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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로드] "불닭 소스 개발하려 닭 1200마리 잡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2월 유튜브에 올라온 뒤 조회수 75만회 이상을 기록한 불닭볶음면 시식 동영상. [유튜브 캡처]

지난해 12월 유튜브에 올라온 뒤 조회수 75만회 이상을 기록한 불닭볶음면 시식 동영상. [유튜브 캡처]

"죽고 싶을 만큼 맵지만, 계속 먹게 돼."
"보는 내가 물을 먹고 싶다."

8일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에선 외국인들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는 동영상'을 쉽게 검색할 수 있었다. 특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 만든 동영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날도 필리핀의 한 유명 유튜버가 까르보불닭볶음면 '먹방(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을 올렸고, 2시간 만에 1만8000회가량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보는 내가 물을 먹고 싶다', '참을 수 없다', '당장 사러 갈 거야' 등의 댓글을 달았다.

‘매운맛 강자’ 동남아人 사로잡은 비결은

불닭볶음면은 2013년 수출을 시작한 이후 동남아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불닭볶음면 전체 수출량의 약 30%가 동남아에 들어가는 물량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동남아에서만 불닭볶음면으로 6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전년 대비 20% 이상 많은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동남아에서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유명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의 영향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동남아시아 문화와 불닭볶음면의 궁합이 딱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국내의 한 라면 업체 관계자는 "동남아 사람들은 매운맛에 익숙하고 특이한 것에 강한 흥미를 느끼는 경향이 있다"며 "그 덕분에 삼양식품이 특별한 광고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닭볶음면에 도전하는 영상이 유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품 소비가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불닭볶음면

불닭볶음면

현지보다 3배 비싸도 ‘한류 라면’ 인기

여기에 동남아 전역에 부는 한류(韓流) 열풍도 한국 음식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동남아에선 한국 라면이 현지 라면보다 상대적으로 건강에 좋고 고급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의 마트에서는 불닭볶음면 등 한국 라면이 현지 라면보다 3배가량 비싸게 팔리고 있다.

전 세계 무슬림 인구의 약 60%가 동남아에 살고 있는데, 삼양식품이 이들을 배려한 점도 효과를 본 것으로 꼽힌다. 삼양식품은 수출 초기인 2014년 KMF 할랄 인증을 받았고 지난해 9월에는 인도네시아 MUI 할랄 인증까지 획득했다. 이런 할람 인증 덕분에 이슬람 교리에 따라 돼지고기나 술 등을 먹을 수 없는 무슬림들이 안심하고 불닭볶음면을 사 먹으면서 매출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이슬람교 전문가인 이만석 박사(4HIM 대표)는 "닭고기를 좋아하는 동남아 무슬림들에겐 닭고기로 만든 소스의 불닭볶음면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고 밝혔다.

"소스 개발하기 위해 닭 1200마리 잡아" 

그렇다면 불닭볶음면의 소스는 어떻게 개발했을까.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은 2011년 초 우연히 서울 명동의 매운 불닭 음식점 앞을 걷다가 '라면에도 강렬한 매운맛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1년 동안 '매운맛, 닭, 볶음면'을 모티브로 전국의 유명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들을 돌고 세계의 다양한 고추 맛을 연구한 끝에 불닭볶음면 소스를 완성했다. 삼양식품 측은 "이 기간 투입된 닭만 1200마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등에서 불닭볶음면이 큰 인기를 끌면서 삼양식품의 실적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15년 2908억원에서 2016년 3593억원, 지난해 4584억원을 나타냈다. 올해 1분기에는 1249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삼양식품 내부에선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과거의 '라면 왕국'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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