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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에 밀릴 때, 고수는 이렇게 한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류재언의 실전협상스쿨(22) 

비상장주식 거래가 발생하는 유형은? [중앙포토]

비상장주식 거래가 발생하는 유형은? [중앙포토]

일반적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상장이 될 것으로 예견되는 회사가 아닌 한 비상장주식은 의미 있는 수준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경영상 이유로 비상장주식이 거래되는 경우들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고, 이 경우 당사자들 간에 협상 결과에 의해 거래가가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비상장주식 거래 자문을 담당하면서 활용한 협상 전략을 10가지로 정리해서 남긴다.

경영상 이유로 비상장주식 거래가 발생하는 몇 가지 유형은 아래와 같다.
- 합작법인 설립 2년 만에 관계가 틀어져 다수지분권자가 지분매입을 하는 사례
- 인수합병 시 반대표를 행사한 소수주주가 상법상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사례
- 소수주주가 대표의 횡포에 회사를 떠나며 주식을 사주지 않으면 민형사상 문제를 삼겠다고 요청한 사례

1. 목표는 3개의 구간으로 수치화시켜라
‘이번 협상에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야지’와 같은 막연한 목표는 의미가 없다. 협상 전에는 수치화된 목표를 설정하고, 구간을 3단계로 나눌 필요가 있다. 내가 사인할 수 있는 최저점, 판단을 유보하고 시간을 확보할 구간, 거래 결렬을 선언하고 일어나야 하는 지점 등이다.

2. 선공을 날려라
사람들은 상대방이 제시한 첫 숫자에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린다. 특히 기존 거래 사례가 드문 비상장주식은 정확한 가격을 측정하기가 쉽지 않으며, 미래의 가치에 얼마나 무게중심을 두는지에 따라 주식가치평가 결과도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그야말로 협상의 여지가 아주 큰 상황이다.

소위 말해 앵커링이펙트(Anchoring Effect : 기준선점효과)는 협상에 있어 판을 뒤흔든다. 믿을 수 있는 회계사와 협업하여 주식가치에 대한 평가액을 내부적으로 확인한 다음 목표가를 설정하고 선공을 날려라. 그리고 상대방의 반박에 맞설 수 있는 재반박 근거를 미리 마련하라.

3. 뒤틀린 감정이라는 변수

서로간에 뒤틀린 감정이라는 변수가 존재할 때는 차라리 변호사나 회계사에게 협상을 맡기는 것이 좋다. [사진 Freepik.com]

서로간에 뒤틀린 감정이라는 변수가 존재할 때는 차라리 변호사나 회계사에게 협상을 맡기는 것이 좋다. [사진 Freepik.com]

거래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비상장주식을 매매하는 상황은 대부분 공동창업자의 사이가 멀어지고 감정이 상하고 신뢰가 파탄 나서 어느 한 쪽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 협상에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이 ‘뒤틀린 감정’이라는 변수이다.

우선 주주 본인이 직접 협상에 임할 것인지부터 고민해봐야 한다. 관계가 파탄이 난 상태에서 서로 마주 앉아서 주식가격을 협상한다는 것이 결코 쉬울 리도 없고 잘 될 리도 없다. 서로 마주 앉게 되면 절반 이상의 시간을 과거의 잘잘못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이에 대해 반박하는 데 힘을 쏟아버리고 만다. 이럴 때는 차라리 믿을 수 있는 변호사나 회계사 등에 협상을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4.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주는 임팩트
“주당 20만원 미만일 경우 매매할 의사가 없습니다”라는 말을 카카오톡으로 할 때, 문자로 할 때, 전화로 할 때, 만나서 할 때, 이메일로 할 때, 내용증명으로 할 때 언어의 무게감과 온도는 모두 다르다. 따라서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5.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는 조급함
협상할 때, 가장 파고들기 좋은 틈은 상대방의 조급함이다. 내가 이번 거래를 빨리 마무리 짓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상대방은 배짱을 부리며 거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압박하며 가격을 높일 것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조급함을 드러내지 말라. 시간에 쫓기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은 협상에 있어 가장 치명적이다.

