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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의 셀럽앤카]⑦여배우의 포르셰…아베크족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2003년 출시된 포르셰 카이엔. 스포츠카로 유명한 포르셰의 첫 SUV다. [중앙포토]

2003년 출시된 포르셰 카이엔. 스포츠카로 유명한 포르셰의 첫 SUV다. [중앙포토]

 여배우 A가 자동차 업계의 '핫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십여 년 전의 일이다.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돌고 있는 증권가 찌라시에 이런 게 있네. 유부녀인 여배우 A가 포르셰(포르쉐)에서 나온 무슨 차를 새로 샀는데 한강 고수부지에 자주 나타난다는 거야. 거기서 누구랑 밀회를 나눈다는 얘기가 있어. 아베크족이란 거지. 그런데 2인승 스포츠카에서 그게 가능한 얘기인가? 확인해봐.”
 선배의 말은 좀 길었지만 요지는 ‘작은 스포츠카에서 남녀간 밀회가 가능한지’였다. 요즘은 잘 안 쓰는 ‘아베크족‘에 대해 자세한 설명도 덧붙였다.

용어사전아베크족(avec族)

☞아베크족(avec族)=사전적 의미로는 연인 관계에 있는 한 쌍의 남녀를 뜻한다. 국내에선 주로 심야에 차량이나 으슥한 곳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를 일컫는다

 언론사에선 가끔 증권가 찌라시 내용을 확인하라는 지시가 내려온다. 확인이 된다고 해서 꼭 쓰는 건 아니지만 기자의 숙명인 확인 작업을 해야 한다. 선배는 그러면서 몇 년 전 중앙일보 신문에 나갔던 기사 링크 역시 메신저를 통해 보내줬다.
 단번에 답했다. “포르셰가 스포츠카 회사는 맞긴 한데 아마도 최근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카이엔이란 차가 아닐까요. SUV라서 선배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공간은 넓은 편입니다. 추가 확인 뒤 보고하겠습니다.”
 당시는 한국 공식 판매법인이 생기기 전이라 딜러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했다. 역시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들어 모른다는 답변을 내놨다.
 결국 친구의 지인으로 튜닝 업체를 운영하면서 자동차 업계에서 발이 넓은 B에게 SOS를 쳤다. 역시 마당발답게 “맞는 얘기야. 강남 C빌딩 지하 주차장에 가면 그 차를 볼 수 있을 텐데”라고 귀띔해줬다.

선배는 해당 기사 링크를 보내줬다. 찌라시 내용이 확인되면 기사를 쓸 수 있으니 우선 열심히 취재하라는 얘기로 들렸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4139144]

선배는 해당 기사 링크를 보내줬다. 찌라시 내용이 확인되면 기사를 쓸 수 있으니 우선 열심히 취재하라는 얘기로 들렸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4139144]

 그날 퇴근길 알려준 곳을 찾아갔다. 빙고! 바로 그 차를 발견했다. 지금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차지만 당시에는 확연히 눈에 띄었다. 문제는 나뿐만 아니라 타사 후배 기자도 있었던 거.
 “여기 왜 왔어.” “낮에 돌던 찌라시 때문이죠. 그런데 기사는 안 쓰실 거죠.”

 바로 선배에게 보고했다.
 ”그 여배우 차 앞에 지금 서 있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 무엇을 확인하죠. 타사도 와 있는데 쓸 거 같지는 않고 일단 보고용으로 올리겠습니다. 안에서 판단해주세요.“

 ”뭐 더 확인할 게 없긴 하네. 됐다. 퇴근해라.“
 두세 달 뒤 결국 찌라시 내용은 현실의 뉴스로 다가왔다. 엄청난 사고에 이어 여배우 A가 결국 남편과 갈라서게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카이엔의 성공에 힘입어 나온 약간 작은 사이즈 SUV 마칸. 카이엔 못지 않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중앙포토]

카이엔의 성공에 힘입어 나온 약간 작은 사이즈 SUV 마칸. 카이엔 못지 않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중앙포토]

 포르셰 카이엔은 몇 년 뒤 또다시 찌라시에 올랐다. 이번엔 또 다른 여배우 D가 주인공이었다. 한강 고수부지에서 밀회를 즐긴다는 내용이었다. 여기까진 비슷했다. 수년 전 A배우 때와 달리 이번엔 구체적으로 데이트 상대의 이름도 올랐다. 키가 큰 스포츠 스타 E였다. 누구 소유의 차량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자동차 기자가 아니었다. 그래도 호기심이 발동했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회사를 그만둔 지 꽤 됐어요. 오늘 찌라시 때문에 전화를 몇 통 받긴 했어요. 그거 아세요. 카이엔은 2열이 잘 안 젖혀져요. 그렇게 키가 큰 분이랑 데이트하기엔 차가 비좁아요. 이번 찌라시는 아닐 거에요.“
 담당 기자도 아니었기 때문에 거기서 호기심을 멈춰야 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다. 모 언론에 단독 기사라고 떵하니 떴다.
 ‘여배우 D, 결혼 *년 만에 파경’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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