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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장실은 왜 더러울까? 재미있는 화장실 역사!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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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he Telegraph, Smithsonian Magazine]

[사진 The Telegraph, Smithsonian Magazine]

요새는 소위 '화장실 혁명' 덕에 많이 나아졌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엔 차마 일을 볼 수 없는 공중화장실이 많았다. 위생은 둘째 치고, 프라이버시가 전혀 보장되지 않아 그냥 들어갔다 나오는 일이 종종 있었다.

화장실 수 부족, 관리 미비, 화변기 다수 #2015년부터 화장실 혁명...3조원 투입

왜 중국 화장실은 유독 더러울까. 중국인들도 많이 궁금했나보다. 위챗 공공계정 낭조공작실(浪潮工作室)이 올린 "중국의 공중화장실은 왜 이렇게 더러울까"라는 제목의 글을 소개한다.

[사진 후슈왕]

[사진 후슈왕]

중국 공중화장실의 역사부터 살펴보자.

과거 중국 도시에도 배설물을 처리하는 시설이 있었지만, 물로 배설물을 내리는 지금의 공중화장실은 근대 서방 이민자들이 남긴 유산(?)이다.

청나라 시기, 우리나라도 그랬듯 각 집마다 큰 독 위에 나무 판자 두 개를 붙인 간이 뒷간이 있었다. 독에 인분이 어느 정도 쌓이면 분부(粪夫)들이 가져가 도시 밖 농민들에게 비료로 팔았다.

청나라 말기, 배설물을 치우는 노인 [사진 후슈왕]

청나라 말기, 배설물을 치우는 노인 [사진 후슈왕]

중화민국 시기 후반, 그러니까 1940년대에 법정화폐 가치가 급락하자 분표(粪票)가 경화(금이나 각국 통화로 언제든 바꿀 수 있는 화폐)가 되기도 했다. 분표란, 인분과 맞바꿀 수 있는 티켓으로 화학비료가 없었던 농민들에게 필수품이나 다름 없었다.

1945년 분표 1장의 가치가 45위안에 달했다. 1948년에 이르러서는 분표 1장이 무려 70만위안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분표 [사진 바이두백과]

분표 [사진 바이두백과]

당시 공공장소, 이를테면 차관이나 식당 등에는 건식 화장실이 설치돼 있었는데, 손님들에게 따로 돈을 받지 않고 인분을 팔아 이익을 남겼다고 한다.

하지만 화장실 수가 너무 부족했고 시설도 열악했다. 때문에 일반 백성들부터 고관대작까지 아무데서나 대소변을 보는 습관이 들었다. 더불어 도시에 하수도 시설이 부족해 거리에는 소, 말 같은 가축은 물론 노인, 아이의 대소변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19세기, 중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첫 인상은 '더럽다'였다. 1843년 상하이에 간 영국인 낙위림(雒魏林, William Lockhart)은 "썩은 물에 각종 쓰레기가 난무했다. 한 번도 청소된 것 같지 않았다. 더럽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었다"고 평했다. 물론 산업혁명 이전 유럽도 더럽긴 매한가지였지만.

1928년 상하이 조계지 모습 [사진 후슈왕]

1928년 상하이 조계지 모습 [사진 후슈왕]

1862년 상하이에 콜레라가 창궐했다. 비위생적인 환경 탓이 컸다. 상하이에 있던 외국인 선원과 사병들의 질병 사망률이 12%에 달했다. 홍콩의 6배였다.

콜레라 사태로 조계지에서 유럽의 경험을 살려 위생에 각별히 신경쓰기 시작했다. 1863년 상하이 조계공부국은 분예고(粪秽股)를 설립해 조계지 내 인분과 쓰레기를 전문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중국 최초의 현대식 공중화장실이 생겼다.

공중화장실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관련 제도가 마련돼야 했다. 상하이 분예고는 인분 처리를 담당하는 업자를 공개 입찰했다. 입찰은 매년 한 번씩 치러졌다.

하지만 문제는 조계지 밖 화장실은 여전히 더러웠다는 점이다. 1909년이 돼서야 상하이 조계지 밖에 첫 공중화장실이 생겼다. 심지어 물로 내리는 화장실이 아니어서 그냥 공중 '뒷간' 같은 개념이었다. 정부 예산이 부족해 절대적인 수도 적었다. 1928년 상하이시는 55개의 공중화장실을 설치하려 했으나 7년이 지난 뒤 18개를 겨우 완공했을 뿐이었다.

때문에 정부가 세운 공중화장실보다는 민간 공중화장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1945년 상하이 공중화장실 중 민간 소유의 비중이 40%에 달했으나 2년 뒤에는 60%까지 치솟았다. 고공행진하는 인분 가격으로 민간 화장실이 돈이 됐기 때문이었다.

