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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대한민국 정부수립 70주년"···건국절 논란 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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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키워드 3…정부수립·여성·종전선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달 평양에서의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73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세 가지 메시지를 전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여성의 독립운동을 되짚고, 논쟁을 불러왔던 건국 표현을 ‘정부수립 70주년’으로 못박았으며, 또 남북미 관계 속 ‘주인의식’을 강조하며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70주년”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념식 당일의 서울 광화문 네거리. [사진 국사편찬위원회]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념식 당일의 서울 광화문 네거리. [사진 국사편찬위원회]

문 대통령은 “오늘은 광복 73주년이자 대한민국 정부수립 70주년을 맞는 매우 뜻깊고 기쁜 날이다”라고 말했다.

광복절은 1945년 8월 15일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것을 기념하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경축하는 날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건국으로 봐야 하는지 의견이 엇갈리면서 건국절 논란이 일었다. 건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사용하면서 이런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헌법이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1919년 4월 13일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진보진영의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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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보수진영은 국가의 3요소인 국민과 영토, 주권을 모두 갖춘 현대국가의 모습인 이승만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본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광복절 행사 명칭을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및 광복 63주년 경축식’으로 추진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광복 71주년, 건국 68주년”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수립 70주년을 맞은 오늘,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성공한 나라이고, 배우고자 하는 나라다.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그 자부심으로 우리는 새로운 70년의 발전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의 독립운동”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김경애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김경애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여성의 독립운동은 깊숙이 묻혀왔다. 여성들은 가부장제와 사회, 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중삼중의 차별을 당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며 강주룡 지사, 해녀 항일운동들을 예시로 들었다.

평양 평원 고무공장의 여성노동자였던 강주룡은 1931년 일제의 일방적인 임금삭감에 반대해 높이 12m의 을밀대 지붕에 올라 농성하며 “여성해방, 노동해방”을 외쳤다. 죽음을 각오한 저항으로 강 지사는 출감 두 달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지만, 2007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1932년 제주 구좌읍에서는 일제의 착취에 맞선 해녀 항일운동이 벌어졌다. 고차동, 김계석, 김옥련, 부덕량, 부춘화, 다섯 분의 해녀가 시작한 항거는 제주 각지로 확산됐고, 3개월 동안 연인원 1만7000명이 238회에 달하는 집회에 참여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지난 광복절 이후 1년 간 여성 독립운동가 202분을 찾아 광복의 역사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그중 26분에게 이번 광복절에 서훈과 유공자 포상을 하게 됐다”며 “나머지 분들도 계속 포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여성과 남성, 역할을 떠나 어떤 차별도 없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동북아 6개국‧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제안”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철도 연결구간 열차 시험운행이 성사됐던 2007년 5월 경의선 열차가 남측 통문을 통과해 북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철도 연결구간 열차 시험운행이 성사됐던 2007년 5월 경의선 열차가 남측 통문을 통과해 북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틀 전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판문점 회담’에서 약속한 가을 정상회담이 합의됐다”며 “다음 달 저는 우리 국민의 마음을 모아 평양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라고 말해 정상회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해외순방 중 현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연내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거듭 말해왔다.

그러면서 “남북 간 더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주도적인 노력도 함께 해 나가겠다”며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반도 운전자론’에 다시금 방점을 찍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평화가 경제”라며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평화가 정착된다면 경기도와 강원도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할 계획이며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철도, 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문 대통령은 설명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경의선과 경원선의 출발지였던 용산에서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한다”며 “이 공동체는 우리의 경제 지평을 북방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되어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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