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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오이소배기’가 먹고 싶다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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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입맛이 도통 살아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시원한 물에 밥을 말아 오이소박이랑 먹는 것도 별미다. 오이소박이는 향긋한 오이 향과 아삭아삭한 식감으로 떨어진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다. 오이는 수분 함량이 많아 여름철 수분 공급에도 좋고 비타민K가 많아 뼈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그런데 오이소박이를 먹으면서 늘 궁금한 게 있다. ‘오이소박이’ ‘오이소배기’ 어느 것이 바른 표기인지 헷갈린다. ‘오이소배기’뿐 아니라 ‘오이소백이’나 ‘오이소바기’ 등으로 쓰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발음이 비슷해 어느 것으로 적어야 할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오이소박이’만이 맞는 표기다.

‘-박이’는 무엇이 박혀 있는 사람이나 짐승·물건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점박이’ ‘차돌박이’ ‘금니박이’ 등처럼 쓰인다. ‘오이소박이’를 뜯어보면 ‘오이+소+박이’의 구조로 돼 있다. 오이를 갈라 파·마늘·고춧가루·부추 등을 섞은 소를 박아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박이’가 붙은 것이다.

‘-박이’는 ‘장승박이’처럼 무엇이 박혀 있는 곳이라는 뜻을 더하거나 또는 한곳에 일정하게 고정돼 있다는 의미를 더하는 접미사로도 쓰인다.

‘-배기’는 어린아이의 나이를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그 나이를 먹은 아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쓰인다. ‘한 살배기’ ‘세 살배기’ 등이 이런 경우다. 그런 물건이나 사람이란 뜻을 더하기도 한다.  ‘진짜배기’ ‘생짜배기’가 이런 예다. 또한 그것이 들어 있거나 차 있음의 의미를 더하는 접미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나이배기’ ‘알배기’가 그렇다.

‘-백이’ ‘-바기’는 발음이 비슷해 잘못 쓰이는 경우다. 따라서 ‘오이소백이’나 ‘오이소바기’ 역시 바른 표기가 아니다.

‘-박이’와 ‘-배기’가 헷갈린다면 ‘오이소박이’ ‘점박이’처럼 무언가 ‘박다’는 뜻이 들어 있으면 ‘-박이’를, 그렇지 않으면 ‘-배기’를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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