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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파감지'로 직원 감시하는 中기업···명분은 범죄예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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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중국은 2020년까지 4억5000만대의 감시용 CCTV를 설치할 계획이다. [WSJ 유튜브 캡처]

중국은 2020년까지 4억5000만대의 감시용 CCTV를 설치할 계획이다. [WSJ 유튜브 캡처]

 영국 작가 조지 오웰(1903~1950년)의 소설 『1984』엔 ‘빅 브라더’가 등장한다. 소설 속 빅 브라더는 ‘절대 권력’을 상징했다. 시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통제하고 감시한 것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말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 전역에 빅 브라더를 연상케 하는 첨단 감시망이 들어서고 있다. 중국 정부가 도입한 안면 인식 장치, 신체 부착형 GPS 등 최첨단 장비가 곳곳에서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이다.

소수 민족, 반(反)정부 인사 등에 그쳤던 중국 정부의 감시 대상은 이제 평범한 시민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시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감시는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순례 떠나는 무슬림에 ‘GPS 목줄’

최근 중국 정부가 무슬림들에게 감시용 목걸이를 패용시킨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메카로 성지 순례를 앞두고 있었다.

무슬림들이 패용한 목걸이 이름은 ‘스마트 카드’. 중국 정부가 이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위성항법장치(GPS) 추적기와 여권번호·이름이 입력된 목걸이를 이들에게 강제로 패용시킨 것이었다.

중국 무슬림 거주 지역인 신장지구를 순찰하고 있는 중국 공안. [AP=연합뉴스]

중국 무슬림 거주 지역인 신장지구를 순찰하고 있는 중국 공안. [AP=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중국회교도협회는 “중국 정부는 GPS를 이용해 약 40일에 걸친 무슬림들의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 순례를 떠나는 이들에게 ‘족쇄’와 다를 바 없는 목걸이를 매도록 한 조치는 지나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영국 킹스 칼리지의 에바 필스 교수는 “무슬림들에게 용의자나 가석방 된 전과자처럼 감시를 받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이슬람교를 믿는 것에 대한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메카로 떠난 무슬림 가운데 실제로 감시용 목걸이를 패용한 이는 전체 3분의 1도 안된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중국 정부는 무슬림을 비롯한 소수 민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추세다. 특히 올해 들어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 1100만 명의 주민 유전자를 수집하고, 차량에 위치 추적기까지 설치했다. WSJ은 “이들을 ‘잠재적 테러 용의자’로 간주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공공 장소에 설치된 감시 장치…“신분증 대체” 

중국 당국의 감시 대상은 소수민족 뿐만이 아니다. 대학교·지하철 등 공공시설에 설치된 최첨단 감시망은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도 살펴보고 있다.

조만간 중국 광둥선에선 객실 안팎을 구석구석 들여다 볼 수 있는 초고화질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지하철이 운행을 개시한다. 해당 열차는 광저우 지하철 14호선의 신규 노선인 ‘중국-싱가포르 광저우 지식도시 노선’. 이 노선은 총 8량(輛)으로 구성돼 있는데, 객차마다 3~4대씩 총 30대의 최첨단 CCTV가 설치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CCTV는 열차 안팎을 초고화질 해상도로 촬영할 수 있다. 촬영된 영상은 중앙 통제실에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다”며 “자체 안면인식 기술을 통해 승객의 신원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는 시속 120㎞로 달리는 열차 안에서도 뚜렷하고 선명한 영상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중국 베이징대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얼굴인식 카메라로 신분증 제시 없이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사진 SCMP 캡처]

중국 베이징대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얼굴인식 카메라로 신분증 제시 없이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사진 SCMP 캡처]

대학가(街)에서도 학생들에 대한 신원 파악이 자동화됐다. 지난 6월 중국 최고 명문대인 베이징(北京)대가 인공지능(AI) 기술이 장착된 얼굴 인식 카메라를 출입구에 설치한 것이다. 학생들의 신원을 확인하려는 용도에서다. 베이징대는 교내 일부 도서관, 강의실, 기숙사, 체육센터 등에도 얼굴인식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카메라가 신분증을 대체하는 셈이다.

최첨단 감시의 명분은 ‘범죄 예방’?

이처럼 중국 정부가 대대적 감시 활동을 벌이는 명분은 ‘대(對)테러’ 활동이다. 첨단 감시 장비를 동원해 범죄를 방지하고, 지명 수배자를 조속히 검거해 치안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첨단 감시 장비를 동원해 적지 않은 검거 실적을 내왔다.

최근 홍콩 유명 가수인 장쉐여우(張學友·57)의 중국 순회 공연장에 안면인식 장치를 설치해 지명 수배범들을 잇따라 검거한 것이 대표적 성과다.

지난 5월 저장성의 장쉐여우 콘서트장에서 카메라에 포착된 한 용의자(오른쪽). [아사히신문 캡처]

지난 5월 저장성의 장쉐여우 콘서트장에서 카메라에 포착된 한 용의자(오른쪽). [아사히신문 캡처]

지난 5월엔 저장성 자싱시 콘서트장 출입구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 안면 인식 시스템을 통해 사기 용의자를 적발됐고, 이어 장시성 난창시 공연장에선 관중 5만 명 중 지명수배범을 ‘콕’ 집어내 체포했다.

심지어는 일선 현장의 경찰관들도 첨단 감시 장비를 활용하는 추세다. 일례로 지난 2월부터 허난성 정저우 일대 경찰들은 안면 인식 인공지능(AI)이 탑재된 특수 선글라스를 탐문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범죄인 데이터베이스(DB)’에 연결된 이 선글라스는 수많은 인파에서 지명 수배자들을 구분해낼 수 있다. 경찰의 시선이 곧 감시망인 셈이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 지하철역에서 AI 선글라스를 낀 경찰. [유튜브 캡처]

중국 허난성 정저우 지하철역에서 AI 선글라스를 낀 경찰. [유튜브 캡처]

이와 관련해 중국 인민일보는 “현재(2월)까지 인신매매 및 뺑소니 등 범죄 용의자 7명, 신분 위조 용의자 26명을 적발하는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中 기업들도 직원들 ‘머릿속’ 감시

중국 기업들도 첨단 장비를 통해 직원 감시에 나섰다. 이른바 ‘뇌파 감지’를 통해 직원들의 생산성을 측정하는 것이다.

최근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기업인 항저우중헝전기는 생산 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무선 센서가 달린 소형 모자를 쓰고 일하도록 지시했다. 이 센서는 노동자들의 뇌파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중앙 컴퓨터로 전송한다. 그러면 이 컴퓨터는 뇌파를 분석해 근로자들의 감정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고 SCMP는 전했다.

SCMP는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생산 속도를 조절하고 공정을 개선하는 등 작업 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뇌 감시에 대한 연구는 서구 선진국에서 주로 이뤄졌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 전면 적용된 건 중국이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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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사회는 이같은 중국 사회의 대대적 감시 행위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중국에 첨단 정보통신(IT) 제품을 수출해온 미국은 “미국산(産) 첨단 기술들을 감시 활동에 악용한다”며 발끈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5월 마르코 루비오(공화당) 상원 등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게 보낸 서신에서 “미국의 첨단 IT 기술이 중국의 인권 탄압에 이용되고 있다. 이 기술의 대(對)중국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WSJ은 “중국 정부는 지난 수년 간 안면인식 기술과 생체인증 수집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해 14억 중국인을 확대 감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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