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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교수, 살아있는 중국인 고환 적출해 실험…좋은 재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30년대 일본 교수의 끔찍한 실험 

중일전쟁 직전인 1937년 6월, 현 홋카이도(北海道)대학 전신인 홋카이도제국대학 교수가 만주에서 살아있는 중국인으로부터 고환을 적출해 염색체 관찰 실험을 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고 일본 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일본 언론, 홋카이도대 보관 문서에서 기록 발견 #만주서 항일운동 하던 중국인, "아주 좋은 재료" #전시 일본군, 학자들의 생체 실험 증명하는 자료

홋카이도대 이학부 교수가 1937년 중국인 남성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한 사실이 적혀 있는 문서. [사진 일본 방송화면 캡처]

홋카이도대 이학부 교수가 1937년 중국인 남성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한 사실이 적혀 있는 문서. [사진 일본 방송화면 캡처]

홋카이도 신문, TV아사히 등의 보도에 따르면 홋카이도대 도서관에 보관돼 있던 자료에서 1937년 당시 이 학교 이학부 교수였던 오구마 마모루(小熊捍·1885~1971) 교수가 만주서 항일운동을 했던 중국인 남자를 대상으로 인체 실험을 한 기록이 발견됐다. 자료는 당시 일본 후생성이 발행했던 ‘민족위생자료’에 실린 ‘인류의 염색체’라는 속기록으로, 오구마 교수가 1939년 후생성에서 한 강연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이 강연에서 시신이나 병자로부터 적출한 고환은 염색체 관찰에 적합하지 않고 젊고 건강한 살아 있는 남성의 고환이 필요하다면서 “항일 운동을 하고 있는 비적(匪賊)을 재료로 삼으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이후 만주에 있던 일본군(관동군)에게 협조를 구해 “아주 좋은 재료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고 했다. 실험 대상은 일본군에 체포된 중국인 항일운동가로, 그는 살아있는 이 남성의 고환을 적출해 얻은 시료로 염색체를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염색체는 유전을 담당하는 존재로 전세계 과학계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인간 염색체의 개수조차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오구마 교수는 이 실험 결과를 토대로 미국의 과학 잡지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고 홋카이도 신문은 전했다.

중국 헤이룽장 하얼빈시 일본군 731부대 유적지에 전시된 일본군의 생체 실험 모습. [중앙포토]

중국 헤이룽장 하얼빈시 일본군 731부대 유적지에 전시된 일본군의 생체 실험 모습. [중앙포토]

전쟁 당시 일본군과 학자·의사들의 생체 실험은 그동안 여러 차례 폭로돼 왔다. 만주에 주둔했던 관동군 731 부대가 제2차 세계대전 중 한국의 독립운동가와 중국인 전쟁 포로 등을 대상으로 잔혹한 생체 실험을 했다는 사실이 일부 가해자의 증언으로 알려진 바 있다. 2차 대전 막바지인 1945년 5월 규슈(九州) 제국대학 의학부가 일본군의 지시를 받고 미군 포로들을 산 채로 해부하고 살해한 사실도 전후 연합군 총사령부의 조사에 의해 밝혀졌다.

끔찍한 인체 실험을 자행한 오구마 교수는 홋카이도대를 퇴임한 후 일본 국립유전학연구소의 초대 소장을 역임하는 등 당대 일본을 대표하는 유전학 전문가였다. 홋카이도 대학은 일본 언론들에 “이 연구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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