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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의 인간혁명]마블의 과학① 아이언맨의 아크 원자로

중앙일보

입력

『SF(science fiction)? SF(social fiction)!』

마블 영화에서 토니 스타크는 아크 원자로를 가슴에 달고 아이언맨이 된다. [영화 아이언맨]

마블 영화에서 토니 스타크는 아크 원자로를 가슴에 달고 아이언맨이 된다. [영화 아이언맨]

1939년 뉴욕에서 열린 만국박람회. 당시 세계 최고의 기업이었던 제너럴모터스(GM)는 ‘퓨처라마(Futurama)’ 프로젝트를 통해 첨단기술을 뽐냈습니다. 풍요로운 미래의 뉴욕을 미니어처로 만들었는데 그 중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무인자동차였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관람객들은 운전자 없이 주행하는 자동차를 매우 신기하게 바라봤죠. 물론 그 때는 무인자동차가 실현될 것이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79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겐 자율주행차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과학기술은 퓨처라마에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발전했죠. 이처럼 인간의 역사에서 과거의 상상이 오늘의 현실이 된 것은 늘상 있는 일입니다.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꿈은 지구 밖까지 펼쳐졌고, 생명공학의 발달로 백세인생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우리가 상상했던 많은 것들이 조만간 실생활에서 쓰이게 될 겁니다.

GM이 만국박람회에서 선보였던 '퓨처라마 프로젝트'. [robbyofearth.com]

GM이 만국박람회에서 선보였던 '퓨처라마 프로젝트'. [robbyofearth.com]

 결국 인간의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상상력’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미래를 그리느냐에 따라 내일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SF는 'Science Fiction(공상과학)'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Social Fiction(사회적 상상력)’이기도 합니다. 과학의 발전은 비단 기술의 발달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인간의 문명 전체를 바꿔놓기 때문이죠. 우리가 얼마나 많은 SF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미래의 모습도 달라집니다.

 ‘인간혁명’은 SF적 상상력이 실제 과학기술과 인간문명의 발전을 이끈다는 측면에서 『SF(science fiction)? SF(social fiction)!』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소통하는 과학자’로 유명한 김상욱 경희대 교수(물리학)와 함께 SF 영화와 소설에 나온 이야기들이 현실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살펴보고 실제 과학이론과의 연관성은 어떤지 따져봅니다.

GM이 만국박람회에서 선보였던 '퓨처라마 프로젝트'. [robbyofearth.com]

GM이 만국박람회에서 선보였던 '퓨처라마 프로젝트'. [robbyofearth.com]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오늘은 ‘마블 영화에 담긴 5가지 과학 코드’를 소개합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재밌게 봤던 아이언맨·스파이더맨·헐크 등 히어로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현실과 미래의 접점을 찾아봅니다. 지금부터 흥미로운 SF의 이야기와 그 안에 담긴 과학적 지식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 보시죠.

마블 영화에 담긴 과학 이론

①아이언맨의 심장 ‘아크 원자로’(핵융합·분열)
②닥터 스트레인지의 시간여행(상대성이론)

③벽을 통과하는 ‘고스트’(입자&파동)
④크기를 내 맘대로 조절 ‘앤트맨’(양자역학)
⑤에너지를 흡수하는 ‘블랙팬서’(압전소자론)

마블 10년 결산 ‘인피니티 워’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마블 영화 시리즈는 국내에서만 1억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 SF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일각에선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정통 SF와 달리 코믹스(만화)를 모태로 했다는 점에서 SF 영화의 범주로 넣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 SF의 개념도 변하는 법, 미래에 대한 과학적 상상력을 모티브로 한다는 점에선 마블 시리즈도 이젠 SF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박상준 서울 SF아카이브 대표)

 더욱이 마블 영화엔 그 동안 SF에서 단골 소재로 삼았던 수많은 과학이론이 등장합니다. 특히 ‘인피니티 워’의 악당 타노스에서 보이는 것처럼 우주의 근원과 지속가능한 지구 등과 같은 심오한 문제도 다루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마블 시리즈는 현존하는 가장 대중적인 SF 시리즈로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마블의 이야기는 방금 소개한 사상 최고의 빌런 타노스에서 시작합니다. 타이탄 행성의 엘리트였던 타노스는 행성의 멸망을 막기 위해 발전된 과학기술을 다운그레이드 하고,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과격한 주장을 펼칩니다. 당시 타이탄 행성은 눈부신 과학문명을 자랑했지만 오히려 지나친 기술의 발전으로 멸망 위기에 몰렸죠. 자원 고갈과 인구 폭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던 타노스는 너무 급진적 입장을 펼치다 행성에서 쫓겨납니다.

