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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평창올림픽 경기장 어떻게 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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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송지훈 기자 중앙일보 스포츠부 차장
송지훈 스포츠팀 기자

송지훈 스포츠팀 기자

평창 겨울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폐막식을 한 건 지난 2월 말이지만 여전히 숙제가 남아 있다. 수천억 원을 들여 신축한 경기장과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3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올림픽 경기 시설에 대해서는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서라도 가급적 건립 목적(스포츠)에 부합하는 쪽으로 활용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제대회 경기 시설은 원칙적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관리 책임이 있다. 다만 국제대회 유치, 국가대표 훈련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재정 지원이 가능한 사안에 대해 국가가 운영비의 일부를 부담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원도의 해석은 다르다. “당초 철거(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또는 이전(강릉하키센터) 예정이던 시설을 정부의 결정에 따라 존치하는 만큼 상응하는 수준의 파격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끝난 지 반 년 가까이 방치돼 폐허로 변한 정선알파인경기장. [최정동 기자]

평창 겨울올림픽이 끝난 지 반 년 가까이 방치돼 폐허로 변한 정선알파인경기장. [최정동 기자]

거액의 예산이 걸린 문제이다 보니 정부와 강원도의 입장 차이는 크다. 문체부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없다. 다른 지자체와 형평성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강원도는 “경기장을 존치하면 연간 수십억대 적자가 예상된다. 도 재정에 심각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맞선다. 그러면서도 강원도는 2021년 겨울 아시안게임 남북 공동개최를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와 강원도가 기 싸움을 벌이는 동안 사후 활용 방안과 관리 주체를 찾지 못한 강원도의 경기장들은 사실상 방치 상태다. 중앙일보 취재팀 확인 결과,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 일대 정선알파인스키장은 ‘거대한 흙더미’로 변해 있었다. 슬로프 부지 이곳저곳에 무너져내린 토사와 자갈이 가득했다. 당장에라도 산사태가 일어날 듯 위태롭게 보였다.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커다란 창고 같았다. 빙판을 모두 걷어낸 콘크리트 바닥은 갈라져서 바닥이 훤히 드러난 상태였다.

늦었지만 문체부와 강원도가 최근 평창올림픽 유산의 사후 활용 방안과 객관적인 운영비를 산출하기 위해 전문기관에 연구 용역을 맡기기로 한 건 잘한 결정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끝난 지 이제 6개월이 돼간다. 정부와 강원도는 지금이라도 사후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불필요한 시설은 과감하게 없애거나 복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숙제를 풀어야만 평창 올림픽은 성공적인 올림픽으로 역사에 자리매김할 수 있다.

송지훈 스포츠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