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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나누면 커진다는 말, 봉사하면 모두 느낄 것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2)

봉사는 자기애의 발현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만이 남에게 봉사할 수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연대가 줄면서 자존감이 떨어지는데 봉사는 내가 필요한 대상을 찾아, 내 존재를 확인하게 해준다. 내 존재를 확인하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봉사다. “봉사하라, 봉사하라! 오래 가려면 함께 하자”고 외치는 필자의 봉사 경험을 통해 봉사가 어렵고 거창한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보자. <편집자>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봉사해 보라. 그 즐거움이란. 직장생활 시절 사진 찍기 봉사하는 모습. [사진 한익종]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봉사해 보라. 그 즐거움이란. 직장생활 시절 사진 찍기 봉사하는 모습. [사진 한익종]

오래전 새벽에 인천공항에서 있었던 일이다. 새벽 비행기 편으로 한국에 도착한 한 외국인이 리무진 버스를 탔는데 부산 롯데호텔로 가야 할 것을 을지로 롯데호텔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 기사와 손짓, 발짓 통한 끝에 그의 얼굴에 나타난 낭패감과 절망감이란.

보다 못한 내가 귀가를 미루고 을지로 롯데호텔까지 가, 당직 데스크에 부산 롯데로 가는 교통편을 부탁한 기억이 있다. 몇 번을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고 헤어졌다. 그때 나는 애국자가 된 기분이었고, 한국 관광의 대표가 된 느낌이었다.

나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웠던지…. ‘아~ 봉사는 이렇게 쉬우면서도 나를 자랑스럽게 하는구나’라는 경험이 있었다. 그때의 경험은 그 이후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봉사가 될 수 있다고 여기게 했으며 봉사와 관련해 게을러지거나 힘들어하는 내 마음속의 하이드를 채찍질하곤 했다.

한때는 남을 위해 봉사한다고 하면 숭고해 보이며 위대해 보이기까지 했고, 나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 하는 행위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심지어는 어떻게 하면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겠느냐며 부러워한 적도 있었다.

과연 자신을 희생하며 오로지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만이 봉사일까? 단언컨대 나를 완전히 희생하고 아무 보답 없이 남만을 위한 봉사는 없다. 봉사는 반대급부를 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기만족이든, 남의 칭송이든, 다른 어떤 유형의 보상이든 반대급부는 있다. 어떻게든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오는 행위가 봉사라고 생각한다. 봉사해 보라. 자신이 사랑스러워진다.

인간이 하는 행동 중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라 내가 말하는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새벽 탁발 행렬. [사진 한익종]

인간이 하는 행동 중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라 내가 말하는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새벽 탁발 행렬. [사진 한익종]

사람은 하루에 약 200에서 300번에 달하는 부정적, 자기비하적 생각을 한다고 한다. ‘나는 왜 하는 일이 매번 이렇지?’ ‘아이 재수 없어, 그렇지 뭐~’. 반면 ‘역시 나야, 잘했어’라고 자신에 대해 칭찬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는 약 20~30번에 그치지 않는다는 놀라운 연구결과가 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대목이지만 사실이란다.

이렇듯 자신에 대해 부정적, 비관적 생각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정적 생각을 하며 자기를 비하하는 일은 교육과 자라온 환경의 이유도 있지만 남과 비교하고 평가하고 상대적 우위를 가지려는 데 있다. 근본적으로는 자기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타인을 위해 봉사함은 나 자신이 상대적으로 행복하다는 걸 느끼게 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자기를 사랑하는 경험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그것이 비록 처음은 남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말이다.

계단을 오르는 할머니의 무거운 보따리를 들어드리거나, 짐 가득한 수레를 끄는 노인을 돕는다거나, 회전문에 든 아이를 위해 문의 속도를 늦추거나, 뒷사람을 위해 여닫이문을 잡아준다거나, 심지어는 펄럭이는 끈이 지나는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플래카드의 끝을 동여매는 행위까지도, 사소하고 쑥스럽게 여겨지겠지만 이런 봉사 경험은 자신을 놀랍게 변화시킨다.

그 후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경험해 보라.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내 작은 부분을 나누고 그 이후의 기분을 느껴보라. 사랑은 나누면 커진다고 한다. 맞다. 커진다. 커진 사랑이 자신을 포근하게 감싸는 느낌, 그건 인간이 느끼는 어떤 감정보다도 황홀하다.

자신을 사랑하는 기분, 다른 이가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느낌이 따라올 수 없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봉사는 자신을 사랑하느냐의 바로미터다

정호승 시인과 함께 한 `작은 시여행&#39; 봉사. 얼마든지 즐기면서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의 예. [사진 한익종]

정호승 시인과 함께 한 `작은 시여행&#39; 봉사. 얼마든지 즐기면서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의 예. [사진 한익종]

인간은 지구별이라는 소풍지를 떠날 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한다. 하나는 놓지 못해, 떠나기 싫어 단말마의 고통을 겪는 유형과 원 없이 잘 놀다 가노라고 홀가분하게 삶을 마감하는 유형이란다.

그 두 대척점의 가운데에 봉사가 있다. 어느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놓느냐에 따라 유형이 결정된다. 자신을 내려놓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삶은 더 이상의 욕심이 없어 평화로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신의 영욕을 위해 평생 자신만의 삶을 고집한 삶은 아직도 가질 게 많아 아깝고 안타까울 뿐이다. 어느 것이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삶인가?

인간은 누구나가 이기주의자이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놓치지 않는다고 회의적으로 말했다. 굳이 쇼펜하우어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기주의가 없다면 인류가 존재할 수 없게끔 운명지어진 동물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이기(利己)는 이타(利他)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자신을 사랑하고 싶은가? 봉사하라. 내려놓고, 나눠라. 봉사는 자기애의 발현이다.

한익종 푸르메재단기획위원 immagic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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