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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잃은 교육부, 나머지 교육 공론화도 빨간 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가교육회의의 대입개편안 발표를 전후로 ‘교육 공론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후속으로 예정된 교육부의 다른 공론화 이슈까지 빨간 불이 켜졌다. 정권에 우호적인 진보 교육감과 주된 지지 세력인 교육시민단체조차 공론화 과정을 통해 마련된 이번 개편안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공론화 무용론’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교육회의의 대입개편안 발표 전날인 지난 6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수능 확대 및 상대평가 유지’라는 시민참여단의 조사 결과대로 최종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진보교육감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협의회는 “그 동안 공론화위의 방향 설정과 과정상의 문제에 대해 수차례 우려를 표했다”며 “새 교육과정에 맞지 않고 과거로 회귀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특히 “이제라도 교육전문가들이 미래교육 가치에 초점을 두어 제대로 된 개선안을 만들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이는 학교현장에서 교육부보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교육감들이 사실상 공론화로 모아진 의견을 거부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에 대해 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위 김진경 위원장은 “전문가와 시민의 생각이 다를 때는 시민사회가 이를 검증할 기회가 필요하고, 이번 공론화도 그런 의미가 있다”며 “결정된 내용이 어떻든 간에 전문가는 겸허하게 시민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 위원장. 강정현 기자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 위원장. 강정현 기자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을 지지해 온 다수의 교육시민단체들은 진보 교육감들처럼 교육회의의 대입개편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공론화 과정의 불공정성과 정부의 무책임성이 합쳐진 결과”라며 “시민참여단의 민의를 왜곡한 잘못된 권고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공론화의 전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불공정한 상황이 계속 방치됐다”며 “상대평가 주장에 유리하게 운영하고자 한 흐름이 도처에서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교육 공론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후속으로 줄줄이 예정돼 있는 다른 이슈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와는 별개로 올 초부터 정책숙려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숙려제 1호로 나온 학생부 공론화 결과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공론화에 참여했던 일부 단체들은 “교육부가 회의에 계속 참가하며 교육부 시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교육부는 9월부터 ‘학교폭력 개선안’과 ‘유치원 방과후 영어학습 금지’ 등을 공론화할 예정이다. 특히 ‘방과후 영어 금지’ 문제는 올 초 교육부가 전문가들의 의견만 믿고 밀어붙이려다 호되게 당했다. 당시 학부모 등 일반 국민의 반발이 거세 시행을 1년 유예하며 공론화 주제로 채택했다. 이 주제도 대입개편처럼 전문가와 학부모의 의견이 크게 엇갈려 불 보듯 뻔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공론화 남발로 교육정책이 오히려 표류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당초 ‘숙의민주주의’라는 명분으로 도입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못 찾으면서 사회적 갈등 해결의 책임을 시민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이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교육학과)은 “처음부터 교육부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사안을 시민들에게 떠넘긴 것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대어 공론화를 통해 정책을 쉽게 펼치려 한 것 아니었냐는 의구심도이 든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교육부 문책론까지 나온다. 좋은교사운동은 “1년의 시간을 보내고 2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가면서 내놓은 결론이 참으로 실망스럽다”며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지 못하고 공론화에 맡겨 큰 혼란을 초래한 교육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 정부는 교육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음을 증명했다”며 “교육을 대입 선발의 도구로 전락시킨 사회수석도 경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도 “공론화를 통해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이 세금과 인력만 낭비한 김상곤 장관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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