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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친서에 폼페이오 방북의사 담았다", 국무부 "계획없어"

중앙일보

입력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

미국 국무부는 7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제4차 방북 가능성이 계획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존 볼턴 보좌관, 북한에 전달한 트럼프 친서 내용 밝혀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너무 앞서고 있다"며 일단 부인 #잠잠하던 볼턴의 대북 행보 두고 '지원사격' '본색 드러내나' 엇갈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것(4차 방북)은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을 앞서고 있다. 이 시점에서 어떠한 계획이 없으며, 발표할 여행(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워트 대변인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확실하게 예측하지는 않겠다"며 방북 가능성은 남겨뒀다.

존 볼턴. [UPI=연합뉴스]

존 볼턴. [UPI=연합뉴스]

이에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북한으로 보내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볼턴의 친서 내용 공개를 일단 국무부가 조심스럽게 부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당시 리용호 북 외무상에게 전달됐다.

나워트 대변인은 또 "(북한 비핵화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북미는 대화를 지속하면서 비핵화 경로를 걷고 있다. 우린 그것이 길(road)임을 알았다. 그것은 지금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 열린 아세안안보포럼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친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을 성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가 이용호 외무상에게 전달하는 장면. [사진 마이크 폼페이오 트위터]

지난 4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 열린 아세안안보포럼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친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을 성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가 이용호 외무상에게 전달하는 장면. [사진 마이크 폼페이오 트위터]

한편 볼턴 보좌관이 나흘 연속으로 TV에 출연, 북한에 대한 비핵화 조기 이행을 거듭 촉구하고 나선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볼턴은 이날도 "우리가 느끼기에 북한은 비핵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았다. 북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기조를 이어갈 것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은 수사(rhetoric)가 아니라 실행이다. 비핵화의 진전을 확인할 때까지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AP=연합뉴스]

북미 협상에 대해선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전적으로 일임하는 태도를 보였던 볼턴 보좌관이 이처럼 전면에서 북한 압박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제안했다는 친서 내용을 공개하면서 트럼프의 대화의지를 강조하고 후속 협상의 동력을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10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2차 방북 당시 김정은 위원장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모습.

지난 5월 10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2차 방북 당시 김정은 위원장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모습.

대북 강경파인 그가 "서신 왕래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워싱턴의 뿌리깊은 '대북 협상 무용론'을 무마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폼페이오가 도맡아 온 대북 협상 기조에 변화를 도모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미 상원 청문회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 상원 청문회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AP=연합뉴스]

특히 지난달 말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의원들의 끈질긴 질문공세에도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안 하고 있다"고 확실히 답하지 않았던 폼페이오와는 달리 볼턴이 인터뷰에서 "실질적 조치를 않고 있다"고 확고하게 규정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또 볼턴이 지난 5일 폭스뉴스에 나와 "김 위원장이 4월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일(비핵화)을 할 것이고, '1년 안'에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처음으로 공개한 것은 북한과 한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발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악수하는 모습.

지난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악수하는 모습.

"약속을 한 쪽은 그 쪽들(북한과 한국)이니 책임지고 행동으로 옮겨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움직이지 않는다"란 메시지란 것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볼턴의 발언이 북미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 논의가 부상했고, 미 협상팀이 그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나온 시점에 나온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비핵화 실천 때까지 제재 유지 ^최대 압박 기조 유지 등을 강조하며 결코 북한의 요구에 넘어가지 말 것을 못박는 '내부 견제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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