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하루에만 BMW 승용차 2대, 에쿠스 승용차 1대, SM5 승용차 1대, 아반떼 승용차 1대에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일 이어지는 화재 소식에 차량 안전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9일 오전 1시 41분쯤 경북 상주시 남상주IC 진입로 인근 25번 국도에서 에쿠스 승용차에 불이 나 조수석에 탄 여성이 숨지고 남성 운전자는 크게 다쳤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차 내부가 모두 타고 보닛도 소실돼 최초 발화지점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날 오전 7시 50분엔 경남 사천시 남해고속도로에서 BMW 730Ld 차량, 오전 8시 50분께 경기도 의왕 제2경인고속도로에서 BMW 320d 차량에 불이 났다. 이날 화재가 더해지면서, 올해 들어 불에 탄 BMW 차량은 36대로 늘었다.
같은 날 광주 대구고속도로에서 SM5 승용차, 영동고속도로에서는 아반떼 승용차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20여분 만에 진화됐다.
연일 이어지는 차량 화재는 폭염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이 같은 사고의 대부분은 고속도로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스팔트 자체 온도가 40~50도로 올라가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고속으로 달리다 보면 엔진이 과부하를 받고 열이 빠져나가지 않아 화재 발생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 관계자에 따르면 한해 차량 화재 평균 건수는 5000여건이다. 이 중 올해 6월 이후에만 2500여건이 발생했다.
김 교수는 "고속도로에서 장거리 운전할 때는 1시간에 한 번씩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며 "야간에도 열대야가 있어서 온도가 쉽게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폭염일 때는 운행을 자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는 몇 가지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김 교수는 "타는 냄새, 경고등의 불, 엔진이 안 나가는 현상 등으로 불이 날 것을 예상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전조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화재가 시작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조치를 취할 시간이 길지 않다"고 말했다.
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 관계자는 "일단 119 신고를 한 후 차량용 소화기가 있다면 스스로 초기 진압을 시도해 보면 좋다"며 "하지만 소화기로도 진압이 되지 않을 정도로 불이 크게 번졌다면 폭발 위험이 있기 때문에 차량과 떨어져 있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차량 브랜드별 화재 사고를 조사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브랜드별 자동차 화재사고 면밀히 밝혀주세요’라는 글이 게재됐다. 게시자는 “BMW의 경우 리콜 등 대책 마련이 준비되고 있으나 연간 기타 화재사건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정보도 투명하지 않다”며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1800여명이 이 청원에 동의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차량 화재에는 운전자 부주의, 제품 결함, 방화 등이 포함된 수치이기 때문에 단순히 브랜드별로 발표하는건 불안감만 키우게 될 것이라 공개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