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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깻잎농장 성추행 폭로한 여성 “창녀 취급 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1일 경남 창원시 경남이주민센터 본관에서 인권 침해를 당한 외국인 노동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경남 창원시 경남이주민센터 본관에서 인권 침해를 당한 외국인 노동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캄보디아 출신 여성근로자들이 밀양의 한 깻잎농장에서 상습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는 깻잎농장 사장 박모씨가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이주 근로자들에게 1년 넘게 상습적인 성추행과 성폭행을 가했다고 지난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이 자리에 선 여성 이주 근로자들은 “우리 이주민 여성들은 모두 가족을 위해 돈을 벌러 한국에 왔지만, 창녀 취급을 받았다”며 “사장님의 성추행으로 부끄럽고 창피하고 살고 싶지 않은 생각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센터 측은 “지난해 4월부터 경남 밀양시에 있는 고추 깻잎 농장에서 농장주 박씨로부터 캄보디아 여성노동자들이 1년 넘게 상습적인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박씨 농가에 입사한 A씨(26ㆍ여)는 6개월이 지난 10월쯤 박씨와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박씨에게 술시중을 요구받고 성추행 당했다. 지난 4월쯤에는 박씨가 A씨의 다리를 들어 자신의 허벅지에 올리고, 또 다른 장소에선 A씨의 손을 억지로 잡았다. 5월쯤 박씨는 비닐하우스 차양막을 치던 A씨에게 다가가 “살이 많이 쪘다”며 엉덩이를 만졌고, 6월쯤에는 춤을 추며 스킨십을 시도했다.

올해 3월 박씨의 농가에 들어온 캄보디아 여성노동자 B씨(25ㆍ여)에게도 박씨의 성추행은 그대로 이어졌다. 박씨는일하라며 엉덩이를 때리고 휴일ㆍ휴식도 제때 보장하지 않았으며 무보수 노동까지 종용했다. 식사라며 반찬도 없이 컵라면 1개만 주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커다란 옹기를 땅에 묻어 화장실로 사용하라고 했다. 또 유리창이 깨진 창문 등 폐가나 다름없는 허름한 농가를 11만원의 기숙사비를 받으면서 이웃 농장의 여성노동자 2명과 함께 사용하라며 모두 4명의 숙소로 이용하게 했다.

참다못한 이들은 결국 피해 사실을 센터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고, 현재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주인에게 밉보여 불법체류자가 될까 봐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경찰에 호소했다.

경찰, 외국인 유학생 집단폭행·사업주 갑질에 대해 수사키로 

이날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는 경남지역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 사례를 공개했다.

남해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 C씨(22) 등 2명은 사장의 사적 업무에 동원되고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D씨(24)는 지난 16일 함안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중 그를 불법체류자로 오인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집단폭행과 불법감금을 당했다. 당시 출입국 직원들은 D씨가 합법 체류자라며 항변하자 ‘다 알고 왔다’며 얼굴 등을 수차례 때린 뒤 끌고 가 5일 동안 구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는 경남지방경찰청에 C씨와 D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경찰은 이들에 대해 수사를 착수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광역수사대에 배당해 피해자ㆍ참고인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법무부는 이날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의 D씨에 대한 폭행과 관련해 “D씨는 학교가 아닌 도로포장 공사현장에서 불법으로 취업하고 있었다”며 “체류기간이 남아있는 유학생이라고 하더라도 취업하기 위해서는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이어 “5일간 구금도 강제퇴거대상자로서 적법절차에 따라 보호 조처된 것”이라며 “특히 공무원의 정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고 도구를 들고 일어나는 등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며 저항하고 도주를 시도해 물리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D씨에 대해 출입국 직원들의 과잉 단속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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