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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받아도 이슬람은 안돼" 한국 덮친 '이슬람 포비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이슬람 포비아...예멘 난민에 대한 입장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1~2일 실시한 여론조사는 서구처럼 한국도 ‘이슬람포비아(Islamophobia·이슬람공포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종교를 구별하지 않고 일반적인 ‘난민’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땐 우호적 태도(50.7%)가 적대적(44.7%) 태도보다 많았다. 하지만 질문 대상을 ‘이슬람 난민’으로 좁혀 물었을 땐 우호적 답변은 28.7%(매우 우호 2.8%, 약간 우호 25.9%)에 그쳤고, 적대적 답변은 66.6%(약간 적대 36.2%, 매우 적대 30.3%)나 됐다. 반면 ‘비이슬람계 난민’에 대해선 우호적 답변이 53.2%(매우 우호 5.5%, 약간 우호 47.6%)였고, 적대적 답변은 42.0%(약간 적대 32.7%, 매우 적대 9.4%)였다. 난민이 이슬람이냐 아니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 난민에 대한 일반적 태도는 긍정적 반응이 더 많으면서도, 대부분 이슬람인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해선 반대 여론이 강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번 조사에서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해선 수용반대가 61.1%(반대 33.8%, 매우 반대 27.3%)로 수용찬성 35.8%(매우 찬성 4.9%, 찬성 30.8%)보다 훨씬 많았다.
예멘난민 수용에 반대한다는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테러ㆍ범죄 등 치안 및 안전 때문’(55.4%)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이슬람 문화 유입 등 문화 충돌’(18.3%), ‘세금 증가 등 사회·경제적 부담’(15.8%)의 순이었다. 특히 ‘테러ㆍ범죄 등 치안 및 안전 때문’이란 답변은 19~29세에서 71.6%로 가장 높았고, 30대 61.6%→40대 56.6%→50대 46.3%→60대 이상 40.9%로 낮아졌다.
이에대해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5일 “극단주의 무장세력 IS 등의 영향으로 ‘예멘 난민은 ‘잠재적 테러리스트’, ‘강간범’이란 관념이 작용하는 것 같다”며 “미국과 유럽에선 사회적 약자인 여성층과 젊은 세대인 20대가 난민 수용에 더 우호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사회의 이런 모습은 특이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예멘 난민 수용에 찬성한다는 응답층에선 찬성하는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인권보호 국가라는 위상을 얻게 된다’(63.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인종ㆍ종교ㆍ문화가 다양해져 국가경쟁력에 도움’(16.2%), ‘일손 부족 산업에 노동력 문제 해결’(16.2%) 등의 순서였다.
한편 정부가 난민 수용을 확대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응답(59.2%)도 절반이 넘었다. 반면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응답은 10.7%에 불과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층에서도 55.1%가 난민 수용 확대가 대통령 지지율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난민에 대해 보다 엄격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럽에게 가장 강력한 반난민법(불법 체류 중인 난민을 돕는 개인 혹은 단체에 최대 징역 1년형을 선고)을 통과시킨 헝가리의 사례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견해를 물었더니 20.0%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로 우리도 본받아야 한다’고 답했고, 30.5%가 ‘자국민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존중한다’고 답했다. 50.5%가 헝가리의 반난민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반인권적 행태’(9.0%), ‘다소 반인권적’(31.9%)이란 부정적 견해는 40.9%였다.
이런 여론은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난민법 개정안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지금 국회에 ‘난민 보호’보단 ‘난민 규제’에 초점을 맞춘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대한 입장을 묻자 57.5%가 찬성했고, 반대는 36.9%에 머물렀다. 원내 1,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지층 모두 찬성 비율이 높았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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