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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 고속도 진입은 권리, 그러나 현실 직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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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현종화의 모터사이클 이야기(13)

일본 오키나와의 한 고속도로 모습. [사진 현종화]

일본 오키나와의 한 고속도로 모습. [사진 현종화]

나도 여행을 갈 때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싶다. 돈을 좀 내더라도 빠르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우리 라이더는  마치 고속도로에 들어가기만 하면 이륜차에 대한 문제가 저절로 풀릴 것이라는 근거 없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은 고속도로 주행 합법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륜차 고속도로 운행 허용해도 이용비율은 3% 미만 

근 10년 정도 이륜차의 고속도로 사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헌법소원이 있었고, 무작정 대배기량을 타고 고속도로에 진입해 경찰과 실랑이하는 장면이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당시 고속도로 진입 허용을 주장한 모 단체는 인터넷 매체에 나와 치열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 이륜차 라이더는 고속도로라는 것을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대 이륜차 등록 대수 230만대 중 250cc 이상의 배기량 라이더가 6만명 정도다. 대한민국 라이더들 중 고속도로를 가장 진입하고 싶어 하는 사람일 것이다. 투어를 가든, 이동수단으로 사용하든 이륜차의 고속도로 통행이 합법화한다면 실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라이더의 숫자는 이 정도일 것이다.

“배기량으로 진입 여부를 판단하지 말라. 125cc도 충분히 달릴 수 있다”고 항변하는 라이더도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통행 합법화 초기엔 250cc 이상만 허용하리라는 것은 25년이상 라이딩을 하면서 현재 우리나라 교통문화 수준이나 상황을 감안한 판단이다.

고속도로라는 판타지가 현실화 되었을 때 정말 고속도로는 우리가 꿈꿔오던 매력적인 라이딩 코스일까? [사진 현종화]

고속도로라는 판타지가 현실화 되었을 때 정말 고속도로는 우리가 꿈꿔오던 매력적인 라이딩 코스일까? [사진 현종화]

고속도로 통행이 합법화됐다고 치자. 이륜차 운전자들 중 94%가 125cc 미만의 라이더다. 대부분이 음식배달업이나 상용으로 이용한다. 레저용으로 혹은 출퇴근용으로 바이크를 사용하는 라이더도 상당수 있긴 하다. 그런데 아까운 주말 시간에 직선으로 이어진 고속도로를 장시간 달리고 싶을까? 물론 처음이야 신기하니까 몇 번 주행할 것이다. 철없는 청춘이 고속 테스트를 해보겠다며 달리다가 사고도 날 것이다. 초창기에는 꼭 철없는 청춘이 있기 마련이니 말이다.

고속도로 진입 허용이 현실화됐다고 치자. 정말 고속도로는 우리가 꿈꿔오던 매력적인 라이딩 코스일까? 배기량을 떠나 레저로 모터사이클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이 왜 볼 것도 와인딩코스도 없는 고속도로에서 통행료를 내가며 아까운 주말을 허비하겠는가? 고속도로는 말 그대로 ‘비교적 고속으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하기 위한 길’이다.

마치 고속도로 진입이 모터사이클 문제를 모두 해결할 것처럼 펌프질하는 일부 대배기량 라이더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발 현실을 똑바로 봤으면 한다.

이륜차가 국가에서 부과하는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입장에서 따져보자면 고속도로진입 여부는 지극히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사진 현종화]

이륜차가 국가에서 부과하는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입장에서 따져보자면 고속도로진입 여부는 지극히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사진 현종화]

어쨌거나 고속도로 주행 합법화는 라이더의 권리다. 앞서 고속도로 주행 합법화가 이뤄졌을 때 실사용 이륜차 비율에 관해 이야기한 것은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본 것이다. 현실적인 계산이 그러할지라도 이륜차의 고속도로진입 여부는 지극히 당연한 권리다.

내가 고속도로 진입을 무작정 찬성하는 사람들과 설전을 벌인 이유가 있었다. 현재 국내 이륜차 면허·관리·교육체계가 엉망이라서 고속도로에 진입한다 해도 꼼꼼히 준비하고 대비해 최대한 사고를 방지하자는 취지였다.

한국의 도로는 일본상황을 카피한 것이나 다름없다. 250cc 이륜차가 주행가능한 일본의 고속도로에서도 한국과 시설적인 측면에서 차이점이 거의 없다. [사진 현종화]

한국의 도로는 일본상황을 카피한 것이나 다름없다. 250cc 이륜차가 주행가능한 일본의 고속도로에서도 한국과 시설적인 측면에서 차이점이 거의 없다. [사진 현종화]

일부에서는 고속도로 시설을 문제로 제기하기도 한다. 나는 일본, 필리핀 태국 등 몇 군데 해외 고속도로를 이륜차로 주행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고속도로 시설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요즘 국도는 고속도로와 무엇이 다른지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잘 정비되어있다.

이륜차 고속도로 운행 허용 여부는 운전자의 문제서 풀어야

단 이륜차 운전자의 라이딩 교육수준과 조종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게 걸림돌이다. 단적인 예로 2종소형 면허학원에서 교육을 받고 면허를 취득한 초보 라이더는 대부분 기어변속도 못한다. 현행 면허시험에서는 기어를 변속하지 않고 시험을 봐도 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면허를 취득한 라이더는 돈만 주면 시속 300km를 달릴 수 있는, 1단에서 시속 120km가 나오는 가속 성능의 바이크로 합법적인 도로주행이 가능하다. 나는 이게 문제라고 본다.

20년째 외치고 있다. ‘모터사이클이 위험한 것이 아니다. 모터사이클을 조종하는 라이더의 수준이 위험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륜차의 고속도로 주행 합법화 문제는 바퀴가 몇 개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것을 운전하는 사람의 문제’에서 바라봐야 한다. 또한 함께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이륜차 간의 소통과 배려의 문제이기도 하다.

현종화 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 hyunjonghwa7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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