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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선 ‘라면= 팔도 도시락’ … 마요네즈면 잘나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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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90년대 초 부산에서는 팔도 도시락 라면이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팔도 도시락의 ‘큰손’은 부산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는 상선의 선원과 러시아 보따리상이었다.

[디지털 기획] 라면로드 #팔도, 현지인 입맛 철저한 연구 #러시아 컵라면 시장 60% 차지

사각 형태의 팔도 도시락은 모양이 기존 러시아 선원들의 휴대용 수프 용기와 비슷했다. 팔도 도시락의 칼칼한 맛도 러시아 전통 수프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또한 별도의 뚜껑이 있어 흔들리는 배와 기차 안에서 먹기에도 편했다.

선원들과 보따리상에 의해 블라디보스토크에 전해진 팔도 도시락은 현지에서도 인기 품목으로 떠올랐다. 러시아 보따리상의 보따리 안에 팔도 도시락이 주요 아이템이 될 정도였다.

러시아 대형마트에 진열된 팔도 도시락. 한가운데 가장 잘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 팔도]

러시아 대형마트에 진열된 팔도 도시락. 한가운데 가장 잘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 팔도]

이렇게 러시아에 선보인 팔도 도시락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의 ‘국민 라면’으로 등극했다. 보통 컵라면이라 부르는 용기면 시장에서 도시락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60%를 넘는다. 1년 판매량은 3억 개가 넘어 러시아 국민(1억5000만 명) 한 명당 1년에 2개씩 먹은 셈이 된다. 지난해 기준 러시아 시장 누적 판매량은 47억 개이며 지난해 매출액은 2300억원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라면을 ‘도시락(DOSHIRAK)’이라 부르기도 한다.

도시락이 러시아의 국민 라면으로 큰 데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큰 몫을 했다. 팔도 연구원이 직접 러시아 전통시장과 가정 등을 돌아다니며 현지 국민이 선호하는 맛을 면밀히 분석했다. 덜 맵고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는 러시아인들의 입맛을 고려해 ‘도시락 치킨 맛’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국물도 라면 특유의 빨간 국물이 아닌 닭 육수 베이스의 하얀 국물 라면이다. 닭을 즐겨 먹는 현지인들의 식습관을 고려한 것이다. 이후에도 버섯·새우 등 다양한 맛의 도시락을 출시했다.

또한 한국인의 고추장같이 마요네즈를 음식의 필수 소스로 여기는 러시아인을 위해 2012년에는 마요네즈를 넣은 ‘도시락 플러스’를 출시해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울러 젓가락 사용에 익숙지 않은 러시아인들이 편리하게 먹을 수 있도록 용기 안에 포크도 담았다.

팔도는 러시아 현지에 설립한 두 곳의 공장에서 도시락을 직접 생산하는데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만도 1000명이 넘는다. 팔도는 러시아 현지 법인을 통해 현재 8종의 ‘도시락’과 3종의 일반 봉지 면을 판매하고 있다. 조홍철 팔도 해외영업팀장은 “러시아의 성공을 바탕으로 현재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과 체코·폴란드 등 동유럽까지 수출국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에서도 도시락이 국민 라면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도 도시락은 요즘 국내에서도 눈에 띄게 매출이 늘고 있다. 2015년 600만 개에 머물던 국내 판매량이 지난해에는 1700만 개로 세 배가량 증가했다. 1986년 한국야쿠르트가 처음 출시한 뒤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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