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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설리도 했다는 공포의 '영하 140도 다이어트' 직접 해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워도 너무 덥다. 오늘 역시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7월 이후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더위에 수시로 휴대폰이 폭염경보·폭염주의보로 울리고 있다. 이럴 때 지구 상에서 가장 춥다는 남극보다 더 낮은 온도를 경험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영하 140℃.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체험하는 모습을 올리자마자 장안의 화제가 된 '크라이오테라피' 얘기다.

최근 관심이 증폭된 냉기요법 '크라이오테라피'를 직접 체험해봤다.

최근 관심이 증폭된 냉기요법 '크라이오테라피'를 직접 체험해봤다.

설리만이 아니다. 최근 다이어트에 성공한 래퍼 스윙스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운동 후 크라이오테라피를 하는 모습을 올렸다. 더운 날 추위를 경험하는 것만 해도 귀가 솔깃한데, 피로 회복 효과에 3분 만에 500~800kcal의 열량을 소모하는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다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변에 실제로 해본 사람은 없고 '대체 그게 뭐냐'는 호기심과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으로 설왕설래. 미지의 세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해봐야 답이 안 나온다. 그냥 직접 해보기로 했다.

지난 8월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한 크라이오테라피 전문 관리 숍을 찾았다. 올해 4월에 문을 연 곳이다. 기계 수입사 이온인터내셔널 측의 설명을 들어보니, 미국에선 이미 3년 전부터 인기를 끌어 스파와 에스테틱 형태로 관리 숍이 많이 생겼지만 국내는 도입 초기로 8~10월 사이에 많은 숍이 생길 예정이라고 한다.

크라이오테라피 체임버와 질소 통.

크라이오테라피 체임버와 질소 통.

간단하게 소개하면, 크라이오테라피는 ‘추운’ ‘차가운’의 의미를 가진 그리스어 ‘크라이오(cryo)’와 치료·요법을 뜻하는 '테라피(therapy)'를 합친 말이다. 차가운 냉매를 이용한 치료법으로 찬물을 몸에 끼얹는 냉수마찰이나 얼음 목욕을 생각하면 쉽다. 크라이오테라피는 얼음이나 찬물 대신 액화 질소를 기화시킨 질소 증기를 사용하니 우리 말로는 '냉기요법' 정도가 적당하겠다.
처음엔 관절염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이후 프로 운동선수의 피로 회복 및 통증 완화 목적으로 사용됐다. 2015년 유명 축구 선수 호날두와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 등이 즐겨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관리법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호날두는 집에 아예 크라이오테라피 룸을 설치했고, 골프선수 조던 스피스는 크라이오테라피 통 위에 자신의 우승 트로피를 얹고 찍은 사진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국내에선 지난 7월에 '설리 효과'로 붐을 탔다.
크라이오테라피 업계 관계자들이 말하는 효과는 다양하다. 격렬한 운동 후에 찾아오는 피로를 빠른 속도로 회복시키고, 관절염처럼 염증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시키며 신진대사를 활성화 시킨다. 여자들이 주목하는 효과는 뭐니뭐니해도 셀룰라이트 파괴와 열량 소모다. 그렇다고 알려진 것처럼 3분 동안 500~800kcal가 없어지는 건 아니고, 관리 후 4~5시간 동안 떨어진 체온을 끌어 올리는데 그만큼의 열량을 태워 다이어트 효과를 낸다고 한다.

체임버에 들어가기 전 체온을 잰다.

체임버에 들어가기 전 체온을 잰다.

숍에서 직원과의 간단한 상담을 통해 병력이나 혈압 상태 등을 체크한 뒤 바로 관리에 들어갔다. 안내에 따르면 혈압이 높거나 항생제를 복용한 지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면 건강상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관리를 받을 수 없다. 극한의 환경에 노출되는 만큼 정기적인 관리를 받는다면 1주일에 1회 또는 최소 2~3일의 간격을 두길 권한다.
탈의실에서 속옷을 제외한 모든 옷을 벗고 겨울용 털장갑과 털 양말, 털신을 신었다. 손발에 있을 수 있는 동상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 하는 '보호장비'인 셈이다.
이제 본격적인 테라피를 받을 차례다. 팔·다리의 온도를 잰 후 질소 통이 달린 '체임버' 안에 들어갔다. 온도계에 표시된 온도는 영하 26℃. 처음부터 영하 100℃ 이하의 온도에서 3분을 지내는 게 아니라, 서서히 온도를 내려가는 시스템이다. 3분 동안 직원이 옆에 있으면서 온도를 낮추고 체험자의 상태를 체크한다.

