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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가 여자라서 수배?…‘워마드’와 ‘일베’ 차이점

중앙일보

입력

일간베스트와 워마드 각 사이트의 홈페이지 메인. [사진 각 사이트]

일간베스트와 워마드 각 사이트의 홈페이지 메인. [사진 각 사이트]

남성 혐오 성향의 사이트인 ‘워마드(womad)’ 운영자를 경찰이 수배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편파수사 논란이 일었다. ‘워마드 편파수사 하지 마라’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10일 현재 6만7000여명이 동의했다. 이들은 여성 혐오 사이트인 ‘일베’를 비롯해 성인사이트에 음란물이 넘쳐나는데도 경찰이 운영자 체포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부산지방경찰청이 워마드 운영자로 강모(30)씨를 특정하게 된 것은 지난 5월이었다. 2017년 2월 개설된 워마드에 남성 나체 사진을 비롯해 음란물이 지속해서 게재되자 경찰에 불법 게시물 신고가 지속해서 접수됐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해 수사에 착수했지만, 워마드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탓에 운영자를 찾기조차 쉽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수사망을 동원해 운영자를 찾았지만 강씨는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도주한 상태였다. 경찰은 강씨를 잡기 위해 체포영장을 신청했고, 지난 5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체포영장이 기각될 것을 우려해 지난해 2월 워마드 사이트에 오른 남성 나체 사진 17장 가운데 아동 나체 사진이 5장 포함돼 있다는 사실과 사이트 운영자금 1300만원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법 절차를 어긴 혐의를 적시했다. 아동음란물 전시는 7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이라는 비교적 중한 형벌에 처하기 때문이다.

부산지방경찰청이 강씨를 쫓고 있는 동시에 전국 지방경찰청에서는 올해 1월부터 접수된 워마드 관련 31건을 수사하고 있다. 워마드 일부 회원과 여성단체는 ‘소라넷은 해외 서버라서 못 잡고 일베도 못 잡으면서 워마드는 잡겠다는 거냐’며 편파수사 중단을 요구했다.

여성단체 회원들이 지난 5월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강경수사를 한다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여성단체 회원들이 지난 5월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강경수사를 한다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경찰은 통상적인 수사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사이트에 음란물이 게재되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워마드 역시 그 수많은 불법 사이트 중에 하나”라며 “지난 5월 운영자를 특정하고도 3개월째 잡지 못한 것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있었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음란물이 판을 치는 ‘일베’ 운영자는 처벌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일베는 방송통신위원회 심의를 받는 정식 사이트여서 운영자가 경찰 수사에 협조해왔다”고 해명했다. 경찰이 불법 게시물을 올린 회원의 신상 정보를 일베 운영자에게 요청하면 곧바로 제출했고,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면 즉각 삭제해왔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그래서 운영자에게 ‘음란물 유포 방조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경찰은 말한다.

이 관계자는 “일베의 경우 올해 경찰에 접수된 불법 게시물 69건 가운데 53건의 피의자를 검거했다”며 “나머지 경찰에 신고된 일베 관련 사건 16건을 수사하는 것처럼 워마드 수사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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