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송영길·김진표·이해찬(기호순) 의원의 17개 시·도당대회 합동 순회 연설이 지난 18일 서울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세 후보는 당 대표로서 어떤 메시지에 가장 집중했을까. 중앙일보는 세 후보의 16차례 순회 연설문을 분석해 봤다. 시중에서 사용되는 프로그램으로 사용한 형태소의 빈도수를 파악했다.
김진표 후보는 ‘경제’, 이해찬 후보는 ‘동지’, 송영길 후보는 자신의 이름인 ‘송영길’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출마 선언 기자회견부터 ‘유능한 경제정당, 경제 당 대표’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김 후보는 ‘경제’란 단어를 총 305회 언급했다. 실제 그는 공개 연설뿐만 아니라 기자간담회 등 자리에서도 ‘경제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9일 전국 순회 연설을 마친 뒤에도 “전국을 돌면서 느낀 건 경제가 참 어렵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해찬 후보는 ‘동지’라는 단어를 119회 언급했다. ‘저’ ‘만들다’ ‘여러분’과 같이 연설에서 통상적으로 쓰거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단어는 제외한 결과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캠프의 황창화 대변인은 “민주당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그러한 당 정체성을 강조하려는 후보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며 “과거 김대중(DJ) 대통령께서도 연설 시작 때마다 ‘당원 동지’를 언급하셨는데, 그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영길 후보가 가장 많이 꺼낸 단어는 자신의 이름 석 자였다. 총 152회 언급했다. 세대교체론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이 후보나 노무현 정부 경제부총리·교육부총리를 지낸 김 후보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는 인식이 깔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해찬 후보도 자신의 이름을 92회 언급해 사용빈도 4위였다. 김 후보가 사용한 단어 중 ‘김진표’는 81회(10위)로 상대 후보들보다는 빈도가 낮았다.
세 후보가 공통으로 많이 언급한 단어는 ‘대통령’이었다. 김 후보는 115회(6위), 이 후보는 84회(7위), 송 후보는 124회(2위)였다. 세 후보 모두 이번 선거를 앞두고 ‘문심(文心)’에 호소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탓이다.
‘당심(黨心)’에 호소할 때 많이 쓰이는 ‘민주당’ ‘당원’ 등의 단어도 후보마다 상위권에 올랐다. ‘민주당’의 경우 송 후보가 102회(4위)로 가장 많았고, 이 후보가 86회(6위)로 그다음이었다. 김 후보는 ‘당원’을 123회(5위) 언급했다.
각 후보의 단어 사용빈도에서는 각 후보가 강조하고픈 점도 확연히 드러난다. 세대교체와 세대통합 이미지를 강조하는 송 후보는 ‘새로운’(75회) ‘통합’(58회) 등의 단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평소 당내에서 보수·관료 이미지를 가진 김 후보는 ‘개혁’(146회) ‘혁신(110회)’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민주당 20년 집권 플랜’을 공약으로 내놓은 이 후보는 ‘총선’(61회) ‘집권’(57회) 등의 단어를 많이 썼다.
대야(對野) 인식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드러났다. 김 후보는 ‘야당’(47회)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한 반면, 이 후보는 ‘적폐’(30회) ‘수구’(30회) 등을 언급했다. 송 후보의 경우 ‘적폐’(16회)라는 단어를 썼지만, 그 빈도가 낮았고, 그 외 야권을 지칭하는 단어는 거의 없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