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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 옆엔 주인 잃은 카네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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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살 건우, 하늘나라 아빠께 "경례" 고(故) 김도현 소령의 영결식이 8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열렸다. 엄마의 슬픔을 아는 듯 모르는 듯 큰아들 건우군이 마지막 길을 가는 아빠에게 ''필승''구호를 외치며 경례하고 있다. 1963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장례식 때 세 살이던 케네디 주니어가 거수경례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원주=조용철 기자>

"필승!"

에어쇼 도중 산화한 고 김도현(33.공사 44기) 소령(대위에서 추서)은 8일 사랑하는 아들 건우(4)와 태현(3)이의 거수경례를 받으며 그가 몸담았던 부대를 떠났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것이 꿈인 건우, 아버지의 죽음을 아직도 알지 못하는 태현이.

"아빠에게 인사해야지"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먼길을 떠나는 아버지의 유해를 향해 구호를 외치며 고사리 손을 머리에 붙이자 영결식장을 찾았던 이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눈물도 말랐는지 부인 배태안(30)씨는 그저 멍하니 아들의 경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고인의 영정 옆에는 건우와 태현이가 어버이날 아빠의 가슴에 달아 드리기 위해 종이로 만든 노란색과 빨간색 카네이션이 놓여 있었다(사진).

이날 김 소령의 영결식이 열린 원주 제8전투비행단 강당에는 유족과 군 관계자, 동료와 선후배 조종사, 부대 장병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공사 44기 동기생 대표 고준기(33) 대위는 "애기(愛機)와 함께 산화한 당신은 우리 마음속에서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라며 "'배우고 익혀서 몸과 마음을 조국과 하늘에 바친다'는 그 말대로 너를 저 하늘로 보낸다"고 김 소령을 추모했다. 이어 부인 배씨가 친지의 부축을 받으며 오열 속에 헌화하고 분향했다.

김 소령의 유해는 8일 오후 대전 국립현충원 장교 제2 묘역에 안장됐다. 미망인은 두 아들과 함께 남편의 유해 위에 흙을 뿌렸다. 둘째 아들 태현이는 또다시 "필승"을 외치며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원주=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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