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플라스틱 빨대의 공포…대나무·쌀 빨대 어떨까
하루 평균 3~4개, 일주일에 총 26개의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했다. 1주일간 사진을 찍어가며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빨대가 내 손을 거쳐 버려지는지를 직접 세 본 결과다. 평균 지름 6.5mm, 길이 23cm의 작은 플라스틱 빨대는 얼마나 많이 사용되는지 의식하지도 못한 채 버려졌다. 개당 원가 약 3원, 10분 남짓 사용하는 플라스틱 빨대는 완전 분해까지 약 500년이 걸린다.

1주일간 사용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하루 평균 3~4개 정도를 사용했다. 유지연 기자
아이스 음료를 주로 마시는 여름철에는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컵이 수북이 쌓이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나마 8월 1일부터 시행된 자원재활용법 덕에 플라스틱 컵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플라스틱 빨대는 쉽게 버려진다. 빨대의 경우 정확한 사용량이 집계되진 않았지만 국내 플라스틱 컵 사용량이 2015년 기준, 연간 260억개임을 감안할때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만 하루 약 5억개의 플라스틱 빨대가 버려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최소 25 억개 이상의 빨대가 소비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비영리단체 ROUTE USA 인스타그램]](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8/07/fcb66ce2-b350-4b20-9fe2-2bea4ffd5434.jpg)
미국에서만 하루 약 5억개의 플라스틱 빨대가 버려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최소 25 억개 이상의 빨대가 소비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비영리단체 ROUTE USA 인스타그램]
환경부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는 지자체의 조례 규정에 따라 분리 배출 여부가 결정되며 재활용에 관한 어떤 가이드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번 개정된 자원재활용법에도 플라스틱 빨대는 규제 대상에서 빠져있다.
![이케아는 2020년까지 전 세계 모든 매장과 레스토랑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포함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중단한다. [사진 이케아]](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8/07/112f2d0e-bc24-4e88-bf1e-2f1b0eb49dc2.jpg)
이케아는 2020년까지 전 세계 모든 매장과 레스토랑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포함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중단한다. [사진 이케아]
물론 언젠가는 플라스틱 빨대도 퇴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스타벅스와 이케아, 맥도널드와 월트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들이 플라스틱 빨대를 거부하고 나섰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연내 종이 빨대를 도입하고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아이스 음료 뚜껑을 도입한다. SPC 그룹은 연간 약 26톤에 이르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을 70% 수준으로 감축하고, 2019년까지 빨대가 필요 없는 컵 뚜껑을 도입한다. 이케아는 2020년까지 전 세계 이케아 모든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포함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전면 중단할 예정이다.
![빨대 없이도 마실 수 있는 입구가 좁은 아이스 음료 용기를 개발한 스타벅스. [사진 스타벅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8/07/d10835aa-39b7-4122-8b9b-d2f894cd12c2.jpg)
빨대 없이도 마실 수 있는 입구가 좁은 아이스 음료 용기를 개발한 스타벅스. [사진 스타벅스]
작은 플라스틱 빨대가 환경에 얼마나 부담이 될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 CNN은 지난 1월, “매년 800만 톤의 플라스틱 빨대가 바다에 버려진다”며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이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은 코에 10cm가 넘는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이 영상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폴리프로필렌(PP) 소재가 주를 이루는 플라스틱 빨대는 자외선에 노출될 때 쉽게 미세화된다. 워낙 얇아 햇볕이나 바람에 쉽게 조각난다는 의미다. 5mm 미만의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의 체내에 축적된다. 먹이 사슬의 최상층에 있는 인간도 이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1주일간 26개의 플라스틱 빨대를 쓰고 나서, 그 다음 1주일은 플라스틱 빨대를 안 써보기로 했다. 작은 빨대 하나쯤 안 쓰는 것이 어려울까 싶지만 첫날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아이스커피를 시킨 뒤 빨대 없이 마셔보려니 뚜껑을 여는 순간 바닥에 적지 않은 양이 흘렀다. 빨대로 마신다는 전제 하에 뚜껑 경계 위로 올라올 만큼 넉넉한 양이 문제였다. 얼음이 담긴 음료는 컵을 기울이면 음료보다 얼음이 먼저 입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뚜껑을 열면 쏟아질 정도로 많은 양이 담긴 아이스커피. 유지연 기자
스무디나 과일 주스처럼 농도가 진한 음료는 더 힘들었다. 매일 아침 마시는 두유도 곤혹스러웠다. 두유 팩에 아예 붙어 나오는 일회용 빨대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버려지는 쓰레기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일회용 빨대가 아예 달려있어 사용하지 않아도 버려진다. 유지연 기자
그래도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매장은 괜찮다. 문제는 주문하면 플라스틱 빨대를 꽂아주는 카페가 많았다는 점이다. 주문 때부터 ‘플라스틱 빨대는 빼 달라’는 요청을 해도 바쁜 매장에서는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고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나오기 일쑤였다.

