 은행제를 통해 이학사(전자계산학 전공)를 취득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4년여 만에 학사 학위까지 받은 것이다.)
 유효정 박사는 젊지만 수도승 같은 연구자다. 인터뷰를 고사하던 유 박사를 어렵게 대전의 한 카페로 불러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유효정 박사는 젊지만 수도승 같은 연구자다. 인터뷰를 고사하던 유 박사를 어렵게 대전의 한 카페로 불러냈다. 프리랜서 김성태

당시에 어떻게 공부했나.
매일 아침 8시 반에 집 앞 도서관에 가서 밤 10~12시까지 공부했다. 남들이 지겹지 않았냐고 그러는데, 그런 건 몰랐다. 다만 혼자 공부하다 보니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좀 더 쉽게 공부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 각 학년의 과정을 빨리 마치고,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과정의 성취감들이 큰 원동력이 된 것 같다. 
UST는 어떻게 알게 됐나. 
석박사 과정은 남들보다 더 오래 걸렸다.생명정보학을 전공해보고 싶었는데, 인터넷으로 적당한 대학원을 찾다보니 UST를 알게 됐다. 코스웍 과정은 4년이지만 굳이 빨리할 이유가 없어 천천히 했다. 64학점이면 이수가 되는데 80학점을 들었다. 2016년에는 두 번째 논문이 SCI급 학술지에 게재되면서 졸업요건도 갖춰졌다. 하지만 더 공부하고 싶어서 논문을 두 편 더 썼다. 작년 말이 되니 ‘이제 졸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졸업 사정 절차를 밟았다. (유 씨는 2011년 2월 만 15세로 UST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앞으로 뭘 하고 싶나.
여태껏 해오던 것처럼 계속 연구를 하고 싶다. 포스닥(박사후 연구원)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과 데이터 분석이 내 전공이다. 연구도 논문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신약 개발이라든지 실제로 다른 사람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과를 내보고 싶다.

대전=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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