6.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포착하라.
UCLA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이 1971년에 출간한 저서 『침묵의 메시지(Silent Messages)』에 따르면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이 55%, 청각이 38%, 언어가 7%에 이른다고 한다. 이것이 메라비언의 법칙이다. 실제로 협상에서도 상대방이 제시하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것이 드러난다.

우리가 첫 제안을 했을 때 상대방의 반응, 전략적으로 협상결렬을 선언했을 때의 반응, 상대가 주고받는 눈빛과 제스쳐, 목소리 톤과 높이, 떨림, 빠르기 등은 적지 않은 정보를 담고 있다. 이를 예리하게 포착해야 하는 동시에 본인들의 제스쳐에서 불필요한 정보가 노출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봐야 한다.

7. 무심코 뱉는 말실수를 경계하라.

협상에 있어 말을 많이 하는 것은 결코 설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말을 줄이고 무심코 내뱉은 말실수를 경계해야 한다. [사진제공=Freepik]

협상에 있어 말을 많이 하는 것은 결코 설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말을 줄이고 무심코 내뱉은 말실수를 경계해야 한다. [사진제공=Freepik]

“최근 투자를 받은 직후라 사실 금액적으로는 얼마라도 크게 상관없습니다.”
자신만만하고 과시하기 좋은 대표이사가 유도신문에 걸려들었다. 치명적 말실수는 협상의 주도권을 내어줄 수 있다. 저런 이야기를 협상 테이블에서 들으면 상대방은 어떻게든 금액을 더 올리려고 기를 쓸 것이고, 협상은 더욱더 힘들어진다.

말을 줄이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상황이 주어지면, 대부분이 본인이 대화를 주도하려고 한다. 하지만 협상에 있어 말을 많이 하는 것이 결코 설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말을 줄이고, 무심코 내뱉는 말실수를 경계하라.

8. 밀리고 있을 때는 ‘단절’시켜라.
첫 협상 테이블에서 금액에 대해 이야기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상대방이 계속 압박을 해온다. 협상에 있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처해질 때가 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상대방의 제안이 생각지도 못한 조건일 때, 생각보다 너무 빨리 협상이 진행될 때, 상대방이 예상치 못한 패를 들고 압박을 해올 때,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질 때 등이다. 이럴 때는 더 휩쓸려가기 전에 흐름을 단절시켜야 한다. 협상의 고수들은 절묘한 타이밍에 단절시킨다.
 “15분 정도만 시간을 갖고 다시 진행하시지요.”
이렇게 확보된 시간 동안에 불리한 흐름을 끊고, 내부적으로 전열을 가다듬자. 다시 협상 전략을 구상해 협상 테이블에 임하면 단시간에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9. 반드시 협상결렬 대안을 확보하라.
협상에 들어설 때 협상결렬 대안을 확보했을 때와 확보하지 못했을 때의 마음가짐은 현저히 차이가 난다. 이번 협상에서 내가 상대방과의 거래가 결렬되어도 별로 타격이 없다면 강하게 상대방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무조건 거래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고 상대방이 이를 알아차린다면 갑질을 당하면서 끌려다닐 것이다. 협상 직전 거래 결렬 시의 명확한 대안을 확보하고, 상대방에게 넌지시 이를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거래가 결렬되었을 때 취할 수 있는 대안을 반드시 만들라. 그리고 이를 활용해서 상대를 압박하라. 그것이 협상에 있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10. 깔끔하게 마침표를 찍어라.
비상장주식 매매 시, 주식양수도계약서 체결, 회사에 주식양도통지서 발송, 명의개서 신청, 변경된 주주명부 확인, 기 체결된 주주간계약서 또는 합작법인설립계약서 해지 등 거래에 수반된 서면작업 및 마지막 점검사항들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간혹 주식양수도계약서 체결 후에 클로징을 제대로 하지 않아, 주식양수도계약의 효력 자체를 다투는 안타까운 경우가 발생한다. 협상 후 확실한 증거를 남겨두고 깔끔하게 마침표를 찍어두기 바란다.

글로벌협상연구소장 류재언 변호사 yoolbonla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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