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참여연대? 다음기획 탁현민·김영준·김제동 떴다

중앙일보

입력 2018.08.02 16:12

업데이트 2018.08.0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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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방송인 김제동씨가 KBS TV 시사프로그램의 진행을 맡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연예기획사 다음기획(현 디컴퍼니)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중소 규모에 불과한 이 기획사 출신 3인방(김영준·김제동·탁현민)이 문화예술계 실세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문화계의 참여연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들 세 명은 모두 다음기획에서 5년 이상 활동했다.

탁현민 전 본부장은 청와대 행정관
김영준 전 대표는 콘텐츠진흥원장
김제동도 KBS 시사 진행자로 내정
“정당한 보상” “코드인사” 논란

김제동 [중앙포토]

김제동 [중앙포토]

다음기획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부각된 것은 지난해 12월 김영준 다음기획 전 대표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으로 발탁되면서다. 이 기관은 음악·게임·애니메이션·드라마·융복합콘텐츠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 창구 역할을 한다. 문화계로 흐르는 정부의 ‘돈 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특히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을 때는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자신의 대부인 송성각씨를 콘텐츠진흥원장에 앉힌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81학번으로 ‘운동가요 테이프’ 판매를 했던 김 원장은 1995년 다음기획을 설립한 뒤 2013년까지 대표를 역임했다. 윤도현·김제동씨를 비롯해 민중가요계의 스타인 정태춘·박은옥씨 등이 이 곳에 소속돼 있었다.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신임원장 [중앙포토]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신임원장 [중앙포토]

김 원장은 윤도현·김제동씨 등과는 비지니스 관계를 뛰어넘은 아주 절친한 사이다. 그는 2009년 10월 김제동씨가 KBS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했을 때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저와 김제동과의 인연은 10년이 넘었다”며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촌놈을 연예가로 끌고 올라 온 사람이 저와 윤도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다음기획 출신으로 가장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다음기획에서 뮤직컨텐츠 사업본부장으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근무했다. 여성비하 논란으로 여성부 장관과 여당 의원들까지 사퇴 요구를 했지만 끄떡없어 ‘문의 남자’ ‘왕행정관’ 등의 별칭이 붙는 청와대 실세로 꼽힌다.

탁현민 행정관 [뉴스1]

탁현민 행정관 [뉴스1]

의전비서관실 소속이지만 문화계에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당시엔 출연 가수를 직접 선택했다고 한다. 탁 행정관은 현재 공중파 3사에서 시사프로그램을 하나씩 맡고 있는 나꼼수 3인방(김어준·주진우·김용민)과도 가깝다.

2012년 대선 당시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학교 정문에서 열린 통합민주당 장향숙 후보 거리 유세에 문재인 후보와 나꼼수팀이 참석해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학교 정문에서 열린 통합민주당 장향숙 후보 거리 유세에 문재인 후보와 나꼼수팀이 참석해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3인방 중 다음기획 늦깎이인 김제동씨는 2009년부터 7년간 몸을 담았다. 2009년 ‘스타골든벨’ 하차로 다음기획이 사회적 주목을 받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보수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현 정부가 들어선 뒤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각 방송사의 러브콜을 받으며 지난 3월엔 MBC 라디오 ‘굿모닝 FM’의 진행자로도 발탁됐다.

3인방은 노무현·문재인 캠프와 밀접히 연결돼있다. 탁 행정관은 2009년 서울 성공회대에서 열린 ‘노무현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와 2011년 8월 문 대통령 자서전 북콘서트의 연출을 맡았다. 이때부터 친노·친문 성향의 문화기획자로 유명세를 탔다. 김 원장은 18·19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의 SNS 부본부장을 맡았다. 김제동씨도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맡으면서 ‘소셜테이너’로 부상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쾌속질주를 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선 ‘정당한 보상’과 ‘코드 인사’라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 김 원장이 콘텐츠진흥원장의 수장으로 임명됐을 때 문화계 일각에선 낙하산 논란이 거셌다. 김 원장은 취임식에서“콘진원의 분야가 넓어 모든 분야에서 전문 지식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과 통찰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문화계 관계자는 “가요계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해외에서 인정받는 K-POP과도 동떨어진 분야에 있던 김 원장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제동씨의 시사프로그램 진행도 잡음이 일고 있다. KBS 공영노조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뉴스앵커에 개그맨 출신 방송인 김제동 씨를 기용하면 공정성과 객관성, 균형성의 문제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김제동은 ‘개념’ 연예인으로 대중적 인지도와 지지도가 높다”며 “딱딱하고 어려운 시사프로그램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흥미롭게 풀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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