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방부 ‘군복무 학점제’ 재추진에 여성단체 “역차별”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주석(앞줄 오른쪽 다섯번째) 국방부 차관이 20일 육군회관에서 12개 대학 총장 및 학교 주요관계관이 참석한 가운데 '군 복무경험 학점인정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주석(앞줄 오른쪽 다섯번째) 국방부 차관이 20일 육군회관에서 12개 대학 총장 및 학교 주요관계관이 참석한 가운데 '군 복무경험 학점인정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가 20일 과거 여성계 등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던 ‘군 복무 학점 인정제’에 다시 발동을 걸었다. 정부는 이제는 국민 여론이 긍정적이라 도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여성단체와 장애인단체 등은 '차별'로 반발하기 시작해 찬반 공방이 재점화되고 있다.

국방부, “미국 등 해외에서 이미 시행 중… 미복무자 차별과 거리 멀어”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서주석 국방차관과 12개 대학 총장 및 학교 주요관계자가 참석해 ‘군 복무경험 학점인정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참여한 대학은 강원도립대·건양대·경기과학기술대·경인교육대·구미대·극동대·대구보건대·대덕대·대전대·상지영서대·인하공업전문대·전남과학대 등 12개 대학이다.

국방부는 이들 대학과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연내 학점인정과목과 학점수, 인정절차, 학칙 개정안 등을 마련한 뒤 내년 1학기부터 학점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번 제도로 내년부터 군 복무 중인 대학생 1만여 명이 6~9학점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회봉사나 리더십 등 군 복무 중 축적되는 개인의 교육적 경험을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해 학점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장병들은 군 복무 중 국토방위의 임무와 함께 대민 지원 활동도 한다.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장병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중앙포토]

장병들은 군 복무 중 국토방위의 임무와 함께 대민 지원 활동도 한다.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장병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중앙포토]

하지만 장애인 단체 및 여성 단체는 반대 입장을 뚜렷이 하고 있다. 군 가산점제의 위헌결정 원인으로 지목된 평등권 침해 및 비례원칙 위반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혜택에서 어쩔 수 없이 배제되는 소외계층이 있다면 차별을 통해 보상하는 개념에선 변함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군 복무 학점제에서 배제된 계층에 대한 보완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여성과 장애인뿐 아니라 고졸 학력으로 군 복무를 한 남성도 역차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군 복무 학점 인정제는 박근혜 정부가 도입에 나섰다가 실패한 전력이 있다. 2014년 12월 민관군 병영문화 혁신위원회는 군 복무자 전원에게 대학 학점 9학점을 주도록 정부에 권고했고, 국방부도 2016년 공청회를 여는 등 해당 제도를 추진했다. 당시 학외 연수활동에 대한 학점 부여 형식으로 군 복무를 6학점 이내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군 가산점제의 ‘아류작’이라는 비판이 힘을 얻으면서 정부는 뜻을 접었다.

 2017년 11월 경기도 여주시에서 열린 육군의 K-2 전차 훈련[중앙포토]

2017년 11월 경기도 여주시에서 열린 육군의 K-2 전차 훈련[중앙포토]

국방부는 이번엔 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군 복무 학점 인정제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데다 국민 여론도 우호적으로 돌아섰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국방부는 여론전에 나섰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군 복무 경험 학점인정'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해 평균 71% 이상이 '적절 또는 찬성'으로 응답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 제도가 시행됨으로써 미복무자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대다수(67%)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또 해외사례를 봐도 군 복무 학점 인정제가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군 경력 인증서(VMET·Verification Military Exercise & Training) 제도가 대표적이다. 군 경험과 군에서 받은 교육 훈련을 대학 학점이나 돈으로 환산하는 제도가 이미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기존에 인정받지 못한 학습경험을 제도 정비를 통해 인정하는 것”이라며 “과거 군 복무 가산점 논쟁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졸 병사의 경우 취업지원 등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11월 교육부의 고등교육법을 개정하면서 제도 정비에 나섰다. 모든 대학이 학칙에 따라 학교 밖의 학습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되면서 군 복무경험도 대학의 판단에 따라 학점 인정이 가능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12개 대학과 실제 업무협약까지 이르렀다는 건 과거 논의보다 진일보한 것”이라며 “군 복무 제대군인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