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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암 극복, 70세 넘어 동네 통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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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인생환승샷(58) 문학으로 극복한 암, 김수연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국제 펜 문학 기행 단체 사진. [사진 김수연]

국제 펜 문학 기행 단체 사진. [사진 김수연]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일에서 손을 놓았다. 강의에 필요한 여러 서책이 서가에 가지런히 꽂아 있어서 건강에 대한 책을 골라 읽어 보려고 무심코 책상 위 한쪽에 놓여 있는 2014년도 국민건강 보험공단 검진표를 발견하고 동네 검진 병원을 예약했다. 검사를 마치고 의사 소견을 듣던 날 의사는 오른쪽 유방에 이상 징후가 보인다며 이대목동병원으로 가라는 소견서를 써줬다.

병원에 내원해 각종 검사를 하고 2시간을 기다렸다. 의사는 조심스럽게 유방암 초기라며 유방보존 수술을 할 것이니 염려하지 말라고 했다. 수술날짜를 잡고 아무 생각 없이 덤덤히 수술했다.

닷새를 입원해 있다가 상처 부위의 실밥을 뽑고 퇴원해 집에 있으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신문과 책을 보다가 시도 쓰고 한가하게 지냈다. 이후 30회의 방사선 치료와 12번의 항암 주사를 맞는 기간 동안 머리가 빠져서 모자를 쓰고 생활했다.

의사의 지시대로 음식섭취에 필요한 식단을 짜서 골고루 먹고 매일 1시간은 걷기운동을 하면서 오른팔을 둥글게 돌리는 운동을 꾸준히 했다. 맑은 공기를 찾아 일주일에 한 번은 근교의 산을 찾아 둘레길을 오르내렸다. 2년째는 건강식품과 보조제도 의사와 상의해서 섭취했다.

위대한 100인 대상, 2016 시문학발전 대상. [사진 김수연]

위대한 100인 대상, 2016 시문학발전 대상. [사진 김수연]

치료를 받으며 복지관과 주민자치센터에서 서예도 하고, 사군자도 그리고, 노래 교실에서 신곡도 배워 부르니 즐거웠다. 한국서당훈장교육원에서 한문 일급훈장도 취득하고 아세안 캘리그라피협회지도자 자격취득도 했다.

2016년 3월 다섯 번째 시집 『사랑을 리필하다』를 출간해 ‘위대한 한국인 100인 시문학발전혁신공로대상’을 수상했다. 암을 두려워하지 않고 신념과 의지로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매일 여가활동과 다양한 사회활동을 했더니 생기가 솟고 마음의 평정과 여유가 생겼다.

2016년 3월 &#39;사랑을 리필하다&#39; 시집을 내고 나서 그해 12월 공감방송에서 인터뷰를 했다. &#34;암수술을 한 후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하며 시로 아픔을 승화했다&#34;는 내용의 인터뷰였다. [사진 김수연]

2016년 3월 &#39;사랑을 리필하다&#39; 시집을 내고 나서 그해 12월 공감방송에서 인터뷰를 했다. &#34;암수술을 한 후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하며 시로 아픔을 승화했다&#34;는 내용의 인터뷰였다. [사진 김수연]

4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2018년 6월 여섯 번째 시집 『시 짓는 여자』를 출간했다. 주위에서 암 환자 맞느냐며 감동 스토리라고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2018년 7월 25일 통장 임명장을 받았다. 주민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통장의 업무라 생각하고 70대에 인생 이모작을 출발한다. 인생 말기에 내 삶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 영양관리, 체력증진, 사회봉사와 참여의 끈을 놓지 않고 주어진 간절한 시간을 통해서 노년의 삶을 밝고 긍정적 사고로 살고자 한다.

예기치 않은 건강 이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작게라도 희망을 전달하려는 오지랖을 용기 있게 떠벌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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