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이 어떻게 자랐을지…” 생이별한 자식 만나는 상봉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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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오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금강산에서 만날 아들을 생각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오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금강산에서 만날 아들을 생각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일 금강산에서 이뤄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유일하게 모자 상봉을 앞둔 이금섬(92) 할머니는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남쪽으로 피난하는 배에 홀로 오르면서 가족과 65년간 생이별했다. 당시 남편과 아들은 순서가 밀려 배를 타지 못했다.

4살이던 아들을 만나게 된 이 할머니는 “살았겠나 죽었겠나 했는데 소식을 들으니까 ‘아 살았구나’ 했다. 엄마 없이 어떻게 자랐는지 아빠가 어떻게 키웠는지, 71살 되도록…”이라며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21차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1차 상봉 대상자인 유관식(89) 할아버지와 가족들이 인터뷰 중 가족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21차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1차 상봉 대상자인 유관식(89) 할아버지와 가족들이 인터뷰 중 가족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유관식(89) 할아버지는 처음 보는 67세 딸을 위해 양갱을 챙겼다. 유 할아버지는 부인과 헤어졌을 당시엔 딸을 임신한 상태인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했다.

유 할아버지는 “통지가 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 딸이 태어났구나.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며 “이번 기회는 정말 기적이다. 내 생에 제일 기쁜 일이다”라고 말했다.

유 할아버지는 딸이 이웃에게 선물할 수 있게 여성용 내복과 화장품도 여럿 준비했다. 영양제는 물론 손주를 위해 과자 등도 가방에 넣었다.

유 할아버지의 아들은 “(아버지가) 지금은 안정을 찾으셨는데 딸이 아버지도 없이 혼자 자라느라 고생했을 생각에 가슴 아파서 힘들어하셨다”고 전했다.

이산가족들이 고령이라 이번 상봉 행사에 참여하는 89명의 남측 가족 중 부모와 자식 간의 상봉은 7가족에 불과하다. 형제자매를 만나게 된 상봉자들도 있지만, 사촌이나 조카 같은 친척을 만나는 경우가 상당수다.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상봉행사에서 가족들은 모두 여섯 번 만나고 11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둘째 날 점심을 객실에서 개별상봉 형식으로 진행하도록 해 가족끼리만 오붓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20~22일 남측 이산가족들이 북측 가족과 만나는 1차 상봉행사가 끝나면 이어 24~26일에는 북측 이산가족 83명이 남측 가족들과 만나는 2차 상봉 일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속초=공동취재단,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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