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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그녀에게 바치는 ‘숭배·기다림’의 꽃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류아은의 플라워클래스(20)

해바라기 포인트 행잉플라워. [사진 류아은]

해바라기 포인트 행잉플라워. [사진 류아은]

어릴 적 여름방학 숙제로 그림 그리기를 하면 매번 해바라기를 그렸던 기억이 있어요. 왠지 모르게 여름만 되면 해바라기가 절로 생각이 났던 걸까요? 제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시골 마을에는 여름이면 꽃과 나무, 매미가 하모니를 이루는 아름다운 곳이었는데요, 해바라기가 유독 키가 크고 색이 강렬했던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요즘 꽃시장에서 자주 마주하는 여름꽃 중 하나가 바로 해바라기예요. 그래서 요즘 플라워 클래스 시간에도 한 번씩은 꼭 사용하는 꽃이기도 하죠. 제 수강생뿐만 아니라 고객에게도 추천하는 꽃 중의 하나이기도 해요.

얼마 전 어떤 남성이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여성에게 꽃 선물을 하고 싶은데 어떤 꽃을 할지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장미, 리시안서스 등 예쁜 꽃이 많았지만 해바라기는 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해바라기를 추천해드렸죠. 그랬더니 그분이 놀라면서 “해바라기로도 꽃다발을 만들 수 있나요?” 하길래 예쁘게 만들어 드려보겠다고 했어요.

해바라기 꽃다발 전체 샷. [사진 류아은]

해바라기 꽃다발 전체 샷. [사진 류아은]

해바라기를 돋보이게 하고 싶어서 여러 소재와 함께 과하지 않게 그냥 툭 묶어서 자연스러운 다발을 만들었더니 독특하고 멋스럽다고 좋아하셨어요. 꽃말도 살짝 알려드렸어요. ‘숭배, 기다림’이라는 의미가 있다고요.

지금껏 기다림이 좋은 결실이 되어 예쁜 커플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추천했던 해바라기. 꼭 좋은 소식 있으면 데이트하는 길에 한 번 들러주시면 작은 꽃다발 하나 선물하겠다고 말씀드리고 기분 좋은 하루 마무리했네요.

매력 덩어리, 해바라기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볼게요.

햇빛을 받은 해바라기 꽃다발. [사진 류아은]

햇빛을 받은 해바라기 꽃다발. [사진 류아은]

해바라기란 중국 이름인 향일규(向日葵)를 번역한 것이며, 해를 따라 도는 것으로 오인한 데서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다음 유럽에 알려졌고, ‘태양의 꽃’ 또는 ‘황금 꽃’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해요. 향일화(向日花)·산자연·조일화(朝日花)라고도 하며 아무 데서나 잘 자라지만, 특히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랍니다. 높이 2m 내외로 자라고 억센 털이 있어요.

빈센트 반 고흐는 동료 화가인 폴 고갱과 함께 작업하기를 기대하면서 고갱을 위해 작은 집을 빌려 노란색으로 페인트를 칠한 후 해바라기 꽃을 그린 그림으로 장식했어요. 이 작품은 그때 그려진 ‘해바라기’ 연작 가운데 하나로 반 고흐에게 ‘태양의 화가’라는 호칭을 안겨준 중요한 작품이었죠.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노란색 꽃병에 꽂힌 열두 송이의 해바라기에 대해 언급하며 “이것은 환한 바탕으로 가장 멋진 그림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썼어요. ‘해바라기’는 색채, 특히 노란색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작품입니다. 반 고흐에게 노랑은 무엇보다 희망을 의미하며, 당시 그가 느꼈던 기쁨과 설렘을 반영하는 색이었죠. 더불어 대담하고 힘이 넘치는 붓질은 그의 내면의 뜨거운 열정을 드러내 보여줍니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는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뜨겁고 격정적인 자신의 감정을 대변하는 영혼의 꽃으로 그의 짧고 비극적인 삶과 예술을 거울처럼 반영하고 있어요.

해바라기 대형 꽃다발. [사진 류아은]

해바라기 대형 꽃다발. [사진 류아은]

이처럼 해바라기는 예술가들에게도 사랑받는 꽃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까지 지속한 엄청난 무더위에 다들 지치고 힘드실 텐데, 노란 해바라기 한두 송이를 집에 꽂아두고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막바지 무더위를 이겨내시는 건 어떨까요? 저도 오늘도 예쁘고 환한 해바라기 보면서 하루 힘내봅니다.

류아은 바움플라워 대표 baumflower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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