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붙은 참매미. 숲속 매미 소리는 시원하게 들리지만, 도시에서는 건물에 반사돼 소음으로 느껴진다. 참매미는 ‘새벽 대합창’으로 잠을 설치게 만들기도 한다. [중앙포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8/01/2c9b4ca2-6ef6-40af-bf47-c41c5d5dddb8.jpg)
나무에 붙은 참매미. 숲속 매미 소리는 시원하게 들리지만, 도시에서는 건물에 반사돼 소음으로 느껴진다. 참매미는 ‘새벽 대합창’으로 잠을 설치게 만들기도 한다. [중앙포토]
“맴 맴 맴 매르….”
도시 열섬 효과로 기온 올라 #번식하는 데 좋은 조건 갖춰 #말매미 27도에 울음보 터져 #참매미는 동틀 무렵 대합창 #차 주행 소음보다 시끄러워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밤에도 창문을 열고 자지만 새벽녘에는 아파트 베란다 방충망에 붙어 요란스럽게 우는 참매미 탓에 잠을 설치게 된다. 최근 부쩍 도시에 매미가 많아진 듯하다. 도시에 매미가 많아지고, 시골보다 더 소란스럽다는 게 사실일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는 “도시 열섬 효과 탓에 도시에 매미가 많아진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도시 열섬(Urban Heat Island) 효과’는 도시 내 에너지 소비로 도심 기온이 외곽보다 더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장 교수팀이 10여 년 전부터 서울과 수도권의 도시·농촌 지역에서 매미 서식 밀도를 조사한 결과, 서울 도심의 참매미·말매미 서식 밀도가 외곽보다 10배나 높았다. 특히, 잠실·반포·여의도 등 열섬 현상이 심한 곳일수록 매미 밀도도 높았다. 이들 지역은 1970년대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지고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관악구나 이화여대 부근처럼 열섬현상이 약한 곳에서는 밀도가 낮았다. 기상청 자동기상측정망(AWS) 자료를 보면 같은 서울에서도 관측지점에 따라 기온이 2~3도는 차이가 난다.
![곤줄박이가 감나무 위에서 사냥한 매미를 먹고 있다. [중앙포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8/01/a2c6e6d9-0ffd-4a68-acf7-b293d9b85446.jpg)
곤줄박이가 감나무 위에서 사냥한 매미를 먹고 있다. [중앙포토]
열섬효과가 강한 곳에서 사는 매미는 형태도 달랐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가 길어졌는데, 이는 알을 더 많이 낳을 수 있다는 의미다. 도시 사람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기온이 상승하면, 매미 번식도 활발해지는 셈이다. 장 교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도시 열섬효과로 인해 매미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매미는 수컷만 운다. 수컷 매미의 날개 아래에는 진동막이 있고, 배 내부에는 울림통이 있다. 진동막이 ‘딸칵딸칵’ 진동하면 울림통의 공기가 압축되거나 이완되면서 소리가 증폭된다. 매미의 고막은 울림통의 일부다. 소리를 듣는 기관인 동시에 발성 기관이다. 수컷 매미가 울 때는 옆에서 대포를 발사해도 못 듣는다고 한다.
말매미는 나무 꼭대기 높은 데서 운다. 아열대 중국 남쪽에서 유래한 말매미는 크기도 크고 색깔도 검다. 상대적으로 높은 기온을 선호한다. 나무 꼭대기에서 우는 것도 태양광을 잘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참매미는 북쪽에서 기원해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울고, 그늘진 곳에서도 노래한다.
참매미는 기온이 23도 이상이면 울기 시작하지만, 말매미는 기온이 27도로 상승해야 울기 시작한다. 장 교수는 “말매미는 온도가 상승하면 곧바로 우는데, 마치 스위치를 켜는 것 같다”고 말한다. ‘기온 27도’는 말매미 울음 스위치를 켜는 신호인 셈이다.
![아파트 방충망에 붙은 매미의 울음 탓에 아침잠을 설치기도 한다. [중앙포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8/01/c6e21c1e-d5cf-45ab-b8cf-b6d222af7220.jpg)
아파트 방충망에 붙은 매미의 울음 탓에 아침잠을 설치기도 한다. [중앙포토]
보통 참매미 숫자가 말매미보다 많지만, 높은 데서 우는 말매미 소리는 더 멀리 퍼지기 때문에 참매미 소리를 압도한다. 말매미는 보통 7월 말 서울에서도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잠실 같은 곳에서는 오전 7~8시에 울기 시작해 밤늦게까지 운다. 열섬 효과가 적은 지역에서는 오전 10~11시에 말매미가 울기 시작해 오후 내내 운다.
참매미는 동틀 무렵에 요란하게 운다.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일제히 울기 시작하는데, 바로 장 교수가 말하는 참매미의 ‘새벽 대합창’이다. 참매미 울음은 오전 6~10시가 피크이고, 낮에는 말매미에게 밀려 잠잠해진다. 상지대 소리경관생태학 연구실 논문에 따르면 말매미는 야간에 기온이 높으면 울지만, 참매미의 경우 야간에 기온도 높고 조명이 있어야 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빛 공해도 한밤중 매미 울음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상지대 연구팀의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새벽에 매미 울음소리가 시작되는 시간은 점점 앞당겨지고, 저녁에 매미 울음소리가 그치는 시간은 늦춰지고 있다. 최근 열섬현상과 온난화로 도시 기온이 상승한 탓이다.

매미 소리와 일반 소음 비교
과거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매미 울음의 소음도를 측정한 결과, 낮에는 평균 77.8㏈(데시벨), 밤에는 평균 72.7㏈에 달했다. 평균 67.9㏈인 도로변 자동차 주행소음보다 훨씬 높았다. 매미 소리가 도시에서 더 시끄러운 것은 건물과 아스팔트, 콘크리트, 유리창 등 때문에 소리가 잘 반사되기 때문이다. 수컷 매미들은 울음으로 경쟁한다. 새벽에 매미 한두 마리가 울면 아파트 단지 전체가 금세 매미 소리로 가득 찬다. 시골의 매미 소리가 시원함을 주는 데 비해 도시에서는 매미 소리가 짜증을 유발하는 이유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국내산 매미 12종 중에서 소리 주파수가 가장 높은 종은 세모배매미로 13㎑이고, 주파수가 가장 낮은 종은 참매미로 4㎑였다. 말매미는 6㎑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가 4~6㎑이므로 세모배매미 소리는 사람이 들을 수 없다.
한편, 참매미는 도시와 숲, 논밭에서 골고루 나타났지만, 말매미는 도시지역에서 유독 출현 비율이 높았다. 90년대 초까지도 흔치 않았던 말매미가 최근 급증한 것이다. 장 교수는 도시 열섬 효과가 말매미 서식에 적합한 환경이 만들어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땅속에서 보통 5~7년을 보내는 말매미 유충이 수액을 빨아먹는데, 플라타너스나 벚나무처럼 도시 가로수나 정원수로 많이 심는 나무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