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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드루킹 맞대면···"킹크랩 본 적 없다""설명했다" 딴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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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드루킹 특검팀이 사흘 만에 김경수 경남지사를 다시 소환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 지사가 9일 서울 서초동 특별검사 사무실에 재출석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드루킹 특검팀이 사흘 만에 김경수 경남지사를 다시 소환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 지사가 9일 서울 서초동 특별검사 사무실에 재출석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쪽에선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 바람개비가 돌아갔고 반대편에선 태극기와 성조기가 펄럭였다. “특검을 특검하라”고 외치는 지지자들과 댓글 조작 프로그램 이름인 ‘킹크랩’이 그려진 현수막을 앞세우고 “구속”을 외치는 보수단체 회원 사이로 경찰 병력 400여 명이 배치됐다. 9일 오전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있는 강남역 인근,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와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51) 경남지사가 도착하자 양편의 사람들은 서로가 믿는 ‘진실’을 목청이 터지듯 외쳤다.

노란 바람개비, 분홍 장미꽃 세례 속 #김 지사, 지지자에 손 흔들며 출두 #특검 내부 “대통령도 저렇게 안 해” #수사팀, 진술 분석해 영장 검토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던 김 지사는 지난 6일 1차 소환 때와 마찬가지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중간중간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기도 했다. 김 지사의 부인 김정순씨도 나와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정치행사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분홍 장미꽃 세례를 받으며 포토라인에 선 김 지사는 “본질에서 벗어난 조사가 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정치특검이 아닌 ‘진실 특검’이 돼 달라”고 특검에 각을 세웠다. 그러자 특검팀 내부에선 “대통령도 저렇게 조사를 받지 않는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최소한 ‘송구스럽다’는 말 한마디는 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검사(지청장) 출신인 이완규 변호사는 “사법체계의 공정성을 부정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면 ‘정치특검’이라 낙인찍고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날 오후 김 지사와 대질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 사무실에 소환되는 ‘드루킹’ 김동원씨. [오종택 기자]

이날 오후 김 지사와 대질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 사무실에 소환되는 ‘드루킹’ 김동원씨.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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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이날 드루킹 김씨를 특검 사무실로 불러 오후 8시30분쯤 김 지사와 대질신문을 시작했다. 하지만 양측은 여전히 상반된 주장을 했다. 조사는 검사나 수사관이 두 사람의 조사실을 오가며 진술을 맞춰 보는 ‘간접 대질’이 아니라 드루킹과 김 지사가 같은 공간에 앉아 진술하는 ‘직접 대질’ 방식으로 이뤄졌다.

영상녹화시스템이 갖춰진 16㎡(약 5평) 규모의 조사실에서 김 지사는 자신을 둘러싼 댓글 조작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 킹크랩을 본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김 지사의 거듭되는 부인과 달리 김씨는 2016년 11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일명 ‘산채’)에서 “김 지사에게 킹크랩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설명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드루킹 측 관계자는 “정확히는 킹크랩이 아니라 같은 작업을 자동 반복하는 매크로를 설명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킹크랩이든 단순 매크로든 댓글 조작에 쓰일 컴퓨터 도구를 보여줬고 김 지사가 이를 승인 내지 묵인했다는 것이 드루킹 측 주장이다.

드루킹이 자신의 측근인 도두형(61) 변호사를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에 추천하자 김 지사가 센다이 총영사를 역제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김 지사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지사는 1차 소환 때처럼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6월 지방선거에서 김씨의 도움을 받기 위해 공직을 제안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특검팀은 김 지사의 진술 내용을 분석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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