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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과 댓글 조작 공모"···특검, 김경수 피의자 전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피의자로 입건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씨와 공모해 온라인 기사의 댓글ㆍ공감수를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가 적용됐다.

김 지사 거주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 #경남도청 앞까지 내려간 수사관들 복귀 #드루킹 등 보강 조사 후 김경수 소환조사 방침 #

특검팀 관계자는 “김 지사와 관련된 의혹은 특검팀이 수사해야 할 본류에 해당한다”며 “김 지사를 피의자로 전환하고 앞으로 남은 특검 수사 기간 동안 불거진 의혹에 대한 실체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1일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압수수색을 실시항 경남도청의 모습. 특검팀은 이날 도청을 비롯해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자택과 관저,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사진 경남도청]

31일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압수수색을 실시항 경남도청의 모습. 특검팀은 이날 도청을 비롯해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자택과 관저,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사진 경남도청]

앞선 경찰 수사에서도 김 지사가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당시엔 참고인 신분이었다.

특검팀은 당초 김 지사를 피의자로 입건한 데 이어 이날 김 지사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준비했다. 하지만 법원이 김 지사의 경남도청 집무실과 관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자 영장이 발부될 것을 확신하고 지난달 30일 경남도청으로 출발한 수사팀 선발대 역시 빈손으로 서울 서초구의 특검 사무실로 복귀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무위에 그쳤지만 특검팀은 앞으로 남은 약 25일간의 수사 기간 동안 김 지사를 포함한 정치권 개입 의혹을 규명하는데 전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김 지사가 댓글 여론조작과 관련해 드루킹의 직접적인 보고를 받았다는 진술과 정황증거를 확보한 상태다. 2016년 10월 김 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댓글 여론조작을 위한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시연하는 자리에 참석했다는 진술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10일엔 시연회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하기 위해 특검팀이 직접 경기 파주 느릅나무출판사를 방문해 현장검증까지 마쳤다.

드루킹 역시 지난 5월 구치소 수감실에서 작성한 ‘옥중서신’을 통해 “김경수 의원에게 ‘일명 킹크랩’을 브리핑하고 프로토타입이 작동되는 모바일 형태의 매크로를 제 사무실에서 직접 보여줬다”고 밝힌 바 있다.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시연회 자리에서 김 지사가 격려조로 드루킹에게 직접 현금 100만원을 건넸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드루킹의 최측근이자 피의자로 입건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한 핵심회원은 “시연회가 끝나고 김경수 의원이 킹과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1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 내부적으로 이 돈의 성격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법적 검토까지 진행했다”고 말했다.

반면 김 지사는 앞선 경찰 조사에서 킹크랩 시연회와 관련 “당일 느릅나무 출판사에 찾아간 것은 맞지만 시연회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시연회 후 돈 전달 의혹 역시 정면 반박하고 있다. 옥중서신에 대해서도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소설 같은 얘기”라며 드루킹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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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김 지사와 드루킹 간 보안메신저 ‘시그널’을 통해 은밀하게 주고받은 메시지 역시 확보한 상태다. 이 중엔 김 지사가 지난해 대선 전 드루킹에게 재벌개혁 공약을 자문해달라고 요청한 내용도 담겨 있다. 김 지사는 당시 유력 대권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 특검팀은 이런 메시지 내용 등을 근거로 김 지사와 드루킹이 단순히 정치인과 지지세력의 관계를 넘어 정책적 자문을 주고받은 밀접한 관계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드루킹 김씨를 특검 사무실로 다시 불러 조사했다. 전날에는 도모 변호사(61ㆍ필명 ‘아보카’)와 ‘서유기’ 박모(30)씨, ‘초뽀’ 김모(43)씨, ‘트렐로’ 강모(47)씨, 김 지사의 의원시절 보좌관 한모(49)씨 등을 줄소환했다.

특검팀은 이들에 대한 보강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김 지사와 송인배 청와대 비서관 등에 대한 직접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특검팀 안팎에서는 이날 기각된 김 지사 거주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청구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정진우ㆍ박태인·정진호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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