마블 영화 최고의 악당 타노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마블 영화 최고의 악당 타노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하지만 얼마 후 타이탄 행성은 타노스의 예상대로 멸망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이탄 행성의 유일한 생존자는 타노스뿐이었죠. 그때부터 타노스는 타이탄에서 있었던 인구 증가와 자원 고갈의 문제를 다른 우주에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하지만 타노스는 전쟁과 학살을 통해 인위적으로 인구를 줄이려고 합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한 행성들을 차례로 쳐들어가 문명을 파괴하고 종족들을 몰살하죠. 그러던 중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면 신과 같은 능력을 얻어 자신의 과업을 한 번에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큰 줄기에서 보면 마블 영화의 핵심 스토리는 우주의 절반을 멸망시키려는 타노스와 이에 맞서는 어벤져스와 히어로들의 이야기입니다. 오딘의 양아들 로키가 타노스의 사주를 받아 지구를 침공하지만 지구인들은 이를 가까스로 막아냅니다. (어벤져스1) 이 때의 충격으로 아이언맨은 외계인의 공격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하지만 오히려 공격을 당해 큰 혼란에 빠지죠. (어벤져스2)

 그 사이 어벤져스의 내부 분열로 히어로들 간의 반목과 갈등이 커집니다.다시 지구 침공 기회를 노리던 타노스는 아스가르드 행성에서 신들의 왕인 오딘이 죽고 그의 딸 헬라와 아들 토르가 싸우는 틈을 타 아스가르드를 파괴하고 지구로 향합니다. 이 때 타노스의 양딸 가모라와 그의 남자친구 스타로드는 타노스의 악행에 맞서 싸웁니다. (차례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토르 라그나로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구에선 타임스톤을 통해 절대악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려는 마법사 스티븐 빈센트, 감마선에 노출돼 초능력을 얻은 브루스 배너 박사, 거미에 물려 초인이 된 스파이더맨, 신비의 금속 비브라늄을 악당으로부터 지키는 와칸다 왕국의 왕자 등이 합류해 타노스의 공격을 막아냅니다. (차례로 닥터 스트레인지, 헐크, 스파이더맨 홈커밍, 블랙팬서)

 여기까지가 지난 10년간 마블 영화의 ‘초간단’ 스토리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이언맨이 있습니다. 그는 지구 최고의 군수업체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오너로 타노스와 전쟁에 사용되는 각종 무기를 만듭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와 스파이더맨의 전자 수트처럼 히어로들이 사용하는 핵심 장비도 그의 손에서 태어났죠. 하지만 아이언맨이 가진 과학기술의 최고 결정체는 바로 그의 심장입니다.

아이언맨의 심장 ‘아크 원자로’(핵융합·분열)

마블 영화에서 토니 스타크는 아크 원자로를 가슴에 달고 아이언맨이 된다. [영화 아이언맨]

마블 영화에서 토니 스타크는 아크 원자로를 가슴에 달고 아이언맨이 된다. [영화 아이언맨]

 아이언맨은 과학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히어로’입니다. 극 중에서 아이언맨, 즉 토니 스타크는 기업가 이전에 과학자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물려준 군수업체를 자신의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키워내죠. 실제로 스타크 역할을 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영화 출연 당시 실존인물인 일론 머스크(테슬라·스페이스X CEO)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 역시 현 시대를 대표하는 과학자이자 기업가입니다.

 무엇보다 스타크는 수명이 5000년인 신 ‘토르’, 초능력을 가진 헐크 등과 달리 평범한 인간의 신체를 가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벤져스의 모든 초인들을 뛰어넘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은 그가 개발한 로봇 수트 때문입니다. 아이언맨 수트만 있으면 그는 우주 공간을 자유자재로 날고 항공모함도 번쩍 들어 올립니다.

 이런 에너지의 원천은 바로 그의 심장에 박혀 있는 ‘아크 원자로’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나오기 때문에 위와 같은 일들을 벌일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아크 원자로’는 과학일까요? 아니면 단순한 상상에 불과할까요?

아이언맨의 가슴 복판에 달린 아크 원자로. [영화 아이언맨]

아이언맨의 가슴 복판에 달린 아크 원자로. [영화 아이언맨]

 영화 속에서 스타크는 ‘아크 원자로’에서 초당 3GW(기가와트)의 에너지를 생산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는 어느 정도의 전력일까요? 보통 국내에 있는 원자로 한 기의 용량은 1GW입니다. 김상욱 교수는 “1GW면 보통 100만 가구를 커버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아이언맨의 ‘아크 원자로’ 하나면 부산 같은 대도시의 전기 사용량과 맞먹는 규모”라고 말합니다. 김 교수의 설명처럼 아이언맨의 원자로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내기 때문에 영화와 같은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럼 ‘아크 원자로’는 과학적으로 가능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은 하지만 지구에선 불가능하다’입니다. ‘아크 원자로’는 핵융합 이론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가벼운 원자의 핵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원자의 핵으로 바뀌면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는데 이를 핵융합 반응이라고 합니다.

