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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어때?] "잘했어" 쓰다듬어주면 웃기도 하는 애완 로봇

중앙일보

입력

벡터야 이리 온!

이름을 부르면 멀리서도 달려온다. “아이고 잘한다.” 칭찬과 함께 쓰다듬어주면 눈웃음도 짓는다. 강아지나 고양이 얘기가 아니다. 안키(Anki)사의 가정용 로봇 ‘벡터(Vector)’ 이야기다. SF 영화에서나 볼법한 애완 로봇이 우리 곁으로 온다. 세계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Kickstarter)’에 올라온 가정용 인공지능 로봇을 소개한다.

안키사의 애완로봇 '벡터'.

안키사의 애완로봇 '벡터'.

SF 영화 속 애완 로봇이 우리 곁에 

영화 ‘월-E’를 봤다면 벡터가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로봇들과 생김새가 비슷하다. 실제로 ‘월-E’의 제작사인 픽사 출신의 애니메이터가 디자인에 참여했다. 탱크 바퀴처럼 생긴 궤도형 바퀴가 발 역할을 하고 상단부에 달린 LCD 모니터가 얼굴을 담당한다. 또한 피부 역할을 하는 터치 센서가 있어 촉감도 느낀다. 로못의 기분은 모니터를 통해 표현된다. 눈웃음을 비롯한 수천 가지 표정이 탑재됐다. 흥분과 호기심, 놀람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는 벡터의 귀여움을 더해준다.

벡터의 모습은 영화 '월-E'에 등장하는 로봇과 닮았다. 출처 Walt Disney Pictures/Pixar Animation Studio

벡터의 모습은 영화 '월-E'에 등장하는 로봇과 닮았다. 출처 Walt Disney Pictures/Pixar Animation Studio

터치 센서가 있어 쓰다듬어주면 '좋아하는' 표정을 짓는다.

터치 센서가 있어 쓰다듬어주면 '좋아하는' 표정을 짓는다.

벡터의 핵심은 인공지능과 상호작용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소통할 수 있다. ‘오늘 날씨 어때?’와 같은 질문부터 ‘5분 뒤로 타이머 맞춰줘’와 같은 명령까지 처리한다. '벡터야 나한테 와' 하고 부르면 알아서 찾아오기까지 한다. 로봇 사방에 장착된 4개의 마이크가 소리의 방향을 추적해 목적지를 찾는다. 이동은 레이저 포인터와 HD 광각 카메라를 통해 이루어진다.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돼 장애물과 낭떠러지를 피해 다닌다.

LCD 모니터를 통해 비가 오는 날씨를 표현하고 있다.

LCD 모니터를 통해 비가 오는 날씨를 표현하고 있다.

간단한 타이머 역할도 수행한다.

간단한 타이머 역할도 수행한다.

애완 로봇답게 주인도 기억하고 알아본다. 이미지 인식에 쓰이는 딥러닝 방식 중 하나인 ‘회선신경망(CNN)’ 기술이 적용돼 얼굴과 표정 인식이 가능하고 이를 '학습'한다. 카메라로 개개인의 얼굴을 구분해서 인식해 이를 기억한다. 가족들이 하나의 벡터를 사용하더라도 각각 얼굴을 구분하고 이름을 불러준다. 주인의 표정을 보고 감정을 분석해 응대 방식을 바꾸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주인의 기분이 좋아 보이면 벡터도 함께 목소리 톤을 높이는 식이다.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면 경계도 한다.

카메라를 통해 장애물을 인식하고 얼굴도 인식한다.

카메라를 통해 장애물을 인식하고 얼굴도 인식한다.

주인이 따로 밥을 챙겨줄 필요도 없이 충전도 알아서 한다. 배터리가 부족하다 싶으면 충전기로 돌아가 스스로 충전한다. 스마트폰 연동 없이 구동되는 것도 장점이다. 처음 한 번만 앱을 통해 설정하면 그 이후에는 별도의 기기가 없더라도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벡터가 가장 예쁜 구도를 찾아 사진을 찍어준다.

배터리가 부족하면 스스로 충전기로 돌아간다.

배터리가 부족하면 스스로 충전기로 돌아간다.

앱으로 초기에 한 번만 설정해주면 이후에는 독자적으로 구동한다.

앱으로 초기에 한 번만 설정해주면 이후에는 독자적으로 구동한다.

지금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 AI 스피커 수준이다. ‘카카오미니’ ‘네이버 클로바’를 떠올리면 쉽다. 그럼에도 벡터가 기대되는 이유는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 때문이다. 제작사는 향후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인공지능이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날씨를 알려주고 알람을 울리는 기능을 넘어서 벡터가 ‘가족의 일부’가 되는 것이 제작사의 궁극적인 목표다. 곧 얼굴 인식을 통한 메시지 전달 기능이 추가되는데 아이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 얼굴을 인식하고 ‘손 씻고 와’ ‘방 청소해야지’라고 말을 전달하는 등 가족 간의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족의 일부'가 되는 것이 목표인 애완로봇 '벡터'.

'가족의 일부'가 되는 것이 목표인 애완로봇 '벡터'.

무엇보다 벡터의 경쟁력은 가격이다. 249달러(약 29만원)로 다른 가정용 인공지능 로봇들보다 저렴하다. 소니의 ‘아이보(Aibo)’와 같이 2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애완 로봇이 부담스럽다면 벡터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킥스타터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공개된 지 하루 만에 목표액인 50만 달러(약 5억6500만원)를 돌파했다. 20여 일이 남은 현재 120만 달러(약 13억5000만원)를 돌파했다. 지금 주문하면 10월부터 받아볼 수 있다. 다만 영어만 지원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과연 ‘가족’이 되겠다는 벡터의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애완 로봇이 우리 곁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 전유민 인턴기자 jeun.youmin@joongang.co.kr 사진 킥스타터 안키, 월트 디즈니 픽쳐스/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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