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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상언의 직격 인터뷰

“요금 묶어놓고 최저임금 인상에 52시간 … 망하라는 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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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상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운행 중단 선언했던 인천 광역버스 신동완 대표

인천에서 버스 사업을 하는 신동완 선진여객 대표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광역버스 운행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빨간색 버스가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중 하나다. [변선구 기자]

인천에서 버스 사업을 하는 신동완 선진여객 대표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광역버스 운행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빨간색 버스가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중 하나다. [변선구 기자]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를 운영하는 6개 운수회사 대표들이 지난 9일 인천시에 ‘폐선’ 신고를 했다. 광역 노선 운행을 그만두겠다는 뜻이었다. 업체 대표들과 인천시의 협의 끝에 16일 신고는 자진 철회됐다. 인천시가 “재정으로 지원할 방법이 없고 준공영제 시행도 어렵다. 폐선을 고수하면 해당 노선을 시가 직접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일이다. 그 결과 ‘일단 운행 지속, 추후 대책 논의’ 수준으로 봉합됐지만 이 사태는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 업체 대표들은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 등으로 인해 수지 맞추기가 어려웠는데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운행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고, 인천시청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적자를 메워주기로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중 한 업체인 선진여객의 신동완(59) 대표를 만나 어떻게 된 일인지를 들어봤다.

