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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려도 휘어도 굽혀도 'OK'...소프트 전자기기 미래 대세로 자리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전자회로를 붙인 팔을 움직이자 로봇팔이 이를 따라 한다. 휘고 늘려도 전자회로는 작동을 멈추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찔러도 처음 상태 그대로다.

미래 전자기기 시장을 주도할 차세대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쎙 슈 교수 연구팀은 종이처럼 접을 수 있고 실리콘처럼 늘릴 수 있는 전자회로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전자회로 실리콘 4겹을 쌓아 올렸다.

미국 캘리포니아대가 개발한 소프트 전자회로. 손으로 휘어도 작동한다. [사진 미 캘리포니아대]

미국 캘리포니아대가 개발한 소프트 전자회로. 손으로 휘어도 작동한다. [사진 미 캘리포니아대]

블루투스 통신 기능을 가진 전자회로를 통해 로봇팔을 조절할 수 있다. 사람 팔이 붙이고 팔을 움직이자 로봇팔이 이를 따라 한다. 쎙 슈 교수는 “인체에 부착해야 하는 전자기기나 미래 전자제품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로는 3D 나노 프린터를 활용해 만들었다.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전자(nature electronics)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대형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늘리거나 휠 수 있는 소프트 전자회로 기술은 인체에 부착하는 센서 등 미래 웨어러블 기기에 필수적”이라며 “쌓아 올리는 구조를 통해 성능을 높인 기기들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프트 전자회로는 날카로운 물체로 찔러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사진 미 캘리포니아대]

소프트 전자회로는 날카로운 물체로 찔러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사진 미 캘리포니아대]

모바일 폴더블 기기를 만들기 위해선 접을 수 있는 배터리도 필수다. 뉴욕주립대 최석헌 박사 연구팀은 특수 세균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종이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세균 중 일부는 세포 밖으로 전자를 내보내는데 이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전자를 내보내는 세균을 전자방출균(exoelectrogen) 이라고 부른다. 연구팀은 “종이 배터리로는 계산기를 작동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 전자회로는 힘을 줘서 늘려도 정상 작동한다. 늘리기 전과 후를 비교한 모습. [사진 미 캘리포니아대]

소프트 전자회로는 힘을 줘서 늘려도 정상 작동한다. 늘리기 전과 후를 비교한 모습. [사진 미 캘리포니아대]

국내에서도 소프트 전자회로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고상근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휘어져도 작동하는 액체금속을 활용한 전자회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액체 금속 100㎛(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를 잡고 늘이는 과정을 통해 2㎛ 크기로 줄였다. 이렇게 줄인 액체 금속으로 전자회로를 만들어 굽히거나 잡아당기는 등 외부 변형을 가해도 전기가 흘렀다. 고상근 교수는 “접히는 디스플레이와 센서를 비롯해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주립대가 개발한 종이 배터리. 세포 밖으로 전자를 내보내는 세균인 전자방출균(exoelectrogen)을 활용해 만들었다. 계산기를 작동할 수 있을 정도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사진 미 뉴욕주립대]

뉴욕 주립대가 개발한 종이 배터리. 세포 밖으로 전자를 내보내는 세균인 전자방출균(exoelectrogen)을 활용해 만들었다. 계산기를 작동할 수 있을 정도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사진 미 뉴욕주립대]

이런 기술들은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전자제품의 단면을 보여준다. 접을 수 있는 폴더블 기기는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은 이르면 내년에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반으로 접을 수 있는 유연한 디스플레이를 갖춘 휴대폰’이라는 특허를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최근 특허 등록했다. 화웨이 등 중국 IT 기업도 폴더블폰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폴더블폰을 시작으로 가까운 미래에는 폴더블 TV와 폴더블 컴퓨터 등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폴더블 가전기기에 목을 매는 이유는 스마트폰 등 상용화된 제품으로 시장 혁신을 일으킬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폴더블폰을 시작으로 폴더블 기기가 등장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가전제품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폴더블폰 판매량이 내년 70만대를 시작으로 2021년 3040만대, 2022년 5010만대로 늘 것으로 예상한다. 전체 스마트폰에서 차지하는 폴더블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6%, 2022년 2.5%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특허도 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접고 펼 수 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관련 출원은 최근 들어 크게 증가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관한 특허 출원 건수는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간 276건으로 조사됐다. 이중 최근 3년간 특허 출원 건수는 219건으로 나타났다. 출원인별로는 엘지디스플레이가 94건(34.1%), 삼성디스플레이 80건(29.0%), 삼성전자 23건(8.3%), 엘지전자 17건(6.2%) 순이었다. 김종찬 특허청 디스플레이기기심사팀장은 "폴더블 스마트폰은 침체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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