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창근 전 靑행정관 “朴, 최순실과 3인방에 사육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최순실씨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최순실씨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근 전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은 최씨에게 사육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행정관은 4일 ‘주간동아’와 인터뷰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고리 3인방’ 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전 비서관 위에 최씨가 ‘몸통’으로 존재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전 행정관은 2007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 캠프에 합류, 이후 10년여간 박 전 대통령의 일정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 기간 그는 최씨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 전 행정관은 “정윤회씨에 대해선 들어봤지만 최씨는 생각도 못 했다. 2014년 ‘정윤회 문건’이 보도됐을 때 나는 물론이고,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3인방에게 직접 확인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최씨의 운전기사 증언이나 청와대 조리장의 인터뷰 등을 보니 평소 의아했던 부분들이 하나씩 풀렸다”며 “3인방과 최씨는 매주 일요일 별도회의를 하고 주요 사안을 결정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 모르게 3인방 위에 ‘몸통’으로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07년 3인방을 처음 만났을 때도 서로를 이 차장(이재만), 정 과장(정호성), 안 과장(안봉근)이라 불렀다. 선거캠프 시절 박 전 대통령도 ‘안 과장에게 이 서류 전달해주세요’라고 해 의아했다”며 “그런데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최씨의 운전기사 인터뷰 기사를 보니 최씨는 ‘소장’으로 불렸더라. 최씨가 사실상 ‘3인방의 보스’고 수직적 관계라는 건 직함에서도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사안은 최씨가 주재하는 회의에서 논의하고 대응 방안을 결정한 뒤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대통령은 ‘논의한 대로 추진하세요’라고 얘기했을 것”이라며 “3인방은 모든 걸 알면서도 함구한 채 주변을 기만했고, 그들 위에는 최씨가 군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3인방을 잘못 쓴 책임이 크다"고 했다.

이 전 행정관은 “3인방 외에 관저 내실엔 누구도 출입하지 못했고, 3인방은 주말에 최씨와 비밀회동을 했으니 알 수 없었다”며 “나를 비롯한 청와대 직원들과 국회의원, 기자들도 모두 속았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