기사 월급 50만원씩 올리면서 #매달 4000만원 적자 추가 돼 #요금은 그대로, 어떻게 버티나 #내년부턴 52시간제 강제 적용 #줄어든 임금에 신규 채용 막막 #정부, 현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폐선’ 신고는 사업을 접겠다는 뜻이었나.
“현재 인천에는 8개 광역버스 업체가 있다. 그중 두 개는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광역급행버스(M버스) 회사이고, 나머지 6개는 일반 광역버스 회사다. 이 6개 업체가 광역버스 사업을 중단하고 싶어 한다는 의미다. 그중 우리 회사를 포함해 4개는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 사업도 함께 하고 있어 광역 노선을 포기해도 그나마 사업을 이어갈 수 있지만 나머지 두 개 회사는 아예 문을 닫게 된다. ”
적자 누적이 폐선 신고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정말 손해가 나나.
“2016년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버스 승객이 많이 줄었다. 지하철 수인선과 서울지하철 7호선의 연장이나 입석 금지 조치도 영향을 미쳤다(※신 대표는 광역버스 입석 승객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래서 손익 분기점 맞추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몰렸다. 지난해 하반기에 최저임금 인상(7530원으로 16.4%)이 결정된 뒤 도저히 사업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작년에도 이미 적자가 나는 상황이었는데, 임금을 올리면 그만큼 적자가 불어나는 것은 쉽게 나오는 계산 아닌가.”
적자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우리 회사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광역버스 두 개 노선에 버스 25대, 기사 60여 명이 투입된다. 기사 월급이 230만∼240만원에서 280만∼290만원으로 올랐다. 밤, 주말 근무 때는 임금을 더 지급해야 하므로 주 68시간 근무 최저임금 수준이 그렇다. 기사 월급이 50만원 정도씩 인상됐는데, 그렇게 되면 사업자에게는 퇴직금과 4대 보험 비용 부담도 늘어난다. 그 결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 비용이 한 달에 4000만원 정도가 된다. 1년이면 5억에 가까운 돈이다.”
그 5억원이 고스란히 적자가 되나.
“이미 광역 노선은 적자 운행을 하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그만큼이 그대로 추가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임금 인상으로 들어가는 추가 비용이 5억원이다. 요금은 그대로고, 승객이 갑자기 늘어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적자가 나지 않으려면 우리 회사가 지난해까지 해마다 광역버스 운행으로만 한해에 5억원 이상을 벌었어야 하지 않겠나.”
버스 회사들이 돈 잘 벌면서 앓는 소리 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도 있다.
“현금 내고 버스 타는 사람 거의 없다. 통계적으로는 승객 97%가 교통카드로 요금을 지불한다. 인천시청이 우리 매출을 다 알고 있다. 시청에서 조사를 통해 정한 버스 운행 하루 표준원가가 약 58만원이다. 그런데 실제 수입은 40만원가량이다. 우리가 엄살을 부리는 것이면 시청에서 ‘당신들 적자 아닌 것 다 알고 있다’고 하지 않았겠나. 이런 상황인 것을 시청에서도 다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금 23억원을 준다고 약속했다.”
그 23억원을 못 받았나.
“한 푼도 못 받았다. 지난해 말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6개 업체의 적자를 합한 금액이 23억원으로 계산됐다. 업체 대표들이 준공영제(지방자치단체 재정으로 버스 운영자금을 대는 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면 광역버스를 운행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일단 23억원을 지원해 주고 준공영제 도입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6.13 지방선거로 시장이 바뀌고, 교통국장과 담당 과장까지 전부 다른 데로 갔다. 새로 온 국장과 과장이 처음엔 업무를 파악할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그 뒤엔 시에 돈이 없어서 줄 수 없다고 한다. ”(※인천시청은 지난 봄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금 지급 방침’을 밝혔고, 지역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시장은 자유한국당 소속 유정복 시장이었는데, 지방선거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박남춘 시장으로 교체됐다. 인천시 교통국 관계자는 16일 “최대한 지원에 노력하겠다는 것이었지 지원을 약속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럼 시청 지원금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적자를 보지 않으려면 버스 요금을 얼마로 올려야 하나.
“지금 광역버스 기본요금이 2650원이다. 이를 최소 3200원으로는 올려야 한다. 그런데 버스요금 인상은 지자체 물가심의, 다른 지자체와의 협의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버스요금을 올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인천 광역버스 요금은 지난해 1월 1일에 인상됐다. 통상 4∼5년에 한 번 오른다.)
요구사항을 보니 ‘기사 신규 채용 대책 마련’이 들어 있다. 주 52시간제 때문인가.
“일단 처벌이 6개월 유예됐으니 다소 시간은 벌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52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지금 68시간 근무 체제로 돼 있는 운행 계획을 바꾸고 그만큼 신규 기사를 채용해야 한다. 문제는 그러면 지금 일하고 있는 기사들의 월급을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월급을 4분의 3 수준으로 깎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면 200만원대 초반이 된다. 그 월급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 얼마나 되겠나. 있는 사람들도 나갈 판이다. 결국 지금 있는 사람들 임금 약간 줄이는 선으로 조정하고 기사를 충원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내년에는 적자가 지금의 한 달 4000만원에서 6000만∼7000만원으로 늘어난다.”
결국 준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인가.
“내년에 최저임금이 또 오른다. 그만큼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다. 민간 회사로선 도저히 문 안 닫고 버틸 재간이 없다. 그냥 망하라는 것이다.”(※내년에는 최저임금이 7530원에서 8350원으로 10. 9% 인상된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했더니 업체의 부정행위 등으로 해마다 시에서 투입해야 하는 돈이 늘어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시에서 내야 하는 돈이 증가한 것은 주로 인건비 때문이다. 지하철 등으로의 승객 분산이 수입을 줄인 측면도 있다. 버스 회사에서 인건비 부풀렸다가 적발된 적이 한두 차례 있었는데, 감독을 강화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인천시민 중에는 인천 시내를 돌아다니는 일반 버스도 아닌,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를 타는 사람들을 위해 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광역버스 타는 승객의 90% 이상은 인천시민이다. 서울에서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인천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이 ‘왜 내가 낸 세금으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교통비의 일부를 대줘야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부분까지는 생각을 안 해봤다.”(※문재인 정부는 이런 문제 때문에 ‘광역교통청’을 만들어 공공 운송의 범위와 지원 방법 등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직 광역교통청은 설립되지 않았다.)
‘폐선’ 신고를 취소하게 된 이유는.
“나는 폐선 강행을 주장했지만 다른 업체 대표들이 일단 연말까지는 운행하면서 다시 협상해 보자고 했다. 내부 의견 차이가 있었다. 회사도 자식과 같다. 속 썩여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게 사업주 마음이다. 특히 두 업체 대표는 완전히 할 일이 없어지기 때문에 ‘그래도 뭔가 지원책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것 같다.”
지난 9일부터 6개 업체 대표들이 연일 인천시청으로 ‘출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왜 그랬나.
“시장이나 교통국장 등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서였다. 박남춘 시장은 면담 요청을 하자 연구·검토 뒤에 보자고 하더니 오늘 아침 회의 때 처음으로 우리 얘기를 들었다. 선거 때 사람들 만나려고 돌아다닐 때와는 딴판이었다. 그동안 버스 끌고 청와대 앞으로 가자는 얘기도 나왔다. 분신하는 사람들 마음이 이해된다.”
폐선 신고 사태는 결국 누구 책임이라고 생각하나.
“내년이면 환갑이다. 주변에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많다. 직원들 내보내고 그만큼 가족들이 일을 더 한다. 다들 죽을 맛이라고 한다. 최저임금 올리면 다 좋을 것 같지만 그건 이론일 뿐이다. 결국 물건값이든, 공공요금이든 다 올려야 한다. 일자리는 자꾸 줄어든다. 사업자들은 다들 떼돈 버는 줄 안다.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문재인 정부 잘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실망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신동완(59) 대표는 …

대학 졸업 뒤 대기업 건설 부문에서 일하다 2000년에 운수사업에 뛰어들었다.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에서 마을버스 사업으로 경험을 쌓은 뒤 2002년에 경기도 하남시와 남양주시에서 시외버스 사업을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인천에서 시내버스(5개 노선)와 광역버스(2개 노선)를 운행하는 선진여객을 운영하고 있다. 선진여객에는 버스 109대가 있다.

이상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