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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슬픈 역사 잊지 말아야”…사할린 동포 책 펴낸 대학생들

중앙일보

입력

충북대 러시아언어문화학과 학생들과 충북 오송에 살고 있는 사할린 한인들. [사진 강지인]

충북대 러시아언어문화학과 학생들과 충북 오송에 살고 있는 사할린 한인들. [사진 강지인]

“고향이 아닌 차가운 사할린 땅에서 눈을 감으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찢어지게 아픕니다.”(사할린 동포 조구미씨 인터뷰 中)

충북대 러시아언어문화학과 강지인씨 등 5명 사할린 한인 책 출간 #사할린 한인 1·2세들의 강제이주, 정착과정 고스란히 담아

충북대 학생들이 사할린 동포의 삶을 조명한 책을 펴냈다. 15일 충북대에 따르면 이 대학 러시아언어문화학과 강지인(23·여)씨와 강호수(23·여)·김주연(23·여)·천인화(23·여)·이동우(22)씨 등 5명은 사할린 동포들의 구술 기록을 담은『그 섬, 잊혀진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를 출간했다. 일제 강점기에 부모를 따라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한 뒤 2008년 우리나라로 영구 귀국한 사할린 동포 1·2세들의 이야기다.

강지인씨는 “잊혀져 가는 사할린 동포들의 가슴 아픈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책을 썼다”며 “사할린 한인들의 강제징용 과정과 정착, 한인 2·3·4세대의 삶을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는 사료들과 이들의 육성 증언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제강점기에 타국으로 끌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눈 감은 분들의 이야기와 뒤늦게 한국 땅을 밟았지만 사회에 동화되지 못하고 쓸쓸히 살고 있는 어르신들의 안타까운 모습도 담았다”고 했다.

사할린 한인 박만조ㆍ여금반 부부와 충북대 러시아언어문화학과 천인화(가운데)씨. [사진 강지인]

사할린 한인 박만조ㆍ여금반 부부와 충북대 러시아언어문화학과 천인화(가운데)씨. [사진 강지인]

강씨 등은 지난 4월부터 120여 일동안 청주 오송읍에 사는 사할린 한인 1·2세 15명을 인터뷰했다. 사할린에서 한복을 입고 회갑잔치를 여는 모습과 한국말을 배우는 까까머리 학생들, 탄광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찍은 가족사진 등 사진 100여 장을 모았다. 척박한 사할린에서 터를 잡고 한국 전통을 지켜가고 있는 한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오송에는 2008년부터 사할린에서 이주한 영구귀국자 63명이 거주하고 있다.

학생들은 충북대 인문역량강화사업단의 도움으로 책 30권을 찍었다. 충북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하고 이달 말 오송 사할린 한인회에 책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동우씨는 책을 낸 뒤 지난 7일 러시아 사할린으로 건너가 현지인들과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다. 이씨는 “사할린에 있는 브이코프 탄광과 코르사코프 망향비 등 일제가 저지른 강제이주 역사현장을 돌아보고 사할린 2·3·4세대를 만나 옛 동포의 생활을 전해들었다”며 “광복 이후에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할린 한인에 대한 더 많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사할린 동포 김인자(72·여)씨는 “사할린 한인을 보듬어주기 위해 직접 인터뷰를 하고 책까지 펴낸 학생들이 기특하다”며 “이 책이 역사적 진실을 공유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 섬, 잊혀진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 책 표지. [사진 충북대]

『그 섬, 잊혀진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 책 표지. [사진 충북대]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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