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켄드릭 라마 첫 방한 “인종 차별 괜찮아질 것”

중앙일보

입력 2018.08.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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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달 27일 두 번째 내한한 밥 딜런. 딜런은 이번 공연에서 사진 촬영을 불허했다. [사진 각 기획사]

지난달 27일 두 번째 내한한 밥 딜런. 딜런은 이번 공연에서 사진 촬영을 불허했다. [사진 각 기획사]

미국을 대표하는 두 명의 ‘음유시인’이 나란히 한국을 찾았다. 1962년 데뷔한 포크 가수 밥 딜런(77)과 2011년 데뷔한 래퍼 켄드릭 라마(31)가 그 주인공이다. 데뷔 시점은 50여 년 가까이 차이 나지만 두 뮤지션은 적잖은 공통점이 있다. 각각 포크와 힙합이라는 기본 장르를 바탕으로 록·재즈·펑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시대정신을 담은 철학적 가사로 음악을 문학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다. 딜런은 2016년 뮤지션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라마는 지난 4월 힙합 뮤지션 최초로 퓰리처상 음악 부문을 수상했다.

“함께 파티 즐기자” 2만 관객 환호
힙합 가수 최초 퓰리처상 수상도
노벨문학상 딜런은 단출한 무대

이들의 무대 역시 여느 팝스타의 내한공연과 달랐다. 지난달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밥 딜런 & 히스 밴드’ 콘서트는 이른바 ‘3무(無) 무대’였다. 2010년 3월 첫 내한공연 이후 8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연 그는 인사말 한마디 없이 무대에 올라 2시간 동안 20여 곡을 불렀다. 대형 스크린이나 별다른 장치도 없었다. 붉은 천과 조명으로만 꾸며진 단출한 무대 위의 딜런은 한 점의 그림처럼 존재했다.

우리가 아는 히트곡도 없었다. 김광석이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로 번안해 부른 ‘돈트 씽크 트와이스, 잇츠 올 라이트(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나 아델이 리메이크한 ‘메이크 유 필 마이 러브(Make You Feel My Love)’ 같은 곡이 간혹 흘러나와도 알아채지 못하는 관객이 대부분이었다. 원곡과 전혀 다른 편곡에 물기 없이 갈라진 목소리에 읊조리는 창법으로 그가 무슨 곡을 부르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탓이다. 떼창은 꿈도 꿀 수 없었다.

30일 첫 내한공연을 가진 켄드릭 라마. [사진 각 기획사]

30일 첫 내한공연을 가진 켄드릭 라마. [사진 각 기획사]

반면 30일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4 켄드릭 라마’는 전혀 상반된 분위기였다. 야외 스탠딩석을 가득 메운 2만여 관객은 35℃ 가까운 폭염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켄드릭 라마는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밀당의 고수였다. ‘킹 쿤타(King Kunta)’처럼 장엄한 곡을 부를 때는 관객 위에 군림했고, ‘러브(LOVE)’ 같은 곡을 부를 땐 귀에 대고 부르듯 조용히 읊조렸다. ‘스위밍 풀스(SWIMMING POOLS)’와 ‘로열티(LOYALTY)’를 부르는 도중 마이크가 꺼지는 음향사고가 두 차례 발생했지만 그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한국은 첫 방문이라 신난다. 함께 파티를 즐겨보자”고 외치며 “지금 나와 같은 에너지와 바이브를 느끼고 있느냐”며 살뜰히 관객들을 챙겼다.

각기 다른 이유로 끝까지 자리를 지키기 힘든 공연이었다. 전자는 엇비슷한 편곡에 힘겨워하던 관객들이 자리를 떴고, 후자는 폭염에 더해진 열기를 견디지 못한 이들이 중도 포기했다. 그럼에도 다른 곳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특별한 기억을 남겼다. 딜런이 앙코르곡 ‘발라드 오브 어 씬 맨(Ballad Of A Thin Man)’을 끝내자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롯이 음악에만 집중하게 해준 데 대한 감사함의 표현이었다.

라마가 앙코르로 영화 ‘블랙 팬서’의 주제곡 ‘올 더 스타즈(All The Stars)’를 부르자 객석에서는 일제히 휴대폰 라이트가 켜졌다. 흑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노래한 라마의 ‘올라이트(Alright)’를 따라 부르며 “모두 괜찮아질 것”이라고 서로 위로하고, 밥 딜런의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를 들으며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우리는 비로소 인간이 될 수 있을까”라고 곱씹는 것은 좀처럼 하기 힘든 경험이다.

상대적으로 짧은 준비 기간은 아쉬운 부분이다. 두 공연은 모두 1~2달 전에 급하게 내한 소식을 전했다. 지난달 27~29일 열린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 전후로 공연을 잡았기 때문이다. 딜런은 한국에 이어 29일 일본 등 아시아 투어를 이어가고, 일본을 먼저 찾은 라마는 8월 북유럽 투어에 오른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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