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번줄로 돌아온 부친 … 70대 아들 “자랑스럽다”

중앙일보

입력 2018.08.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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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전에 참전했다 전사한 아버지 찰스 호버트 맥대니얼 상사의 차남 래리 맥대니얼(왼쪽)과 장남 찰스 맥대니얼 주니어가 68년 만에 돌아온 아버지의 인식표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전에 참전했다 전사한 아버지 찰스 호버트 맥대니얼 상사의 차남 래리 맥대니얼(왼쪽)과 장남 찰스 맥대니얼 주니어가 68년 만에 돌아온 아버지의 인식표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찰스 H. 맥대니얼, RA17000585’

한국전 때 전사한 맥대니얼 상사
미군 유해 55구와 함께 고국으로
장남 “인식표 소식 듣고 펑펑 울어”
유해 신원 확인 위해 차남 DNA 채취

68년 만에 돌아온 것은 부친의 녹이 슨 군번줄(인식표)이었다.

지난 1일 한국전 미군 유해 55구와 함께 미국 땅으로 돌아온 찰스 호버트 맥대니얼 상사의 군번줄을 받아든 70대의 두 아들은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이역만리 땅에서 전사한 줄로만 알았던 부친의 인식표 소식을 들었을 때 펑펑 울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국방부로부터 전화를 받은 아내가 ‘아버지의 인식표를 찾았다’는 소식을 내게 전한 순간 너무나 예상치 못한 일이라 자리에 주저앉아 한동안 울고 말았어요. 감정을 추스리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장남 찰스 맥대니얼 주니어(71)는 “아버지가 실종됐을 당시 전 세살이었고, 동생은 두살이었다”며 “사실 어린아이 때라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한국전쟁 당시 사망한 미군 유해를 송환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아버지가 포함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고 한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대부분의 사람은 아버지 없이 살아야 했던 우리 형제의 아픔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미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은 8일(현지시간) 국방부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한 호텔에서 육군 1기병사단 8기병연대 소속 육군상사 찰스 맥대니얼의 인식표 전달식을 열었다. 지나간 68년의 세월을 보여주듯 스테인리스 재질의 인식표는 곳곳이 부식돼 있었다. 하지만 군번과 이름이 또렷히 남아 있어 신원은 어렵지 않게 확인됐다.

지난 1일 미군 유해 55구와 함께 미국에 도착한 미육군 1기 병사단 8기병연대 소속 육군상사 찰스 호버트 맥 대니얼 상사의 인식표. [AP=연합뉴스]

지난 1일 미군 유해 55구와 함께 미국에 도착한 미육군 1기 병사단 8기병연대 소속 육군상사 찰스 호버트 맥 대니얼 상사의 인식표. [AP=연합뉴스]

인디애나 출신의 맥대니얼 상사는 의무부대 소속으로 1950년 8월 파병됐고, 같은 해 11월 미군과 중공군이 첫 조우한 평안북도 운산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8기병연대는 중공군의 기습공격으로 상당한 병력을 잃었고, 특히 3대대의 손실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맥대니얼은 중공군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한 3대대 생존자 가운데 없었다. DPAA는 이날 “당시 동료 의무부대원은 중공군의 포위 속에서 맥내니얼이 전사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군목으로 전역한 장남과 함께 이날 전달식에 참석한 차남 래리 맥대니얼(70)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 집에 있는 사진과 주변 사람들이 전해준 이야기로만 (아버지를) 알 뿐”이라면서도 “난 애국자인 아버지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망설임없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셨다. 그의 애국심과 헌신이 자랑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두 아들은 가족회의를 거쳐 가장 의미있는 장소에 인식표를 보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마도 (아버지의 고향인) 인디애나폴리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맥대니얼 상사의 인식표는 발견됐지만 그의 유해가 55개의 상자에 실제 들어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DPAA는 유전자(DNA) 검사를 위해 전달식에 참석한 차남 래리의 구강상피세포를 현장에서 채취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미국에 유해상자 55개와 인식표 1개를 돌려보냈다.

현재 미국의 법의학자·역사학자 등이 하와이에서 유해들에 대한 DNA 검사 등 신원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다만 이들의 신원을 모두 밝혀내는 데는 길게는 수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DPAA 관계자는 “1990년대 송환된 유해 중에서도 DNA 감식이 되지 않아 신원확인을 못하고 있는 유해가 상당수다. 이번에 송환된 유해도 가족들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짧게는 수개월이 될 수도 있지만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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