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강산에서 이뤄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유일하게 모자 상봉을 앞둔 이금섬(92) 할머니는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남쪽으로 피난하는 배에 홀로 오르면서 가족과 65년간 생이별했다. 당시 남편과 아들은 순서가 밀려 배를 타지 못했다.
4살이던 아들을 만나게 된 이 할머니는 “살았겠나 죽었겠나 했는데 소식을 들으니까 ‘아 살았구나’ 했다. 엄마 없이 어떻게 자랐는지 아빠가 어떻게 키웠는지, 71살 되도록…”이라며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유관식(89) 할아버지는 처음 보는 67세 딸을 위해 양갱을 챙겼다. 유 할아버지는 부인과 헤어졌을 당시엔 딸을 임신한 상태인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했다.
유 할아버지는 “통지가 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 딸이 태어났구나.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며 “이번 기회는 정말 기적이다. 내 생에 제일 기쁜 일이다”라고 말했다.
유 할아버지는 딸이 이웃에게 선물할 수 있게 여성용 내복과 화장품도 여럿 준비했다. 영양제는 물론 손주를 위해 과자 등도 가방에 넣었다.
유 할아버지의 아들은 “(아버지가) 지금은 안정을 찾으셨는데 딸이 아버지도 없이 혼자 자라느라 고생했을 생각에 가슴 아파서 힘들어하셨다”고 전했다.
이산가족들이 고령이라 이번 상봉 행사에 참여하는 89명의 남측 가족 중 부모와 자식 간의 상봉은 7가족에 불과하다. 형제자매를 만나게 된 상봉자들도 있지만, 사촌이나 조카 같은 친척을 만나는 경우가 상당수다.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상봉행사에서 가족들은 모두 여섯 번 만나고 11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둘째 날 점심을 객실에서 개별상봉 형식으로 진행하도록 해 가족끼리만 오붓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20~22일 남측 이산가족들이 북측 가족과 만나는 1차 상봉행사가 끝나면 이어 24~26일에는 북측 이산가족 83명이 남측 가족들과 만나는 2차 상봉 일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속초=공동취재단,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