빨대를 아예 꽂아주는 카페가 많다. 유지연 기자
서울 마포구 카페 '보틀 팩토리'는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매장이다. 이곳 정다운 대표는 약 스무 개 정도의 다회용 스테인리스 빨대를 계산대 앞에 구비해 놓고 빨대가 필요한 사람에게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취지를 설명하면 이에 공감해 빨대 없이 음료를 마시는 손님들이 많다.

보틀 팩토리에 구비된 다회용 빨대. 취지를 설명하면 빨대 없이 음료를 마시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는 손님들이 의외로 적다. 유지연 기자
디저트 브랜드 도레도레 역시 7월 중순부터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꽂아주지 않는 쪽으로 내부 정책을 바꿨다. 플라스틱 빨대를 아예 없애진 못해도 적어도 손님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플라스틱 빨대 없는 1주 체험기
세어 보니 1주일에 26개나 버려
스테인리스·나무 제품 세척 불편
쌀로 만든 ‘먹는 빨대’도 곧 나와
종이빨대·텀블러 사용 늘려가야

먹는 빨대와 대나무 빨대, 스테인리스 빨대 등 대안 빨대를 구매해 사용해보았다. 유지연 기자
결국 이틀 만에 빨대 없는 불편함을 못 이겨 대안 빨대를 사기로 했다. 가장 먼저 온라인으로 개당 3000원 가량의 스테인리스 소재 다회용 빨대를 구매했다. 전용 세척 솔로 사용 전후 닦을 수 있는 제품이다. 문제는 휴대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천 케이스도 있지만 밀봉되는 디자인이 아니라 먼지가 걱정됐다. 비닐 지퍼백이 그나마 위생적이었지만 늘 챙겨 다니기가 어려웠다.

스테인리스 소재 빨대를 지퍼백에 넣어가지고 다녔다. 매일 아침 챙겨 나오는 불편함이 있다. 유지연 기자
성수동의 일회용품 제로(zero) 식료품점인 ‘더 피커’에서 대나무 빨대도 구매했다. 스테인리스 소재보다 가볍지만 역시 세척과 건조가 녹록지 않았다. 다회용 빨대는 사용 후도 문제였다. 빨대에 묻은 음료를 완전히 닦아내지 않으면 남은 음료가 흘러나왔다. 하루에 여러 번 사용할 경우 매번 세척해야 한다.

대나무 빨대는 친환경적인데다 가벼워 들고다니기 좋다. 물론 세척과 건조가 번거롭다. 사진은 성수동 제로 웨이스트 식료품점 '더 피커'에서 판매하는 대나무 빨대. 유지연 기자
그러던 중 먹는 빨대 얘기가 들려왔다. 빠르면 오는 8월 20일부터 메리어트 등 유명 호텔 체인과 외식 업체에 납품된다는 쌀 빨대다. 이를 개발한 연지곤지 김광필 대표는 “쌀과 타피오카를 섞어 반죽을 만든 뒤 속이 비어있는 대롱 형태로 제작했다”며 “평균 100~150일 내외에 100% 자연분해 된다”고 설명했다. 먹는 빨대는 사용 후 말 그대로 씹어서 먹어도 되고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도 된다. 뜨거운 액체에 담가도 약 2~3시간 정도는 형태가 유지된다. 실제로 먹어보니 마른 파스타 면을 씹어 먹는 듯한 느낌이다. 문제는 아직 소비자가 직접 살 수 있는 곳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플라스틱 빨대보다 약 5배 정도 비싼 원가도 걸림돌이다.

겉으로 보면 플라스틱 빨대와 대동소이한 먹는 쌀 빨대. 마른 파스타 면과 비슷한 식감이다. 유지연 기자
늘 지척에 구비돼 있는 플라스틱 빨대를 그동안 얼마나 쉽게 쓰고 버렸는지 깨달았다. 아예 빨대를 사용하지 않도록 입구가 좁은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거나, 다회용 빨대를 부지런히 세척해가며 들고 다니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이다.
![휴대가 간편한 조립식 스테인리스 빨대도 있다. 외국 제품으로 국내에서는 아직 구매할 수 없다. [사진 파이널스트로 홈페이지]](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8/07/a8e1cf5c-df9b-422b-b4a0-f48294700c96.jpg)
휴대가 간편한 조립식 스테인리스 빨대도 있다. 외국 제품으로 국내에서는 아직 구매할 수 없다. [사진 파이널스트로 홈페이지]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사이 전 세계에서 연간 수천억개씩 버려지는 빨대의 숫자가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는 점은 확실하다. 습관처럼 버린 플라스틱 빨대가 바다를 거쳐 다시 우리 식탁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