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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아이들을 집 밖으로 내모는 보육 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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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에스더 기자 중앙일보 팀장
이에스더 복지팀 기자

이에스더 복지팀 기자

“나라가 나서서 부모와 아이를 떨어지게 하네요.”(jjab****)

“아기들이 스트레스 받는 게 눈에 보입니다. 그런데도 자꾸만 장시간 보육만 요구하니 씁쓸하네요.”(73st****)

정부가 7일 공개한 보육 개편안 기사에 “0~2세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을 조장한다”고 지적하는 댓글이 많이 붙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지난 정부가 도입한 ‘맞춤형 보육’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앞으로는 누구나 하루 7~8시간 무료로 어린이집을 이용하게 하고, 필요하면 저녁 7시 30분까지 추가보육시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추가 이용하는 가정에 돈을 물릴 생각이 없다. 사실상 모든 가정에 12시간 종일 보육을 제공하는 ‘완전 무상보육’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더 오랜 시간 머물게 될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어린이집은 원칙적으로 맞벌이 부부의 육아를 돕는 시설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그런 원칙 아래 운영한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구분이 없다. 원흉은 정치권의 포퓰리즘이다. 2012년 국회는 0~2세 무상보육을 갑작스레 도입했다. 이후 집에서 돌보던 아이들이 어린이집으로 쏟아졌다. 2011년 39.9%이던 0~2세 어린이집 이용률은 지난해 52.6%로 치솟았다.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안 보내면 손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용 아동은 늘었지만 질 좋은 보육교사와 프로그램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끔찍한 아동학대가 끊임없이 터진다.

맞춤형 보육은 전업주부 0~2세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제한하고 맞벌이 부부는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정책이다. 어린이집 단체들의 요구가 대폭 반영되면서 느슨해졌지만 일부 성과도 냈다. 맞벌이 가정의 어린이집 이용 시간이 늘고, 전업주부 가정의 이용시간은 줄었다. 맞춤형 보육은 무분별한 무상보육을 수술하려는 시도였다. 이번에 좀 더 정교하게 다듬을 생각은 하지 않고 되레 무료 이용 시간을 8시간으로 늘렸다. 12시간으로 늘어날지도 모른다.

6년간 62조원을 무상보육에 투자했지만 아이·부모·원장·보육교사 모두가 불만투성이다. 개편안대로 추가보육시간을 전담할 보육교사를 뽑고, 인건비·보육료 지원금을 늘리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더 들어간다. 그러고도 정작 우리 아이들은 가정 밖에서 불필요하게 더 오랜 시간을 보낼지 모른다. 보육의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이에스더 복지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