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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종전선언에는 한·미가 함께 가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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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정부의 ‘연내 종전선언’ 추진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강 장관은 5일 기자들과 만나 “연내에 이루겠다는 목적 달성을 위해 미국·중국과 상당한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9월 하순의 유엔총회 등을 활용하겠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미국은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대사는 지난 2일 부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종전선언은 너무 서두르면 협상 실패 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만 혜택을 본다. 한번 선언하면 전쟁을 시작하지 않는 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의 조건은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이며, 완전한 핵시설 리스트 제출이 그 출발점이라고 못 박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4일 ARF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대로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할 것이라 낙관한다”면서도 “비핵화가 끝날 때까지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한 건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반면 북한은 종전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용호 외무상은 종전선언을 “조선반도(한반도) 평화 보장의 초보의 초보적 조치”라며 “우리만 일방적으로 움직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동시적·단계적 조치를 강조했다. 미군 유해를 송환했으니 종전선언에 들어가자는 주장이다.

중요한 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 비핵화 진전 조치가 언급돼 있다면 모르겠으나 연내 종전선언에 집착해 남북한과 중국이 함께 미국을 압박하는 구도로 만들어선 안 될 일이다. 대신 북한에 대고 비핵화 진전 조처를 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해리스 대사가 “종전선언에는 한·미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한 건 북핵 핵심 당사자인 한국 정부의 속도 조절을 촉구한 말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