영하 111℃. 냉기를 품은 질소 증기가 통 아랫쪽에서 뿜어져 위로 올라왔다.

영하 111℃. 냉기를 품은 질소 증기가 통 아랫쪽에서 뿜어져 위로 올라왔다.

쉬이익-. 질소 증기가 통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다리에서부터 찬 기운이 느껴졌다. 경험한 적 없는 온도에 대한 공포심에 '심장마비가 오진 않을까' '피부가 괴사하면 어쩌나' 오만가지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이를 눈치챘는지 안내 직원이 몸을 계속 움직이라고 말해준다. 체임버 안에서 셀룰라이트가 많은 부위를 손으로 때리면 지방 분해가 더 잘 된다는 말에 열심히 허벅지를 두드렸다.

첫 1분은 영하 26℃부터 시작해 천천히 온도를 내린다. 적응 시간이다. 직원이 체험자의 상태를 체크하며 주기적으로 차가운 질소 증기를 체임버 안에 채워가며 온도를 내린다. 2분 째부터는 속도가 붙기 시작해 마지막 1분에는 영하 100℃에 도달했다. 열심히 움직인 덕인지 피부에 별다른 통증이나 문제는 없었지만, 겁이 나 영하 124℃에서 더 온도를 내리지 않고 마무리했다.
기계에서 나와 체온을 재보니 팔은 34℃에서 20.5℃로, 다리는 35℃에서 15.7℃로 떨어졌다.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온몸의 한기가 한참 남아있다. 늘어졌던 몸 상태가 활력적으로 바뀐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살도 탄력 있게 올라붙은 긴장감이 있다. 휴게공간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7~8분쯤 지나자 손끝이 살짝 저렸다. 추운 겨울날 밖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에 들어와 몸이 녹으며 손가락이 아렸던 그 느낌이다.
10분이 지나자 체온이 31℃로 많이 돌아왔다. 이후로 한 두시간은 머리가 띵한 느낌이 있었다. 별다른 측정이나 진단이 없으니 공포심에 너무 긴장한 탓에 그런 건지, 실제로 체온이 떨어졌던 영향인지 가늠하긴 어려웠다.

국내에 전문 숍을 연 최유진 크라이오미 대표는 미국에서 크라이오테라피를 경험해 보고 좋아서 직접 한국에 들여왔다. "운동선수였던 삼촌이 크라오이테라피로 관리하는 걸 봐 왔고 나 역시 운동 매니어로 운동 후 회복 속도를 높여주는 점에 매료됐다"는 최 대표는 "한국에선 다이어트 목적으로만 크라이오테라피가 관심을 받는데 생각지 못한 반응"이란다. 그는 몸의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고 활력적으로 만드는 효과로 크라이오테라피를 봐주길 바랐다. 이온인터내셔널의 한정우 대표 역시 "다이어트 목적보다는 피로 회복과 신진대사를 돕는 효과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크라이오테라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특히 뇌졸중·심장마비 등 심뇌혈관 질환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급격한 온도 차이에 심장과 혈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피부과 역시 다르지 않다. 권인호 피에이치디피부과 원장은 "극저온에 피부가 노출되면 가장 먼저 동상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며 "피부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이어트 효과에 대한 부분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우리 몸의 갈색지방을 활성화시켜 열량을 태운다는 원리이지만, 임상을 통하거나 과학적인 실험 등으로 입증된 효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크라이오테라피에 익숙한 미국 의사들도 크라이오테라피를 "아직 연구·개발할 여지가 많은 분야"라고 말하는 이유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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