당시 웬만한 수익형 부동산 뺨을 치면서 자신의 공중화장실을 갖는 것이 모든 이의 꿈이었다고. 인분 사업자들을 재벌의 벌을 따 '분벌(粪阀)'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중국 국민혁명 시기 군대 참모총장을 지냈던 리징룽(李镜龙)도 공중화장실 사업으로 떼돈을 번 케이스다.

그러나 민간 공중화장실은 99.9%가 더러웠다. 그냥 큰 독 몇개가 옹기종기 모여있을 뿐이었다. 청소도 하루에 한 번밖에 안 했다. 당시 개념으로는 화장실은 그냥 급한 일을 해결하는 곳이지 더러운 것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깨끗한 화장실을 쓰자고 멀리 있는 곳을 찾아갈 사람은 없기 때문.

상하이 최대 폭력조직 청방의 두목 두월생(杜月笙). 상하이의 인분 사업을 꽉 잡고 있었다. [사진 후슈왕]

상하이 최대 폭력조직 청방의 두목 두월생(杜月笙). 상하이의 인분 사업을 꽉 잡고 있었다. [사진 후슈왕]

당시 중국 도시에서 인분 사업이 워낙 돈이 되다 보니 조직 폭력배들이 공중화장실을 대거 '접수'하기도 했다. 심지어 주변 상가와 민가로부터 인분을 '징수'하거나 환경 미화원이 옮기는 인분을 강탈하기도.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후에는 국가가 공중화장실의 건설과 관리를 맡게됐다. 기존의 민간 화장실들도 국가 소유가 되면서 인분 사업이 자취를 감췄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만족할만큼 시설이 개선된 건 아니었다. 개혁개방 이후인 1980년대 중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여전히 중국 화장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80년대부터 공중화장실 환경 개선을 위한 운동이 몇 차례 일어났다. 특히 1990년에 열린 베이징 아시안게임이 계기가 되어 80년대 이후 1300개가 넘는 공중화장실이 새로 생겼다. 2002년 이후에는 3000여개의 공중화장실이 환경이 더 좋은 이류화장실(二类公厕)로 개조됐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하지만 이런 운동의 효과는 한때에 그쳤다. 잠깐 좋아졌다가 캠페인이 끝나면 곧바로 다시 더러워진 것. 중국의 공중화장실이 더러운 이유는 우선 사람은 많은데 화장실이 적기 때문이다. 2011~2015년 중국 공중화장실이 약 1만곳 늘었지만 인구 증가 속도가 이를 넘어선 게 문제였다. 중국인 1만명당 공중화장실 수는 이 기간 2.95개에서 2.72개로 감소했다.

물론 공중화장실이 적다는 것이 더러움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 80년대 중국에선 인구 1만명당 공중화장실의 수가 4개에 달했지만 시설이 지금보다 쾌적하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 결국 중요한 건 일상적인 위생 관리다. 중국은 공중화장실 관리에 그리 큰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다. 당장 화장실 관리인의 월급만 봐도 2000위안(약 33만원) 수준이다. 심지어 소도시는 몇백위안 수준이라고 신문은 지적한다.

악취의 주범 화변기 [사진 셔터스톡]

악취의 주범 화변기 [사진 셔터스톡]

화변기가 대다수인 것도 문제다. 화변기는 양변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악취가 더 난다고 한다. 과거 화변기 위주였던 일본도 양변기로 대체하고 나서 공중화장실이 훨씬 청결해졌다고.

더불어 중국인들은 사용한 화장지를 변기 옆 휴지통에 버리는 습관이 있어 이 또한 악취와 비위생적인 환경에 일조하고 있다. 이는 시민의식과도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중국 공중화장실에 화장지가 부족해 물에 잘 녹지 않는 개인 화장지 혹은 냅킨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막힐까봐) 변기에 못 버리는 것. 화장지가 부족한 이유는 인구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화장지를 훔쳐가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화장실 혁명'으로 점점 개선되고 있는 중국 공중화장실 [사진 diyitui.com, gd.qq.com]

'화장실 혁명'으로 점점 개선되고 있는 중국 공중화장실 [사진 diyitui.com, gd.qq.com]

앞으로 중국 공중화장실은 개선될 수 있을까.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5년 화장실 혁명을 지시했다. 화장실 현대화에 3조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2015년부터 2017년 10월 말까지 관광지에 6만 8000개의 공중화장실이 새로 생겼다.

중국이 강조하는 질적 성장, 그리고 시민의식 수준을 보려면 앞으로 공중화장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차이나랩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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