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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활비에 이어 기무사 문건에서도 한국당 "노무현 때도 그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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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국군 기무사령부의 계엄 문건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끌어들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운데)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운데)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 탄핵이 있었던 2004년에도 대응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해당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김 원내대표는 2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도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기무사의 상황대비 문건 작성이 확인된 만큼 2016년 기무사 문건 유출 경로에 대한 국정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국가위기상황에 대비한 군 본연의 책무에 대해 내란음모로 몰아 적폐세력으로 몰아가며 드루킹 게이트를 희석하고 제1야당을 공범으로 몰아가는 야당 탄압 정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그동안 적폐청산 등의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노 전 대통령을 공방 소재로 자주 등장시켰다. 지난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유용 논란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한국당은 국정원ㆍ검찰ㆍ경찰 등 국가 권력기관의 특활비 불법 사용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며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조사 범위에 포함했다. 권양숙 여사 등 노 전 대통령 유가족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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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이 노 전 대통령 카드를 꺼내는 건 보수·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있었던 관행이었다는 논리로 현 정부의 적폐청산을 약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지난해 11월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한국당은 “특활비 부정 유용은 특정 시기에 국한한 병폐 현상이 아니라 소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기간 이어져 내려온 우리 사회의 악습”이라고 했다.

이번 기무사 문건에서도 한국당은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군이 계엄 문건을 작성하는 경위는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합법적인 대응”이라는 주장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때 대응문건을 작성했다는 것만으로도 지난해 '기무사가 쿠데타를 음모'했다는 청와대의 논리는 비약이라는 게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당직자들이 30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송봉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당직자들이 30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송봉근

"노무현 정부 때도 그랬다"는 것을 부각할 경우, 현재의 적폐청산 등은 정치보복이나 국면 전환용 카드로 치부할 수 있다. 여야의 대립각을 선명하게 부각돼 지지층도 결집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상납 의혹으로 공방이 격화됐던 올해 1월에도 한국당은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공평하게 수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라고 공격했다.

한국당은 이번에도 “문재인 정권의 이 같은(기무사 쿠데타 기획 음모) 행태는 군을 제물로 삼아 드루킹 특검을 덮고, 경제 실정의 과오로부터 반전을 꾀하려는 술책”(김 원내대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다만 ‘노무현 카드’가 파괴력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특활비 공방 때도 성과보다 역풍을 받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은 “적폐를 덮기 위한 졸렬한 물타기”라고 더 강하게 반박했다. 이번에도 민주당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일 당 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기무사가 계엄령을 준비했다는 가짜뉴스를 공당의 원내대표가 공언하고 있다”며 “한국당이 요란스럽게 떠드는 혁신이 고작 기무사 감싸기라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쏘아붙였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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