 가장 쉬운 예로 태양을 들 수 있죠. 태양은 4개의 수소가 핵융합을 통해 1개의 헬륨으로 변하는데 이 때 남은 질량이 에너지로 변합니다. 이 때문에 태양의 중심은 1억℃ 이상의 초고온 상태를 유지하죠. 이 같은 원리를 응용한 것이 수소폭탄입니다.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선 태양처럼 매우 큰 질량을 가진 물체가 있어야 하고 엄청난 초고온을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손바닥만한 아이언맨의 ‘아크 원자로’는 그런 조건을 갖고 있지 못하죠.

 반대로 핵분열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핵분열은 핵융합과 달리 무거운 원자가 가벼운 원자로 나뉘는 것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게 원자력이죠. 즉, ‘우라늄235’의 원자핵이 중성자를 흡수하면 2개의 다른 원자핵으로 분열하는데 이 때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하죠. 이를 핵분열이라고 합니다. 이때 생긴 엄청난 열로 물을 끓여 증기 터빈을 돌리고 전력을 만들어 내는 게 원자력 발전입니다.

 김상욱 교수는 “핵융합은 엄청난 질량과 초고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언맨의 ‘아크 원자로’로 만들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은 핵분열을 이용해 소형 원전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원자로를 작게 만들더라도 방사능 피폭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아이언맨은 곧바로 죽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현재의 과학기술로 아이언맨은 불가능한 것이죠.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철학

로버트 오펜하이머. [중앙포토]

로버트 오펜하이머. [중앙포토]

 그러나 인간의 과학기술은 언제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왔죠. 과학자들이 쉽게 불가능하다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김상욱 교수는 “현재의 과학 이론과 인간의 인식 능력을 기준으로 불가능할 뿐 미래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 대신 “맹목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보다 그 안에 가치와 철학을 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기술 자체로는 맹목적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 등의 가치 판단에 대대해 인간이 더욱 많이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벤져스에도 비슷한 상황이 묘사됩니다. 아이언맨은 사상 최고의 인공지능 ‘자비스’를 토대로 스스로 생각하는 로봇 ‘울트론’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울트론은 오히려 인간을 멸종시키려고 하죠. 인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로봇에게 그대로 심어졌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원자력도 상반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안전하게 원자력 발전을 사용하면 인간에게 전력을 제공하는 훌륭한 에너지원이지만 원자폭탄처럼 엄청난 인명을 앗아가는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중 한 명인 오펜하이머는 본인의 손으로 원자폭탄을 만들었지만, 실제 전쟁에 사용되는 것을 보고 반전운동가로 변신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한 맹목적 추종이 엄청난 비극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었죠.

 이런 의미에서 김상욱 교수는 과학의 대중화를 강조합니다. 과학자가 실험실에만 쳐 박혀 연구에만 몰두하도록 할 게 아니라, 수시로 대중과 소통하며 과학에 가치와 철학의 옷을 입혀야 합니다. 김 교수는 “시민들이 과학자의 연구를 감시하지 않는다면 언제 또 다시 원자폭탄과 같은 비극이 발생할지 모른다”며 “과학자는 사회와 소통하고, 시민은 그들의 연구를 감시할 의무가 있다”고 말합니다.

 과연 김 교수의 말대로 지금 우리 사회와 과학계는 이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을까요? 오늘 ‘인간혁명’에선 아이언맨의 이야기로 과학과 현실의 경계, 기술과 철학의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다음 시간엔 마블의 다른 히어로들을 통해 더욱 흥미진진한 SF 이야기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홈페이지(https://www.joongang.co.kr/issueseries/1014)

팟캐스트 주소 https://www.joongang.co.kr/Jp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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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 기자는

2005년부터 언론계에 몸담았다. 국회·청와대·교육부 등 출입처를 거치며 시민·미래·인문 분야의 보도에 집중했다. 4차 혁명시대엔 인성역량이 핵심능력이 될 것이란 주제로 ‘휴마트(humanity+smart) 씽킹’이란 책을 냈다. 아울러 다가올 미래를 인문의 관점에서 통찰한 '인간혁명의 시대', 보수 정치사상과 자유주의를 현실에 맞게 적용한 ‘리라이트’ 등을 썼다. 유네스코가 15년마다 주최하는 세계교육포럼 행사에서 세계시민교육을 주제로 기조발표 했다. 중앙인성연구소 사무국장을 겸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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